농작업 농약 노출 형태가 농약제조 사업장 노출과 구별되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표 3-5). 첫째, 농작업의 노출 형태가 매우 다양해서 농약 뿐 아니라 비료, 유기용제, 배기가스, 유기 및 무기 분진, 미생물 및 독소, 동물성 바이러스, 소음, 진동, 고열 등 다양한 유해 환경요인에 동시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각 환경요인이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건강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농약과 건강과의 연관성을 파악할 때 다양한 작업 및 생활상의 환경요인의 차이도 함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표 3-5> 농작업과 농약 사업장에서 농약 노출의 차이
둘째, 농작업 형태에 따라 개별 농업인 간에 노출이 상당히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즉 농약 사업장의 경우 같은 부서의 근로자들은 대체로 비슷한 노출 형태 및 수준을 보이는 반면 농업인의 경우 같은 작목을 재배한다고 하더라도 개인별로 서로 다른 농약들을 사용할 수 있으며 작업 형태도 서로 다르게 진행될 수 있어 유해 요인 노출의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노출의 이질성은 결과적으로 농업인 내에서 같은 농약에 노출되더라도 서로 간에 일치하지 않는 건강영향 결과를 초래시킬 수 있다.
셋째, 농업인의 실제 유해요인 노출 작업은 연간 일정하게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며칠에 걸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 농작업에서 연간 평균 농약 살포 일수는 작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평균적으로 3-12일 정도이다. 즉 노출의 형태가 일반 사업장에서와 같이 일정한 농도의 유해요인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기 보다는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므로 누적 노출은 많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단기간 고노출 형태는 같은 누적 노출량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일정하게 장기간 노출되는 경우와 질병의 위험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한편 농작업에서는 농약 원제를 수백 배 이상 희석한 후 살포하는 반면 농약 제조 사업장에서는 고농도 원제 자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동일한 농약에 노출된다고 하더라도 농업인과 농약제조 근로자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넷째, 농업인과 그 가족은 농촌지역에 거주하기 때문에 직업적 노출 이외에도 추가적으로 농약에 대한 환경적 노출이 발생할 수 있다. 즉 작업 시 오염된 농약이 가정에 유입되어 본인 및 가족 구성원에 추가 노출될 수 있으며, 본인이 작업하는 경우 외에도 주변 작업 시 살포되는 농약에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농업인에서의 농약과 건강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일반 사업장 근로자와 같이 직업적 노출에만 국한하는 것과는 달리 환경적 노출을 함께 고려한 종합적 평가가 필요하다.
국내 농업인들의 농약 사용 형태는 작목별로 달라 연간 농약 살포 시간이 가장 많은 작목은 과수이고, 밭작물, 비닐하우스, 그리고 벼의 순서로 나타난다. 2010년도 남성 농업인 표본조사에 의하면 벼는 1년에 평균 2.6회 농약을 사용하는 데 반해서 밭작물은 7.3회, 비닐하우스는 11.9회, 그리고 과수는 9.1회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표 3-6). 1회 평균 살포 시간도 벼와 과수의 경우 3.1시간, 밭작물은 2.4시간, 비닐하우스는 1.8시간으로 작목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따라서 벼 재배 농업인과 다른 작목 농업인과는 농약 살포 빈도가 큰 차이가 나며 농약 노출 평가에서 반드시 작목별 구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목별로 사용 농약의 종류에도 차이가 있어 벼 재배의 경우는 제초제 사용 비중이 다른 작물 재배보다 높았다. 또한 작목의 차이는 농약의 종류나 살포 횟수만이 아니라 살포 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특히, 과수의 경우 SS기라는 동력식 분무기로 살포하는 경우 농약 노출이 다른 형태보다 훨씬 많이 이루어진다.
<표 3-6> 국내 남성 농업인에서 작목별 농약 살포 횟수 및 시간
(단위 : 평균±표준편차)
농약 살포 시의 보호구 착용은 과거에는 낮았으나 최근에는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표 3-7). 특히 보호 장화의 착용률은 82.8%로 매우 높게 나타났고, 모자의 착용률 역시 81.9%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보안경의 착용률은 16.9%로 다른 보호구 착용에 비하여 낮게 나타났다. 위생행위 수칙에 대해서도 대체로 잘 지켜지고 있으나 농약을 희석할 때에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는 항목의 경우 다른 위생행위 수칙에 비하여 잘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3-7> 국내 남성 농업인에서 보호구 착용 및 위생행위 준수율
a농업인 1,958명 중 보호구 항상 착용함 또는 위생행위 항상 준수함으로 응답한 농업인 수 및 분율
보호구의 착용과 위생행위 수칙은 연령이 높을수록, 소득과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잘 지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보호구를 착용하는 농업인은 전체에서 9% 정도로 적었으며 특히 비닐하우스 작목 농업인의 경우 다른 작목 농업인에 비해 보호구 착용이 낮았다. 위생행위 수칙을 모두 잘 준수하는 농업인은 40% 정도였고, 밭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의 위생행위 수칙 준수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보호구 착용 및 위생행위 준수율은 보고된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대체로 낮지 않는 편이다.
보호구 착용은 농약의 피부 및 호흡기 접촉을 막아 줄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
한편 보호구를 착용한 농업인들 중에서도 여전히 임상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들이 있어 보호구를 올바로 사용하는 교육이 중요하다. 그러나 어떤 요인이 보호구 착용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다. 가장 많이 연구된 것은 농약 사용에 대한 교육 여부로서 교육을 받은 경우 보호구 착용률을 높인다는 결과들과 교육이 효과가 없었다는 연구들이 함께 보고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교육이 일정한 효과는 있지만 교육 자체만으로 완전한 착용을 유도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보호구 착용과 관련된 또 다른 요인으로 농업인들은 냄새나는 농약을 취급할 때 보호구를 더 많이 착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농약에 인위적으로 냄새나는 물질을 추가하는 것도 행위유발 차원에서 필요할 수 있다.
농약은 농작업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중에도 상당히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표 3-8). 우리 주변에서 대표적으로 흔히 농약을 사용하고 있는 형태는 가정 내에서 모기 등 곤충 매개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모기향, 뿌리는 살충제, 벌레 쫓는 약, 바퀴벌레 및 개미약 등)이다. 그 외에 정원 및 가정 내 원예용 농약, 애완동물용 샴푸 등에도 농약이 함유되어 있으며, 아파트나 공원의 조경을 위해, 거리의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농약이 살포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머릿니 치료 샴푸를 처방받은 어린이들에서 피레트린 계통의 농약 대사산물 농도가 유의하게 증가되었다고 보고된 바 있다. 그뿐 아니라 골프 등 레저활동, 농업 및 임업용으로 살포된 농약에 의한 오염 등을 통해서 광범위하게 노출되는 경우들이 있다. 이처럼 일반 국민들은 비록 농업인에 비해 훨씬 낮은 농도이긴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농약에 노출되고 있다.
<표 3-8> 생활환경 중 농약 노출 사례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는 약 200가지 이상의 환경오염물질에 대한 생체시료 측정을 하고 있다. 2009년도에 보고된 4차 보고서에 의하면 거의 모든 일반 국민들에게 농약 대사물질이 검출되어 농약을 직업적으로 다루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농약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특히 6-11세 어린이에서는 일부 농약 노출량이 성인보다 많다고 보고된 바 있다(표 3-9).
<표 3-9>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소변 중 TCPy 농도
(단위:㎍/g creatinine)
achlorpyrifos 농약의 대사물질. 기하평균
출처:CDC. Fourth National Report on Human Exposure to Environmental Chemicals. 2009.
모기약 살포에 의한 건강영향은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보건학적 주제이다. 모기약은 말라리아, 일본 뇌염과 같은 곤충 매개 질환의 예방뿐 아니라 모기나 파리, 바퀴벌레에 의한 생활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모기약 자체가 생명체를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물질이므로 인체에(특히 임산부나 소아) 잠재적인 건강영향이 있을 수 있다. 국내에서 지금까지는 주로 모기약 용기와 관련된 사고들(용기 폭발 등)이 보고되었을 뿐이나 향후 모기약 살포를 통한 환경적 농약 노출과 건강영향에 대한 연구들도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국내에서 2012년 국내 초등학생 70명을 대상으로 피레스로이드계 농약의 대사산물인 소변 중 3-PBA농도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크레아티닌으로 보정된 기하평균값이 1.46㎍/g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1-2002년도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의 0.42㎍/g, 독일 환경조사(GerES)에서의 0.49㎍/L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조사 시점이 가정 내에서 살충제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계절이었음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서의 환경 중 농약 노출은 다른 나라보다 매우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농약은 골프장에서 잔디를 관리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살포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보건학적 관심이 높아, 외국에서도 골프장 내 농약의 사용 실태 등에 대한 생태학적 연구들이 실시된 바 있다. 미국의 골프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골프장 이용 시 노출되는 농약에 의한 발암 및 비발암성 위험도를 평가한 연구들에 의하면 골프장 이용자가 일반인보다 농약에 더 노출되고 있지만 유해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부에서 연 2회 골프장에서 사용된 농약량을 조사하고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2010년 전체 389,394kg을 사용하였으며 단위면적(ha)당 사용량은 10.9kg이며 지역별 차이가 컸다. 이러한 규모의 사용량은 농작업에서의 단위면적당 사용량과 비슷한 수준으로서 최근 10여 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따라서 농작업뿐 아니라 골프장 종사자 및 사용자들이 농약에 많이 노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환경 중 농약 노출과 농작업에서의 농약 노출 간에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농작업에 사용되는 농약들은 농촌진흥청에 등록 관리되고 있어 어떠한 농약들이 사용되고 있는지 상대적으로 쉽게 파악되고 있다. 한국작물보호협회 자료를 통해서도 농작업 시 사용되는 농약들의 종류와 양을 파악할 수 있으며, 그 외 농협 및 농약 판매상 자료들을 활용하여 보완이 가능하다. 그러나 환경 중 농약은 성분은 농약이지만 일반 화학물질에 섞여 사용되고 있어 다양한 상품으로서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제품에 얼마만큼의 농약들이 포함되어 있고 사용되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시중에 사용되고 있는 생활물질들의 각 성분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건강영향이 많이 보고된 특정 농약 성분에 대해 우선 생활상의 사용을 금지하고 그 다음 단계로 농작업에서의 사용제한을 적용한다(예, chlorpyrifos).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거꾸로 농작업 농약으로 금지된 물질들이 환경 중 농약으로 검출되고 있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농약관리가 개별 부처를 넘어 통합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농작업 농약과 환경 중 농약의 노출 대상이 다르다. 농업용 농약은 직업적으로 살포하는 성인 농업인들에게 주로 노출되지만 환경 중 농약은 어린이와 산모를 포함한 모든 인구집단에게 노출된다. 환경적 노출은 매우 광범위한 노출집단의 범위를 갖고 있으므로 취약집단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노출 경로를 갖고 있어 다른 측정 방법보다도 생물학적 측정이 환경적 농약 노출을 평가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변 중 대사산물 검사 종류가 제한되어 있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며 노출 농도도 낮아 직업적 노출보다 노출 평가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환경 중 농약 노출 평가 정보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직접 측정된 값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 외에 농업총조사 자료의 각 지역별 작목별 면적, 농협의 각 지역별 농약공급량 자료를 근거로 지역별 자료값을 할당할 수 있으며, 각 개인의 거주지의 좌표 정보를 활용하여 농경지와의 거리를 측정하고 농약 노출에 대한 값을 추정할 수도 있다.
그리고 농작업 농약은 높은 농도에 집중적으로 며칠간 노출되는 데 반해 환경 노출은 상대적으로 낮은 농도에 일 년 내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노출 형태의 차이는 같은 농약에 노출되더라도 서로 다른 건강영향을 나타낼 수 있다. 한편 환경 중 낮은 농도의 유해물질에 노출되었을 때도 유해한 건강영향이 발생되는지, 발생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학문적으로 많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