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radiation)은 에너지의 흐름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원자가 안정한 에너지 상태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방출되는 입자나 전자파 형태의 에너지를 말한다1). 한편 방사능(radioactivity)은 방사성 물질이 방사선 방출을 통해 안정된 상태가 되면서 발생하는 핵종의 붕괴 수로서 방사선을 내는 강도(방사선을 방출하는 능력이나 성질)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의료기기의 경우 방사능은 없어도 전류의 에너지로 방사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방사선은 물질 내 원자를 전리(이온화)시킬 수 있는지에 따라 전리방사선(ionizing radiation)과 비전리방사선(non-ionizing radiation)으로 나눈다. 전리방사선에는 감마선, X선, 베타선, 알파선, 중성자 등이, 비전리방사선에는 자외선, 태양광선, 적외선, 마이크로파, 전자파 등이 포함된다. 감마선과 X선은 전자파의 형태이며 베타선, 알파선, 중성자는 입자의 형태를 띤다.
방사선 노출의 형태는 외부노출(external exposure)과 내부노출(internal exposure)로 나누며 두 가지 형태가 동시에 일어날 수도 있다. 외부노출은 방사선 발생이 인체 외부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대부분의 의료 및 직업 노출 형태에 해당한다. 내부노출은 방사성핵종을 섭취하고 이들 핵종이 몸에서 붕괴할 때 내는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으로서 호흡을 통해 체내에 흡수되는 라돈, 혹은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하는 경우, 또는 치료를 위해 방사성 약제를 투여받는 경우들이 해당한다. 외부노출의 경우 방사선 발생원이 차단되면(즉 장비의 전원이 꺼지면) 방사선 노출이 없어지지만, 내부노출의 경우 방사성 물질이 반감기에 따라 일정 기간 존재하며 체내 축적될 수 있어 노출이 상대적으로 오래 지속된다.
내부노출의 경우 체내로 방사성핵종이 유입되면 방사성핵종의 물리적 반감기와 함께 생물학적 반감기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방사성핵종은 방사성붕괴를 통해 안정적인 핵종으로 변환되면서 방사능 값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게 되는데, 최초 방사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물리적 반감기라고 하며, 신체에 들어온 방사성 물질이 대사나 배설을 통해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생물학적 반감기라고 한다. 실제 사람이 방사성핵종에 노출된 경우, 물리적 반감기와 생물학적 반감기 모두에 영향을 받으며 이 둘을 조합한 개념은 유효 반감기(effective half-life)라고 한다. 내부노출이 외부노출보다 건강 영향이 더 크다고 여겨지는 것은 주로 누적되는 특성으로 선량 자체가 많아지기 때문이며, 노출 형태 자체의 차이에 의한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만약 방사선에 외부 및 내부에 모두 노출된 경우에는 두 형태의 노출량을 통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서로를 보정하고 각 노출 형태의 독립된 영향을 살펴보는 경우 (예를 들어 마야크 사업장 종사자 연구)가 흔하다.
방사선의 발생 원천에 따라서는 자연방사선(natural radiation)과 인공방사선(artificial radiation)으로 나눈다. 자연방사선이란 우리 주위의 자연계에 존재하는 방사선을 두루 일컫는 것으로 우주방사선, 지각방사선, 라돈 및 식품 중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다. 인공방사선은 의료 및 산업 목적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방사선이 포함된다. 그러나 자연방사선과 인공방사선 자체의 본질적인 차이는 없으며 ‘자연(natural)’이란 단어가 ‘안전(safety)’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주방사선(cosmic rays)은 우주 공간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방사선을 의미한다. 우주 방사선량은 비행 고도가 높을수록 증가하며, 적도 지역보다는 극 지역에서 더 높게 나타난다. 특히 북극은 외부 은하나 태양에서 오는 입자가 지구의 자기장에 이끌려 들어오는 지역이기 때문에 지구에서 우주방사선이 가장 강한 지역이다. 따라서 비행기를 타고 북극항로를 한 번 지날 때 흉부 엑스선 검사를 한 번 검사하는 만큼의 방사선량에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각방사선은 지구의 토양(soil)과 암석(rocks)에 존재하는 방사성핵종으로부터 방출되는 방사선을 말한다. 수십억 년 전 지구가 생성될 시점에 수많은 종류의 방사성동위원소들이 존재했으며, 이 중 반감기가 짧은 핵종은 붕괴하여 사라졌지만, 반감기가 긴 핵종들은 아직도 남아있으면서 방사선을 계속 방출하고 있다. 지각 토양이나 암석에서 방출되는 감마선 수준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난다.
주요 자연방사선인 라돈(radon)은 지각방사선의 일종으로 우라늄(uranium)과 토리움(thorium)의 붕괴를 통하여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핵종이다. 라돈의 밀도는 공기보다 무거워 고도가 낮을수록 농도가 더 높으며 밀폐된 공간 특히, 지하 작업 공간(광부 또는 빌딩 작업자 등)에서 일하거나 생활하는 사람들은 높은 농도에 노출될 수 있다.
방사선 노출 형태의 분류는 방사선의 발생원에 따른 규모와 경향성을 파악하여 예방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과거에는 전체 방사선 노출 중 자연방사선이 80% 이상을 차지하였으나, 점차 의료 및 산업의 방사선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인공방사선의 분율이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일반인의 경우 자연방사선 중에서는 실내 라돈, 인공방사선 중에서는 의료노출이 가장 중요한 노출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방사선량의 상대적인 분포만을 보면 인공방사선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방사선량은 시간에 따른 변화가 거의 없고 개인당 선량 차이가 작다. 반면 인공방사선 노출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개인별 노출 선량의 차이가 크고, 높은 노출량을 보인 고위험집단들이 존재한다. 또한 인공방사선은 인간 활용에 기인한 것으로 우리가 조절할 수 있어 보건학적으로 자연방사선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 2002년도에 노출되는 자연방사선량은 개인당 연간 평균이 3.08mSv (우주방사선 0.26mSv, 지각 감마선 1.04mSv, 음식물 섭취 0.38mSv, 라돈과 토론 핵종 흡입 1.40mSv), 인공방사선량은 0.742mSv (의료 노출 0.74mSv, 직무 노출 0.002mSv)로 보고되었다. 이러한 노출량은 유엔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에서 보고한 세계 평균(개인당 자연방사능 2.4mSv, 인공방사능 0.6mSv)보다 약간 높은 것이다. 그러나 인공방사선량은 자연방사선과 달리 조사연도 및 사용된 자료원에 따라 값 차이가 크게 발생한다.
방사선량은 다양한 형태의 단위로 표시된다. 우선 조사선량(exposure dose)은 방사선에 의해 생성된 공기 중 전하량을 의미하며, 공기 분자를 이온화시킬 수 있는 방사선의 세기를 표현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양으로 단위는 뢴트겐(R)이다. 흡수선량(absorbed dose)은 물체 단위질량 당 흡수된 방사선 에너지량을 말하며 측정할 수 있는 물리적 선량으로 Gy(혹은 mGy)라는 국제표준단위로 표현된다(1Gy는 1kg의 물질에 1J의 에너지가 흡수된 방사선량을 의미한다).
등가선량(equivalent dose)은 흡수선량에서 방사선의 종류에 따라 주변에 전달되는 에너지가 다른 방사선 가중치(예를 들어 엑스선이 1, 알파입자는 20)를 반영한 선량으로 Sv(혹은 mSv)라는 국제표준단위를 사용한다. 이때 곱해지는 방사선가중치 값은 기존 연구들을 근거로 판단으로 부여된 값이므로 등가선량은 직접 측정한 값이 아니다. 반면 선량당량(dose equivalent)은 흡수 선량에 방사선의 선질(quality)을 곱해서 얻은 단위로서, 선량당량에서 곱해지는 선질 계수는 실측 가능한 값이다. 일반적으로 작업자들의 개인선량계에서 측정된 값은(Sv로 표시) 선량당량을 말하며 방사선 방호 목적으로 유효선량으로 가정하기도 한다(유효선량이 선량당량보다 작아 방어를 위한 보수적인 가정이다). 만약 개인선량계의 심부 개인 선량당량(Hp(10)) 판독값이 5mSv였다면 그 작업자의 체내 모든 조직이 각각 5mSv에 노출되었다는 의미이다.
유효선량(effective dose)은 인체 각 장기별 방사선에 대한 위험도(민감도)가 다른 조직가중치를(예를 들어 골수는 0.12, 갑상선은 0.04) 적용하여 인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선량 값으로 단위는 Sv이다. 즉 각 조직의 등가선량에 해당 조직의 가중치를 곱하여 이를 모든 조직에 대해 합산한 양이다. 이때 조직가중계수는 인구집단의 평균적 값으로 각 조직의 상대적 위험은 전체가 1이어야 하므로 어떤 장기의 비중이 커지면 상대적으로 다른 장기는 줄어든다. 따라서 물리량을 기본으로 하지만 직접 측정해서 얻어지는 값은 아니며 연구 결과에 따라 각 조직가중치의 변화에 따라 변화되어 왔다. 즉 유효선량은 노출된 실질적인 선량값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방사선 방호 목적으로 개발한 방사선 영향의 종합적 위험 척도이다.
그림 8.1.1 흡수선량, 등가선량 및 유효선량의 관계
집단유효선량(collective effective dose)은 특정 집단에서 개인 유효선량값을 모두 합한 것으로 유효선량으로 표현하며 단위는 person(man)-Sv이다. 예를 들어 직업적 방사선에 노출되는 종사자를 대상으로 산출하거나 직종을 세분하여 각 집단에서의 집단선량값을 산출할 수 있다. 그런데 개인별로 높은 선량에 노출되더라도 해당 집단의 인구수가 적으면 집단선량 값이 적게 산출될 수 있다. 즉 방사선 작업자들의 숫자는 전체 국민 수와 비교해 매우 적으므로 직업 방사선에 의한 집단선량 값은 다른 노출 형태에 비해 적게 산출된다. 그러나 해당 집단에서의 방사선 노출 선량은 일반인보다 높으므로, 집단선량값만으로 직업적 노출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올바른 해석이 아니다. 또한 집단유효선량 산출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있어 역학 연구 및 위해도 추계에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예탁선량(committed dose)은 체내에 존재하는 방사성핵종으로부터 일정 기간에 노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총 방사선량을 말한다. 예탁선량은 체내에 들어온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에 따라 감소하는 방사선량을 생애 기간 적분한 선량 값으로서 주로 오염된 방사능 섭취로 인한 생애기여암위험도를 평가할 때 사용한다. 특정 조직이나 장기에서의 예탁 등가선량은 섭취 후 일정 기간 받게 될 총 흡수선량에 방사선가중치를 곱한 양을 말하며, 예탁 유효선량은 각 조직의 예탁 등가선량에 조직가중치를 곱하여 이를 모든 조직에 대해 합산한 양을 말한다. 예탁 기간은 일반적으로 성인에 대해서는 50년의 기간이, 아동에 대해서는 70세가 되는 시점까지로 설정한다.
심부선량(deep dose)이란 방사선이 인체에 노출될 때 신체 10mm 깊이에서 최대 흡수선량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깊이에서의 방사선량을 각 장기에 노출된 것으로 가정한 노출선량이다. 단 안구 렌즈의 경우는 3mm, 피부는 0.07mm 깊이에서의 선량값을 적용하며 이 경우는 표층선량(shallow dose)이라고 한다.
장기선량(organ dose)은 인체의 각 장기에 흡수된 선량(단위는 Gy)을 의미하며 역학 연구에서 초과위험도 평가 시 가장 많이 사용한다. 같은 방사선에너지라도 각 조직의 방사선에 대한 민감성 차이로 장기에 흡수된 선량은 장기별로 다르다. 장기선량은 장기의 특정 위치에서의 선량을 의미하기보다는 전체 장기에 설정된 값이다. 예를 들어 대장(colon) 선량은 특정 위치에서의 선량이 아니라 대장 전체에서의 평균적 선량을 의미한다. 방사성 핵종이 달라도 장기선량이 같은 경우에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같은 것으로 평가된다.
생물학적 선량(biological dose)은 생체 시료를(혈액, 치아 등) 통해 산출된 방사선량을 말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평가 방법은 말초혈액 림프구 세포에서 관찰되는 염색체이상의 수를 선량-반응 표준곡선에 대입하여 인체의 흡수선량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현재 활용되는 염색체이상은 이동원염색체(dicentric chromosome)와 염색체 전좌(chromosome translocation) 2가지로, 일반적으로 1,000개의 세포에서 이상이 관찰된 세포수를 통해 전신 선량을 산출한다. 이동원(불안전형) 염색체는 방사선 노출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여 주로 최근 노출에 대한 선량 평가에, 염색체 전좌(안전형)는 방사선 노출 후 시간이 경과해도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특성이 있어 과거 노출을 포함한 총 누적 노출량을 평가하는 데 활용한다. 한 세포 내에서 이동원 염색체가 얼마나 관찰되었는지에 따라 방사선의 부분 전신 노출(partial-body exposure)을 파악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측정 가능 한계(약 0.1-0.25Gy)가 있어 저선량 노출에 적용하는 것은 제한적이며, 사고나 직업적 방사선량 외에 의료방사선 등 다른 변수들에 의한 잠재적인 영향도 가능하다. 따라서 개인선량계를 착용하지 않았을 경우에 보완적인 선량 평가에 주로 사용하며 배지 선량값과의 직접적인 비교는 제한적이다.
1) 방사선 노출 평가는 역학과는 구별되는 별도의 전문분야로 자세한 내용은 전문 서적과 자료를 참고할 것을 권장한다. 방사선 분야에서는 'exposure'를 ‘피폭’으로 표현하고 있으나, 이 책에서는 보다 일반적인 용어인 ‘노출’이란 단어를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