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으로 인해 급성으로 중독되는 사람들의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농약 및 질병관리의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만약 노출 및 질병에 대한 기술 역학적 기본 정보들이 부정확한 자료에 근거하였다면 이후에 수행되는 일련의 연구들과 해당 질병에 대한 관리 방향이 잘못될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농약 중독에 대한 감시체계가 없고 산발적인 연구들에 의해 농약 중독이 보고되는 국가일수록 이러한 위험성이 높다. 질병 규모를 올바로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며 이러한 역할은 다른 학문 분야보다는 보건학이라는 학문 영역에서 가장 적합하게 담당해 줄 수 있다.
기술역학(descriptive epidemiology) 연구는 인구집단에서 질병의 발생양상을 인적, 지역적, 시간적 특성별로 파악하여, 질병발생 원인에 관한 가설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주는 연구 분야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결정하고 의료정책 수립 그리고 효과적인 질병예방 또는 보건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기술적 연구만으로는 질병발생의 인과관계를 규명할 수는 없지만, 질병발생 양상을 파악하고 인과관계의 가설을 설정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농약 중독으로 인한 사망률이 남성 노인층에서 높았다면 이들을 농약 중독의 고위험집단으로 설정하여 예방대책을 세우는 것과 더불어 이 집단에서의 농작업 특성이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환경요인 등이 높은 농약 중독 사망의 원인일 것이라는 가설을 설정할 수 있다. 기술역학은 각 인구집단의 특성을 반영하고 설명해 줄 수 있기 때문에 보건학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를 이룬다.
질병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질병 자체를 분명히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농약에 의한 사망(pesticide-related death)은 상대적으로 쉽고 분명하게 정의할 수 있으나 농약 중독(pesticide poisoning)은 그 자체를 진단하기가 쉽지 않으며 무엇을 기준으로 중독의 정의를 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더구나 농약 관련성 질병(pesticide-related illness)의 개념에는 농약으로 인한 급성중독 외에 만성질환들(암, 신경계 질환, 생식기계 질환, 발달 장애, 면역 질환, 천식 및 호흡기 질환 등)이 포함되며 이들은 농약과의 연관성 자체가 불분명한 경우들이 있고 노출 후 발생까지 기간이 명확하지 않아 그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향후 큰 과제이다.
농약 중독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보건학적 문제로서 세계보건기구에서는 1990년에 전 세계적으로 약 3백만 명이 농약 중독으로 입원하였고 그중 2백만 명은 자살목적으로 농약을 복용하였으며, 이중에서 22만여 명이 사망하였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후 2001년도 자료에 의하면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만 약 30만 명의 농약 복용 자살자가 보고되었으며 남아메리카 등 다른 지역의 피해를 고려하면 농약으로 인한 사망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2007년 연구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농약 복용으로 인한 자살은 매년 258,234(233,997-325,907)명으로 추산된 바 있다(표 2-1).
<표 2-1> 농약 중독으로 인한 연간 자살 추정치에 대한 국제적 분포
출처 : Gunnell D et al. The global distribution of fatal pesticide self-poisoning : systematic review. BMC Public Health. 2007.
이것은 전 세계 자살의 약 30%를 차지하는 규모이며 지역적으로는 서태평양 지역에서 56%, 아프리카 23%, 동남아시아 21%, 동부 지중해 17%, 미주 5%, 유럽 4% 정도씩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경미한 증상의 농약 중독에서부터 입원의 경우까지 다양한 중독을 포함하는 비사망(nonfatal) 농약 중독은 사망의 경우보다 규모를 파악하기가 훨씬 어렵다. 일반적으로 감시체계를 비롯하여 전국표본조사, 지역사회 설문조사, 병원 자료 등 여러 방법들이 활용되고 있으나 각 나라별로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이 서로 다르고 각 자료원에 대한 제한점으로 인해 통일성 있는 비교는 쉽지 않다. 특히 임상증상이나 노출 상황에 대한 주관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 일관된 비교가 더욱 어렵다. 따라서 농약 중독 사망과는 달리 비사망 농약 중독 규모에 대한 전 세계적 추산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못하였으며 각 나라별로 개별적인 보고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US NIOSH)에서 진행하고 있는 농약 중독 감시 프로그램을 통해서 1998년과 1999년 사이에 농업인에서 10만 명당 18명, 비농업인에서 0.5명의 농약 중독 발생률을 보고한 바 있으며, 캘리포니아 지역 감시체계에서는 1998년도에 10만 명당 3명으로 보고하였다. 미국 내 퇴원환자 자료에서는 10만 명당 1-8명의 농약 중독 환자가 보고되었으며 인종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또한 중앙아메리카 7개 나라(벨리즈,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파나마)에서 진행된 감시체계에서는 2001년도에 10만 명당 8-32명의 농약 중독을 보고한 바 있다. 한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농촌 지역 자료에서는 10만 명당 41명을, 브라질의 한 지역 중독 감시 자료를 통해서는 10만 명당 25-66명의 농약 중독 발생률을 보였다. 그리고 대만에서는 병원 자료를 통해 10만 명당 2-6명의 농약 중독 환자를 보고하기도 하였으며 북유럽에서는 10만 명당 1명 미만으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농약 중독률을 보고하였다. 이처럼 비치명적 농약 중독률에 대해서는 각 나라별 차이가 크며 한 나라 내에서도 자료원이나 지역 및 시기에 따라서 다양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농약으로 중독되는 사람들의 규모를 올바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자료원이 동원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한 가지 특정 자료원이 사망에서부터 경미한 증상까지 다양한 농약 중독의 양상을 반영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즉 사망원인통계 자료는 주로 자살목적으로 농약을 복용한 경우를 반영해 주는 반면, 지역사회 설문조사 자료는 직업적 농약 노출로 인한 경미한 농약 중독의 경우를 주로 반영해 준다. 따라서 각 자료원의 특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농약 중독의 규모를 파악하고 입체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에서 농약 중독 규모 산출을 위한 활용 가능한 자료원들의 특성은 <표 2-2>와 같으며, 이들 자료원 중에서 사망원인통계 자료, 퇴원손상심층조사 자료, 국가응급환자진료정보망 자료, 건강보험 자료 등 2차 자료들을 통해서 농약 중독의 규모에 대한 연구가 실시된 바 있다.
<표 2-2> 국내에서 농약 중독 규모 산출을 위해 활용 가능한 자료원
이러한 2차 자료(secondary health data)는 주로 행정적 목적으로 수집된 자료이기 때문에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기에는 여러 제한점을 갖는다. 우선 의료이용을 하지 않은 가벼운 중독 증상이나 자가 치료한 중독의 경우 포함시키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농약 중독이 전체적으로 과소보고(under- reporting)될 가능성이 높다. 농약 중독의 원인별로는 직업적 노출로 인한 농약중독을 과소평가시키고 자살에 의한 비중을 상대적으로 과대평가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중독 원인 물질 및 중독자의 대상자 특성도 왜곡될 수 있다. 따라서 각 자료의 특성을 고려한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해석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2차 자료는 연구 목적으로 자세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특정 농약 물질 및 직업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많은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2차 자료는 지속적으로 수집되고 있어 매우 효율적으로 보건문제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제한점이 없는 자료원을 연구에 활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실제로 그러한 자료원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특히 보건학 연구에서는 무결점의 완벽한 자료원을 찾는 것보다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자료원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올바른 해석을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가) 사망원인통계 자료를 통한 연구
사망은 가장 극단적인 건강영향으로서 사망의 규모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사망원인통계자료가 이용되고 있다. 사망원인통계 자료는 국제질병표준분류에 따라 질병 및 사망원인을 코드화하였고 이를 통해 농약 중독으로 인한 사망을 정의하여 파악할 수 있다. 사망원인통계 자료에서 선행사인(underlying cause of death) 코드가 T60.0- T60.9인 경우를 농약 중독으로 정의하고, 사망의 외인(external cause of death) 코드를 이용하여 농약에 의한 불의의 중독(X48), 농약에 의한 자의의 중독(X68), 농약에 의한 가해(X87), 농약에 의한 의도 미확인의 중독(Y18)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내 사망원인통계 자료에 의하면 1996년에서 2010년 사이 농약 중독으로 인해 연평균 약 2,7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2-3). 이러한 수치는 전체 사망의 1%, 전체 자살의 23%, 전체 중독의 61%를 차지하는 규모이다(표 2-4). 농약 중독 사망률(pesticide poisoning mortality)은 연령증가에 따라 증가하였으며 60세 이후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전체 자살 및 전체 중독에서 농약 중독이 차지하는 분율도 연령증가에 따라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전체사망에 대한 연령표준화율이 1,000명당 6.91명에서 3.93명으로 감소한 것에 비해 농약으로 인한 표준화 사망률은 10만 명당 4.63명에서 5.07명으로 증가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표 2-3> 국내 농약 중독의 연령표준화 사망률, 1996-2010
a10만 명당 연령표준화 사망률
<표 2-4> 국내 농약 중독의 연령별 사망률과 자살 및 중독에서 차지하는 분율, 1996-2010
a10만 명당 연령표준화 사망률
서로 다른 시기 혹은 지역 간 질병의 규모를 올바로 비교하기 위해서는 표준화(standardization)율을 산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표준화는 질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 대표적으로 연령과 성별의 구성이 다른 인구집단에서의 질병양상을 비교하기 위해 사용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연령표준화율을 산출함으로서 비교하고자 하는 인구집단의 연령구조의 차이로 인한 영향을 배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연령이나 성별에 대한 표준화율을 주로 산출하지만 연구특성에 따라서 중요하게 생각되는 다른 변수를 기준으로 표준화율을 산출할 수도 있다. 만약 표준화를 하지 않으면 집단 간의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자료 해석의 왜곡을 갖고 올 수 있다. 연령표준화의 원리는 비교하고자 하는 인구집단의 연령별 율을 표준인구집단의 연령별 인구구조에 적용했을 때 기대되는 가상적인 사망자수(발생자수, 유병자수)를 산출하는 것이다. 표준인구 구조를 적용하여 산출된 연령별 사망자수를 모두 합산한 값을 분자로, 표준인구집단의 전체인구수를 분모로 하여 표준화율을 산출한다(계산과정은 제4장 참조).
농약으로 인한 사망의 원인별 분포를 살펴보면 자살목적의 고의적 복용이 85%를 차지하고, 사고로 인한 사망이 6.3%, 고의적 가해로 인한 사망이 0.2%를 차지하였다. 농약 복용으로 인한 자살률은 급격히 증가한 반면 사고에 의한 농약사망은 감소하는 양상을 보여 농약이 우리나라 자살 문제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의도 미확인의 농약 중독사망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 중에서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농약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는 남자가 여자보다 약 2배 정도 많았으며 계절별로는 4월에서 9월까지의 사망률이 다른 계절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어 농작업 기간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그림 2-1). 농약사망의 주요 원인 물질은 제초제 및 살균제(66.3%)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유기인계 및 카바메이트계 살충제(11.1%)순이었다. 그리고 농약으로 인한 사망이 시골지역에서 뿐만 아니라 도시지역에서도 약 20% 정도 발생하고 있어 농약이 단지 농촌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그림 2-2). 직업별 양상을 살펴보면 농업종사자가 전체 사망자에서 약 30%를 차지하고 있었고 절반이 넘는 사망자가 무직이었다. 농촌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노인들의 직업이 농업으로 분류되지 않는 경우들이 많은 것을 고려해 보 면 무직자의 상당수가 농사를 짓는 사람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농업 및 무직 이외의 직업군에는 서비스업종사자와 단순노무종사자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망자의 교육수준별 양상을 살펴보면 초등학교 졸업 이하가 전체 사망자의 약 60%로 대부분을 차지하여 전반적으로 사회적 계층이 낮은 사람들에서 농약 중독 사망이 많이 발생함을 알 수 있다.
<그림 2-1> 국내 농약 중독으로 인한 사망의 월별양상, 1996-2010
<그림 2-2> 국내 농약 중독으로 인한 10만 명당 사망률의 지역적 분포, 1996-2005
출처:Lee WJ and Cha ES. Overview of pesticide poisoning in South Korea. Journal of Rural Medicine. 2009.
농약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우리나라에서 다른 질환의 사망 원인과 비교해서 결코 적지 않은 규모이다. 국내 사망원인통계 자료에 의하면 유방암, 자궁암, 간염, 뇌종양, 백혈병, 알쯔하이머병 등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에 비하여 농약 중독으로 인한 사망 규모가 훨씬 크다. 그러나 농약 중독은 그 규모에 비해서 의료계 및 국민들에게 간과되어 왔으며 이는 농약 중독이 대체로 사회적 소외계층 및 약자들에서 주로 발생되고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농약 중독은 다른 질병들보다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개입과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나) 퇴원손상심층조사 자료를 통한 연구
사망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농약 중독으로 입원하는 사람들의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전체적인 농약 중독의 크기를 파악하기 위해 중요하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전국 100병상 이상의 일반 병원에 입원하였다가 퇴원한 모든 환자 중 표본으로 선정된 170개 병원의 표본 환자를 선정하여 퇴원환자에 대한 전국단위의 표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비록 병원의 입퇴원 환자를 모두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이러한 표본조사 자료를 통해 전국 추정치를 산출할 수 있다. 농약 중독의 정의는 주 진단코드가 T60.0에서 T60.9인 경우로 정의하고 질병의 외인코드(X48, X68, X87, Y18)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 농약 중독의 원인을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표본조사(sample survey)는 인구집단의 대표성을 갖는 지표를 산출하는 데 유용하다. 표본조사는 연구대상이 되는 모든 사람들(모집단) 중에서 대표성이 있는 일부 집단을 선정하여 조사를 하는 것으로 연구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위해 보건학 연구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표본틀 설정이 필요하며 이 안에서 대상자들이 동등한 가능성으로 선정될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표본추출이다. 대표성을 위해 일반적으로 지역과 주택유형 등의 변수를 기준으로 층화하며, 퇴원환자조사에서는 지역과 병원규모를 기준으로 층화하였다. 표본조사 자료를 분석할 때에는 일부 표본에 대한 자료를 근거로 전체 규모를 추정해야 하므로 가중치(sampling weights)를 고려한 추정치 산출이 중요하다. 이때 가중치는 여러 단계(설계가중치, 무응답 보정, 사후층화 보정 등)를 통해 구해진다. 예를 들어 퇴원손상심층조사에서는 전국 100병상 이상의 병원에서 일부 병원을 확률비례배분법으로 선정하고 각 병원 내에서 퇴원환자를 계통추출법으로 선정하는 2단 추출법을 적용하였다. 따라서 가중치는 전체 모집단에서 해당 병원이 뽑힐 비율의 역수와 병원 내에서 해당 환자가 뽑힐 비율의 역수를 곱하여 산출한다.
퇴원손상심층조사 자료를 이용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2004-2006년 동안 농약 중독 입원율(퇴원율)(pesticide-related hospitalization)은 10만 명당 17.8명으로 총 환자수는 25,982명으로 추산되었다(표 2-5). 이 중에서 연간 5,185명이 사망하였으며 사망률은 10만 명당 3.5명으로 산출되었다. 이러한 규모는 비슷한 형태의 자료를 통해 보고된 미국이나 대만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서 우리나라에서 농약으로 입원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보여 준다. 만약 100병상 미만의 병원에 입원한 농약 중독 환자들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욱 클 것이다. 의도적인 목적으로 복용한 경우가 전체 농약 중독에서 약 70%를 차지하였고 농약 중독 입원율은 남성인 경우, 60세 이상에서, 시골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그리고 농사를 짓는 시기에 높게 나타나 농약 중독 사망에서와 비슷한 지역적, 인적, 시간적 분포의 특성을 보여 주었다.
<표 2-5> 국내 농약 중독의 연령표준화 입원율, 2004-2006
a10만 명당 연령표준화 입원율
출처 : Kim HJ et al. Pesticide poisonings in South Korea:findings from the National Hospital Discharge Survey 2004-2006. Human & Experimental Toxicology. 2012.
다) 국가응급환자진료정보망 자료를 통한 연구
농약 중독으로 응급실을 방문해서 치료받은 경우들을 살펴보는 것도 농약 중독의 규모를 파악하는 데 유용한 자료원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응급환자진료정보망(National Emergency Department Information System)이라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2011년 현재 142개의 응급의료센터로부터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발간한 응급의료 통계연보에 의하면 2011년 한 해 동안 전국 응급의료센터에 내원한 응급환자 수는 총 10,327,028명이었고, 이 중 국가응급환자진료정보망에 등록된 응급의료센터를 내원한 환자는 4,429,353명(42.9%)으로 보고되었다.
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농약 중독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경우는 2006-2009년간 11,985명으로 연평균 10만 명당 26.8명의 응급실 방문율(emergency department visit)을 보여 주었으며(표 2-6) 연도별 큰 차이는 없었다. 응급실을 방문한 전체 중독 환자 중에서 농약 중독은 18.2%를 차지해 사망 자료에서의 분율보다 약 1/3 수준으로 낮았다. 농약 중독으로 인한 입원기간은 3일 이하가 대부분이었고 사망률은 퇴원손상심층조사 자료에서보다 낮았다. 농약 중독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율은 연령증가에 따라 급격히 증가하였으며 남성에서 높았다. 원인별로는 의도적 복용이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원인물질은 제초제류가 가장 많았다. 계절별로는 여름이 34%로 가장 높았고 겨울이 16%로 가장 낮았다.
<표 2-6> 국내 연령별 농약 중독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율, 2006-2009
a10만 명당 연령별 응급실 방문율
출처:Ko Y et al. Emergency department visits due to pesticide poisoning in South Korea, 2006-2009. Clinical Toxicology(Philadelphia). 2012.
국가응급환자진료정보망은 표본 자료가 아니므로 우리나라 전체 응급실 방문을 대표한다고 보기에는 한계점을 갖는다. 그러나 지역과 연도별 응급의료센터의 수와 방문 환자들의 분포를 고려하여 가중치를 적용하면 어느 정도 대표성 있는 결과를 보고할 수 있다. 또한 도시와 농촌 간의 보고체계에 대한 차이가 결과에 영향을 주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도시와 농촌 간에 비특이적 물질(unspecified substances)이라고 보고한 분율을 비교할 수 있다. 즉 비특이적 물질로 보고된 분율이 높을수록 부정확한 정보가 많고 정보 입력 등의 처리가 불완전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자료에서는 농촌과 도시가 각각 7.6%, 7.2%로 거의 비슷하였다. 따라서 도시와 농촌 간의 차이가 이 시스템의 자료 입력상의 신뢰도나 정확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이 자료에서는 환자의 개인 식별 구분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같은 환자가 병원 간의 이동으로 중복 계산될 수 있으므로,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처음 도착한 병원과 전원된 병원, 그리고 각 병원의 입퇴원 일자의 시간적 경과를 방문 환자들의 성별, 나이, 발생일자, 그리고 보험유형을 결합하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보건학에서는 비록 자료의 특성상 제한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다양하고 깊이 있는 해석을 통해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라) 건강보험 자료를 통한 연구
건강보험 자료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자료원으로서 보건학 영역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건강보험 자료에 포함된 변수는 외래 및 입원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발생되는 모든 진료내역 및 비용에 대한 정보로서, 성별, 연령 등의 환자에 대한 일반적인 특성과 상병 코드, 요양개시 및 종료일자, 수술항목 및 처방약제 등의 진료내역, 총 의료비와 개인부담의료비, 각 진료내역 및 약제비에 대한 비용, 병의원의 유형과 지역 등 요양기관 현황들의 정보가 수집되어 있다.
농약 중독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 건강보험 자료를 활용할 때에는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건강보험 자료에는 주상병 및 부상병이 구분되어 있고 각 사람마다 여러 개의 부상병을 포함할 수 있다. 따라서 농약 중독의 정의를 주상병에 국한할지 부상병까지 확대할지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보험 자료에서의 상병 코드의 타당성 문제가 일부 제기되기도 하지만 급성 농약 중독의 경우 응급성 질환이면서 상대적으로 중증도가 심한 질병이기 때문에 다른 질환에 비해서 오분류되는 정도가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건강보험 자료에는 자세한 진료내역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질환에 대한 특이적인 처방약제 및 처치코드를 활용하여 보다 정확한 질병의 확인을 위한 조작적 정의가 가능하다. 그리고 동일한 사람이 여러 번 병의원을 방문한 경우에는 방문한 모든 건수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요양개시 일자가 가장 빠른 첫 번째 청구 건을 기준으로 발생자를 정의하여 발생률을 산출할 수 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의 건강보험 자료를 활용하여 분석한 결과, 5년간 농약 중독으로 병의원을 이용한 환자는 총 45,290명이었고, 발생률은 10만 명당 18.3명이었다(표 2-7). 지역별로 농약 중독 발생자의 분포를 살펴보면 중소도시(55%), 대도시(25%), 시골지역(21%) 순이었으나, 지역별 인구수를 고려한 발생률을 산출해 보면 시골지역이 10만 명당 40.6명, 중소도시지역이 23.2명, 대도시가 8.4명으로 나타나 대도시에 비해서 시골지역이 약 5배 정도 높았다. 10만 명당 농약 중독 발생률은 남성에서 23.7명, 여성에서 14.0명으로 다른 자료에서와 마찬가지로 남성에서 농약 중독률이 높았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농약 중독이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 10만 명당 연령별 발생률은 0-9세 구간이 4.9명에서 80세 이상이 78.1명을 보이고 있어 고연령층에서의 농약 중독이 매우 높았다.
<표 2-7> 국내 농약 중독의 연령표준화 발생률, 2006-2010
a10만 명당 연령표준화 발생률
b각 연도별 중복 환자수 제외
농약 중독의 발생 및 사망은 주로 늦은 봄과 여름에 많이 발생하여 농번기와 시기적으로 일치함을 알 수 있다. 농약을 자주 사용할 때 농약 중독이 많이 발생되는 양상은 농작업 시 농약 살포로 인한 직업성 사고가 자주 발생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농약을 복용해서 자살하는 월별양상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어 농약 안전살포 뿐만 아니라 농업인 및 일반인에서의 농약에 대한 접근성 제한 등 농약 관리가 시급하게 요구된다.
농약 중독 발생에 있어서도 가장 많은 물질은 제초제 및 살균제(38.8%)였으나 사망 자료에서보다는 분율이 낮았다. 그 대신 유기인계 및 카바메이트계 살충제(18.3%), 기타 살충제(10.7%)가 상대적으로 많은 분포를 보였다. 이는 독성이 심한 제초제에 대한 관리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며 독성은 약하지만 가정용 살충제 및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살충제로 인한 중독증상도 흔히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한편 소아는 성인보다 신진대사가 활발하고 농약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 성인과 같은 양에 중독되어도 건강영향이 성인보다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는 취약집단이기 때문에 별도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보험 자료를 활용하여 파악된 2006년부터 2010년까지의 0세부터 14세의 소아 농약 중독 환자는 총 1,407명이었고, 소아의 전체 중독에서 농약 중독은 1.7%를 차지하였다(표 2-8). 우리나라 소아에서의 농약 중독 발생률은 10만 명당 3.3명으로 남아와 1-4세인 경우에 주로 발생하였으며, 계절적으로는 여름인 6월에서 8월에 많이 발생하였다. 소아의 농약 중독 환자는 외래인 경우가 80%로 대부분을 차지하였고, 재원기간은 1일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또한, 1,407명의 소아 농약 중독 환자 중에서 사망한 경우는 6명으로 농약 중독의 중증도는 성인에 비해 경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농약중독 규모가 외국에 비해 크며 대부분 예방 가능한 사고성 중독이어서 소아 및 어린이에 대한 농약 중독 감시와 관리에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
<표 2-8> 국내 소아 농약 중독의 연령표준화 발생률, 2006-2010
a10만 명당 연령표준화 발생률
b각 연도별 중복 환자수 제외
이상의 결과를 종합하면 우리나라의 농약 중독률과 농약 중독으로 인한 치명률은 외국과 단순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주요 원인은 우리나라에서 농약 관리가 허술해 누구나 쉽게 농약을 구입하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농약 중독자 중 노인인구가 많은 것도 높은 치명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2차 자료를 통해 지금까지 파악된 농약 중독 관련 요인들로는 남성, 고연령, 농촌 지역, 농업인 및 낮은 교육수준, 농사철인 늦은 봄부터 여름까지의 시기 등이 포함된다. 향후 보다 체계적인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농약복용이 많으며 치명률이 높은 이유에 대한 분석과 그에 대한 예방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