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영향(health outcomes)이란 신체 상태나 기능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미세한 생체지표의 변화에서부터 임상증상, 질병 발생 및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포괄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방사선 노출로 인한 악성종양은 노출 후 수 년 혹은 수십 년 이후에 발생하는 최종적인 형태의 만성효과이지만 세포와 장기에서의 각종 생물학적 변화들은 노출 직후부터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생체 변화 모두를 건강 영향이라고 하며, 가능한 여러 단계의 건강 영향을 동시에 평가하는 것이 노출과 건강 영향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이상적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개별 연구에서는 특정 단계에서의 특정 건강 영향만을 평가한다.
역학 연구에서 질병 발생 이전의 전임상(preclinical) 단계의 건강 영향을 조사하는 것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질병 발생 이전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어 노출과 질병 발생 기전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조기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질병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전임상 단계의 값을 갖고 있어 연구에서의 검정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
질병 및 사망원인의 정의는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질병분류(International Statisic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and Related Health Problems, ICD)를 사용하고 있어 이 분류체계를 사용하는 것이 기존 연구들과의 비교성을 높이는 데 바람직하다. 그러나 명확히 설정되지 않은 질병에 대해서는 정의를 다양하게 하거나, 여러 건강 영향의 묶음을 질병 정의로 설정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급성방사선증후군(acute radiation syndrome)은 단기간에 방사선에 고노출(보통 1Gy 이상)되어 나타나는 여러 건강 영향을 종합하여 정의한 질병이다.
건강 영향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으며, 이는 다양한 측면에서 건강 영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즉 건강 영향이 나타나는 부위에 따라서 국소적(local) 영향(피부병변 혹은 백내장 등)과 전신적(systemic) 영향(암, 심혈관 질환, 신경계질환 등)으로 구분한다. 건강 영향이 나타나는 속도에 따라서는 노출 후 수 일 이내에 발생하는 급성 영향(acute)과 수년에서 수십 년 뒤에 발생하는 만성영향(chronic)으로 구별한다. 건강 영향의 지속성을 기준으로 해서는 일시적(temporary) 건강 영향과 영구적(permanent) 건강 영향으로도 구분된다. 노출과의 연관성에 근거해서는 특이적(specific) 건강 영향과 비특이적(nonspecific) 건강 영향으로 구분된다. 한편 건강 영향의 반응이 민감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과다반응 (hyperreactivity)과 과민반응 (hypersensitivity)으로 구분한다. 과다반응은 노출에 의해 정상적으로도 발생하는 건강 영향의 종류이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저노출된 경우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을 말하며, 과민반응은 정상에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건강 영향이 노출로 인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레르기와 예기치 않은 부작용 등이 해당한다.
건강 영향의 평가(evaluation) 방법으로는 실험실적 생체지표 분석, 설문 및 인터뷰 조사, 임상검사, 질병이나 사망 코드를 통한 평가 등이 포함된다. 또한 건강 자료의 종류는 일차 및 이차자료로 분류한다. 일차자료(primary data)는 특정 연구를 위해 직접 수집된 자료로서 설문, 임상검사, 실험실적 검사들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미국 방사선사 코호트 연구에서 설문을 통해 직접적인 노출력과 질병력을 확보한 것이나, 일본 원폭 생존자들에 대해 2년마다 건강진단을 통해 임상증상과 생체지표 분석 등을 실시하는 것은 일차자료에 속한다. 이차자료(secondary data)란 연구 외 목적으로 수집되거나 신고된 자료 중 연구에 활용하는 자료를 말하며 대표적으로 학교나 사업장 의무기록자료, 보고되는 질병 등록자료, 사망 및 암등록 자료 등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미국 방사선사 코호트 연구 및 일본 원폭 생존자 연구에서 개인별로 연계된 사망 혹은 암 발생자료 등이 이차자료에 해당한다.
방사선은 많은 신체 기관에 건강 영향을 초래한다(표 9.1.1). 악성종양과 관련해서는 여러 장기가 방사선 노출과의 인과성이 확인되었거나 양의 연관성을 보인다. 이때 방사선에 대한 발암성 평가는 다른 발암물질들과 달리 실험실적 연구 결과들뿐 아니라 직접적인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역학 연구 결과들에 근거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 외에도 방사선 노출은 심혈관 질환, 백내장, 갑상선, 호흡기계, 신경정신계 질환 등 다양한 비악성종양 질환들의 위험도를 증가시킨다. 그러나 비악성종양의 경우 암과 달리 질환의 정의가 발생이 아니라 사망 자료에 의존하거나, 임상 진단으로 정의된 일부 연구의 경우에는 소수의 인구집단에만 적용된 경우들이 많다. 따라서 비악성종양의 건강 영향은 악성종양에 비해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
표 9.1.1 방사선 노출과 연관성이 알려진 대표적 질환들
방사선 노출 시 에너지가 체내에 전달되면서 DNA에 직접 손상을 일으키기도 하고, 세포를 전리시킴으로써 생성된 여러 화학물질에 의해 간접적으로 손상이 발생하기도 한다2). 손상은 정상적으로 복구되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 세포가 사멸하여 질병 및 사망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사멸되지 않은 세포가 변형되어 악성종양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방사선 노출에 의한 암 발생 기전은 DNA에 대한 직접적인 손상뿐 아니라 후생 유전학적 기전 및 세포들과의 상호작용 등 다양한 기전들이 관여한다. 방사선은 암 발생 시 기폭제(initiator)뿐 아니라 촉진제(promoter)의 역할로도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선의 영향은 세포의 증식 활동에 비례하며 세포의 분화 정도에는 반비례한다. 즉 세포의 분열이 활발할수록 방사선에 민감하며 성숙한 세포의 경우 덜 민감하다. 따라서 방사선의 인체 영향은 증식 활동이 많은 골수 및 장 세포가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세포분화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어린이에게서 더 큰 영향을 보인다. 이처럼 방사선의 신체 영향은 방사선량에 크게 영향을 받지만, 세포의 종류와 영양상태 등 신체의 다른 인자들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방사선 노출에 의한 건강 영향은 현재 확률론적 영향(stochastic effects)과 조직반응(tissue reactions)으로 구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용어들은 방사선 생물학 연구의 축적에 따라 역사적으로 변화되어 왔다. 우선 1984년 ICRP 41 보고서에서는 방사선의 건강 영향을 확률론적 영향과 비확률론적 영향(non-stochastic effects)으로 구분한 바 있다. 이후 1991년 ICRP 60 보고서에서는 비확률론적 영향을 ‘방사선 노출에 의해 인과적으로 결정된다(causally determined by precedeing events)’는 의미에서 결정론적 영향(deterministic effects)으로 변경하였다. 그리고 2007년 ICRP 107 보고서에서는 결정론적 영향이 단지 방사선 노출 당시에 결정된다기보다는, 노출 이후 여러 인자들에 의해 조절(modification)될 수 있다는 생물학적 근거에 의해 조직반응(tissue reactions)이라는 용어로 변경하였다.
확률론적 영향은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세포의 이상증식 혹은 유전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악성종양과 유전질환을 말한다. 이론적으로 매우 낮은 방사선 선량에 노출되어도 확률론적 건강 영향들이 발생 될 수 있어 방사선량에 대한 문턱을 설정할 수 없다. 즉 낮은 선량에서도 질병 발생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존재하며 노출 선량이 많아지면 건강 영향의 가능성도 그만큼 더 커진다. 즉 방사선 노출 시 방사선에 의한 건강 영향이 누구에게나 반드시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선량이 높아질수록 건강 영향이 나타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방사선 노출이 증가함에 따라 누가 암에 걸리고 걸리지 않는지는 개인적 차원의 우연(variation)에 의해서 결정될 수 있지만, 인구집단 차원에서 암 발생확률이 증가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즉 암 발생이 세포 증식 과정에서 우연에 의해 발생할 수 있지만 방사선 노출이 증가하면 필연적으로 더욱 증가하게 된다. 이것은 컴퓨터 자판을 칠때 환경조건이 어두우면 (방사선량이 많은 경우) 입력 에러가(암발생) 평소보다 많이 발생하는 경우로 이해될 수 있다.
결정론적 영향은 여러 세포에 손상을 일으켜 세포들의 손상(기능 상실 또는 사멸)이 나타나는 건강 영향을 말하며, 확률론적 영향을 제외한 건강 영향들이(피부 홍반, 수종, 궤양, 탈모, 기형, 각 장기의 기능 부전 등) 포함된다. 이러한 영향들이 임상적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상의 방사선량에 노출되어야 하며 건강 영향의 심각도(severity)는 선량 증가에 따라 증가한다. 즉 문턱선량에 초과하여 노출되면 거의 필연적으로(결정적으로) 나타나는 영향을 말한다. 이때 문턱선량은 일반적으로 방사선 노출자 100명 중 1명에서 영향이 나타날 때의 선량을 의미하며 개인별로는 다른 문턱선량의 수준을 가질 수 있다.
확률론적 영향과 조직반응(결정론적 영향)의 특성은 일반적으로 표 9.1.2와 같이 구별되나 서로 배타적으로 엄격히 구별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확률론적 영향으로 분류되는 악성종양 중에서도 골육종(bone sarcoma)과 기저세포암(basal cell skin cancer)의 경우는 조직반응의 특성을, 조직반응으로 분류되는 비악성종양 질환들의 경우(심혈관 질환 및 백내장 등)에서도 확률론적 특성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이분법적 구별은 방사선에 의한 건강 영향을 이해하고 관리하기 위한 과정이며, 향후 많은 연구가 축적되면 다른 용어를 통해 방사선의 건강영향이 더욱 입체적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표 9.1.2 결정론적 영향과 확률론적 영향의 특성 비교
방사선에 의한 건강 영향은 누적(accumulation)된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과거에 노출된 방사선의 건강 영향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생 누적되어 다음의 건강 영향으로 이어진다. 이런 이유로 방사선 노출과 건강 영향(특히 확률론적 영향)을 파악하는데 누적선량을 주로 사용한다. 이는 흡연에 의한 건강 영향을 평가할 때 처음 흡연 나이와 함께 총흡연량이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는 사례와 유사하다. 따라서 외부 방사선 노출의 경우 노출 이후 방사선이 신체에 남아있지 않지만, 노출력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중요하다. 마치 약물에 대한 의무기록처럼 방사선 노출 이력을 관리하는 것은, 역학적으로 환자들의 총 누적량을 파악하여 방사선 사용에 대한 임상적 판단 및 질병과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
2) 방사선의 생물학적 영향에 관해서는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별도의 전문분야 자료를 참고할 것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