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일본 히로시마(8월 6일)와 나가사키(8월 9일)에 핵폭탄 폭발로 인해 히로시마 인구 36만 명 중 약 14만 명이(39%), 나가사키의 경우 25만 명 중 7만 명이(28%) 1945년 말까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 당시에는 충격과 고열에 의해 주로 사상자가 발생하였으며 방사선 노출에 의해서는 급만성 건강 영향이 초래되었다. 원폭 피해 관련 건강 영향 조사를 위해 미국(US Atomic Energy Commission)에서 ABCC(Atomic Bomb Causality Commission)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각각 1947년, 1948년에 건립하였다. 1955년에 위원회(Francis Committee)에서 생존자들에 대한 장기간 추적 조사를 권고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원폭 생존자들에 대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후 일본 정부(Ministry of Foreign Affairs and 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는 1975년에 ABCC를 방사선영향연구재단(Radiation Effects Research Foundation)으로 재편성하였다.
방사선영향연구재단(https://www.rerf.or.jp/)은 원폭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활동 및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으며(표 10.1.1) 일본과 미국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연구대상자의 특성에 따라 수명연구(Life Span Study), 성인건강연구(Adult Health Study), 자궁 내 태아 연구(In Utero Study), 생존자 자녀 연구(Children of A-bomb Survivors Study, F1) 등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연구들은 원폭에 직접 노출된 유일한 인구집단으로서 방사선의 건강 영향의 이해를 확대하는 것뿐 아니라 역학적 방법론을 발전시키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표 10.1.1 일본 원폭 생존자 연구의 종류와 인원수
수명연구(Life Span Study, LSS)는 약 12만 명의 원폭 생존 일본인이 포함된 코호트 집단이다(표 10.1.2). 이들은 1) 원폭 당시 2.0km 이내 거주하는 모든 생존자, 2) 원폭 당시 2.0-2.5km 이내 거주하는 모든 생존자, 3) 2.5-10km 사이 거주자 중 2km 미만 거주 생존자들과 성별과 연령을 짝짓기한 일부 대상자, 4) 10km 이상 거주하는 사람 중 2km 미만 거주 생존자들과 성별과 연령을 짝짓기한 일부 대상자들을(not in city) 포함하였다. 즉 LSS 연구에는 원폭 반경 2.5km 이내 거주 생존자들은 거의 모두 포함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1950년 10월 원폭 생존자 조사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거주하지 않거나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생존자, 그리고 원폭 피해를 받았어도 외국 국적의 생존자들은 제외되었다. LSS에 포함된 12만 명은 1949년 이후 여러 번 실시된 설문조사에 한 번이라도 참여하여 노출평가의 근거자료가 확보되어 있으며 사망 및 암 등록자료와 연계될 수 있었다. 연구대상자들에 대한 암등록은 1958년부터 실시하였으나 백혈병은 1950년부터 등록이 시작되었다. 원폭 이후 혈액질환이 많이 보고되었기 때문에 당시 적극적으로 환자를 찾는 과정을 통해 백혈병의 경우 실제로는 1940년대 후반에 이미 등록체계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건강연구(Adult Health Study, AHS)는 LSS 대상자 중 건강검진을 받는 약 22,000명이 대상자로서 현재까지도 2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원폭 당시 태아였던 3,638명에 대해서는 태아 시 노출 연구(In Utero Study)를 구축하였으며, 이들 중 약 1,000명에 대해서는 AHS와 같이 임상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F1 연구 대상자는 원폭 방사선에 직접 노출되지 않았지만 원폭 시 방사선에 노출된 부모로부터 출생한 자녀 약 7만 6천 명으로 구성되었다. 각 인구집단에서 자료연계만 가능한 대상자와 임상검사를 받은 일부 대상자들로 구성된 세부 집단들이 나누어져 있다.
표 10.1.2 LSS 코호트의 선량별 지역별 인원수
방사선 노출 평가는 1957년에 개발되어 T57D 라고 명명하였으나 공식적으로 개인별 선량평가에 사용된 것은 T65D이다. 그러나 실제 최초의 포괄적인 선량 시스템은 미국과 일본 연구자들이 공동 개발한 DS86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후 DS02 선량 시스템으로 개선되어 사용되었다. 최근엔 이를 수정·보완한 DS02R1 선량값을 사용하고 있다. 이 평가시스템 개발을 위해 일본 가옥을 미국 네바다주로 이동시킨 후 원폭 투하와 같은 위치에서 실험을 통해 각 사람이 얼마나 노출되었는지를 실제로 측정하였다(Ichiban project). 이때 당시 일본 가옥의 구조에 따라 창문 개폐 상태 및 벽의 재질 등을 반영하였다. 개인적인 설문조사는 1949-1965년 사이에 진행되었으며, 조사된 정보는 원폭과의 거리, 원폭과 생존자 사이에 차폐의 존재 여부(언덕이나 콘크리트 빌딩 등), 생존자가 가옥 내부 혹은 외부에 있었는지 아닌지, 가옥 내에 있었던 경우 위치(창문 및 문 입구와의 거리 등), 신체 자세(서서 혹은 앉아있었는지, 얼굴이 원폭을 향하고 있었는지 등), 원폭 당시 나이 등을 포함하였다. 최종적으로 실험 결과와 설문조사 자료를 통해 15개 장기에 대해 장기 흡수 선량(absorbed organ dose)을 산출하였다. 이때 중성자와 감마의 생물학적 효과의 가중치를 반영하여 보정된 선량(weighted dose)이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조사는 먼거리 생존자들에 대해서는 이루어지지 않아, 원폭 생존자 코호트 대상자 120,321명 중 선량을 파악한 경우는 86,720명(72%)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