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노출에 의한 건강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생태학적 연구, 단면조사 연구, 환자-대조군 연구, 코호트 연구, 메타분석, 개입 연구 등 다양한 보건학적 방법들이 활용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생태학적 연구 또는 단면조사 연구부터 시작하여 환자-대조군 연구 및 코호트 연구로 진행한다. 그러나 연구의 목적, 노출의 정도, 자료의 접근 가능성, 질병 발생의 크기 등을 고려하여 연구 가설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적합한 연구 설계 및 분석방법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각 연구 설계 및 방법들의 장단점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연구 주제 및 상황별로 가장 적절한 연구 형태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한 가지 연구 주제에 반드시 한 가지 연구 형태만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 한 가지 검사에만 의존하여 진단하지 않고 임상증상이나 혈액 및 소변 검사, 영상의학적 검사 등을 참고하여 진단을 내리듯이 보건학에서도 알고자 하는 내용을 얻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또한 연구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므로 특정 방법론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
보건학에서는 같은 주제의 연구를 일련의 서로 다른 연구 설계들로 단계적으로 실시함으로서 연관성에 대한 근거를 더욱 분명하게 확인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농약 노출과 암 발생과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서 우선 생태학적 연구들이 실시되었고 이후 사망률 연구 및 환자-대조군 연구들이, 그리고 코호트 연구가 각각 단계적으로 실시됨으로써 연구 주제의 방향성과 연관성을 보다 분명히 파악하고 있다.
농약 노출과 건강영향에 관한 생태학적 연구(ecological study)들은 지역별 건강영향 자료와 지역별 농약 노출 지표를 비교하는 것으로 다른 연구 형태들보다 상대적으로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생태학적 연구란 분석의 단위가 각 개인이 아니라 집단인 것으로 어떤 요인과 질병과의 연관성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때 가설 생성을 위해 많이 적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1979년 생태학적 연구를 통해 각 지역별 백혈병 사망이 농약 노출과 관련될 수 있다는 가설이 제시되면서 농약과 암에 대한 역학연구를 전개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이처럼 생태학적 연구들은 특정 주제에 대한 연구 초반기에 의미 있는 가설을 생성함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지역별 농약 노출 자료로는 직접 농약사용량을 구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농약 사용에 대한 대리지표를 활용할 수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경우 지역별 농약 사용량에 대한 자료원이 잘 구비되어 있어 지역별 농약 사용량과 건강영향을 살펴보는 생태학적 연구들이 실시된 반면, 다른 지역의 경우 각 지역의 농업특성을 농약 노출의 대리지표로 활용하여 건강영향과의 연관성을 살펴보는 생태학적 연구가 진행되었다. 여기에 활용된 농약 노출 대리지표로는 지역별 전체 경지면적 분율, 작목별 면적, 농업인 인구 분율 등이 있다. 비록 지역 내 농약 노출량을 직접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대리 지표들을 통해 농약 사용 또는 노출에 대한 개략적 평가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외국에서는 지역별 농약 사용량, 지역별 농업강도(agricultural intensity) 또는 농업활동(agricultural activity)과 소아 암 또는 선천성이상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히 보고되고 있다.
지역별 건강영향에 대한 정보는 지역별 사망 자료, 암 발생 자료, 또는 지역별 유병률 자료를 통해서 각 지역 내 질병 및 사망 수준의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 지역의 단위가 세분화될수록 충분한 정보가 부족한 경우들이 있지만 큰 지역 단위에서는 행정적 목적으로 자료들이 갖추어진 경우가 많아 노출 자료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얻을 수 있다.
농약 이외에 건강에 영향을 주는 다른 변수들(흡연율, 음주율 등)도 지역별로 확보하여 보고자 하는 건강영향과 노출에 대한 교란변수로 활용할 수 있다. 비록 이들 정보를 직접 얻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건강영향에 대한 자료는 노출 및 교란변수를 추정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역별 흡연율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폐암이나 호흡기 질환과 같이 흡연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정보는 흡연율과 밀접히 비례하기 때문에 흡연율을 대신해서 교란변수로서 보정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망원인통계 자료와 농업총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지역별 사망 양상과 지역별 농업 특성(농약 노출 대리지표)을 비교한 생태학적 연구가 실시되었다(그림 4-1). 농업총조사는 1960년에 처음 실시된 이래 1990년까지 매 10년마다 조사되었으며 1995년부터는 매 5년마다 실시되고 있다. 농업총조사에는 농가수, 농가 인구, 농업규모, 주 농업형태(벼농사, 채소, 과일, 특용작물, 화훼, 전작, 축산, 양잠 등) 등에 대한 정보들이 있으며, 이러한 자료들은 각 지역별 농업 및 농약 대리지표 산출에 활용될 수 있다. 사망원인통계 자료는 매년 통계청에서 발행하고 있으며 사망원인, 성별, 혼인상태, 교육정도, 진단자, 사망 시 연령, 주소지 및 신고지 시군구 주소 등의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자료를 통해 각 지역별 사망원인에 따른 사망자 수를 파악할 수 있으며 지역별 표준화사망비를 산출할 수 있다.
<그림 4-1> 우리나라 농약 노출 대리지표(a)와 식도암 표준화사망비(b)의 지역적 분포
출처:Adapted from Lee WJ et al. Cancer mortality and farming in South Korea:an ecologic study. Cancer Causes & Control. 2008.
이 연구에서 국내 245여 개 시군구 행정구역을 연구대상 단위로 설정하고 1995년도 지역별 농업 특성과 2000-2004년의 평균 표준화사망비를 비교하였다. 우선 각 지역별 성과 연령을 표준화한 사망비를 통계청 사망원인통계 자료와 주민등록인구 자료에 근거하여 산출하였다. 그리고 지역별 농업특성지수는 1995년 농업총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각 지역에 대한 농업 특성에 대한 지표로서 농가수, 농가 인구, 전업 농업인수, 농업 종사기간 그리고 농업 규모에 대한 분율을 통해 산출하였다. 그리고 지역별 물질적 결핍지수를 보정한 후 농업특성지수와 사망비 사이의 연관성을 평가하기 위해 다중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이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농촌지역에서 남성의 식도암, 위암, 뇌종양 및 백혈병 사망이, 여성의 경우 식도암과 위암 사망이 유의하게 증가되었다고 보고되었다. 이러한 생태학적 연구는 우리나라에서 농촌지역 또는 농약과 악성종양에 대한 가설을 제공하였다는데 의의가 있으며 이러한 가설에 근거하여 환자-대조군 연구 또는 코호트 연구가 진행되면 바람직 할 것이다.
그러나 생태학적 연구에서 발견된 결과가 반드시 개인에게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처럼 집단적 자료를 활용하여 산출한 결과와 개인적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데서 발생하는 오류를 생태학적 오류(ecologic fallacy)라고 한다. 이는 생태학적 연구의 주요 결점이기도 하지만 모든 생태학적 연구에서 반드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한편 개인적 자료만으로는 인구집단의 전체적인 양상을 파악하는 데 제한점이 있으며 이에 따르는 오류를 개인주의적 오류(individualistic fallacy)라고 한다. 즉 개인별 자료에만 의존하여 산출된 결과는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데서 오는 오류가 발생될 수도 있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개인 및 집단별 자료를 모두 통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며 다수준 분석방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생태학적 오류와 개인별 오류 모두를 인식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데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생태학적 연구에서는 인구이동에 의한 바이어스(migration bias)도 있을 수 있다. 각 연구 집단의 지역 간 이동은 특정 요인과 관련되어 있을 수 있고 따라서 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인구 이동은 경제 개발에 따라 일반적으로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되어 왔다. 따라서 농약 연구에서 만약 인구이동 바이어스가 존재했다면, 과거 농약 노출군이 도시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커서 농약과 질병과의 관련성에 대한 위험도의 크기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제한점들에도 불구하고 생태학적 연구는 개인별 자료를 이용하지 못하거나 개인적인 응답이 정확하지 못할 경우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전국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수집된 지역별 자료의 경우 개인별 조사보다 회상 및 응답 바이어스에 의한 영향을 적게 받을 수 있어 생태학적 연구 자료로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생태학적 연구는 다른 연구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쉽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여러 집단을 동시에 비교하여 진행할 수도 있고 한 집단을 시기별로 비교하여 진행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생태학적 연구는 주변에서 활용 가능한 자료를 통해 가설 생성에 매우 유용한 연구방법으로서 농약의 보건학적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농약과 건강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단면조사(cross-sectional study) 형태로 실시되고 있다. 만성질환보다는 주로 급성 농약 중독 관련 연구들이 단면 조사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그 외에도 농약 노출에 의한 임상 증상, 인식도 및 태도 등을 단면조사 형태로 많이 연구하고 있다. 농업인들에 대한 단면 설문조사는 직업성 농약 중독률을 산출하는 것뿐 아니라 중독 요인 및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요인들을 파악하는 분석연구로 진행할 수 있다. 또한 농약 노출 평가를 위해서 생물학적 지표를 조사하는 것도 대표적인 단면조사 형태이다. 주로 소변 중 유기인계, 유기염소계 및 피레스로이드계 농약들의 대사산물 검사가 많이 조사되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인구집단이 농약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한다. 농약 살포 농업인을 대상으로 유전자 형태에 따른 생체지표 및 임상증상의 차이를 살펴보는 연구도 단면조사를 통해서 진행되는 연구로서 비록 단면적인 연구 형태이지만 질병 기전에 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또한 건강영향만이 아니라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관련 요인들 즉 보호구 착용 및 농약 살포 관련 위생행위 등에 대해서도 주제를 확대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것들이 모두 중요한 단면조사들이 된다.
단면조사란 질병의 유병상태와 노출 간의 연관성을 특정 시점 또는 기간 동안에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노출과 건강상태 파악이 같은 시점에서 이루어지므로 어떤 집단을 선정하느냐가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 단면조사에서의 노출 평가는 과거 또는 현재의 노출 상태를 묻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과거 노출을 물을 때 기본적으로 후향적 코호트에서와 같은 방식이지만 노출과 건강상태가 같이 조사된다는 점 그리고 발생보다 유병에 기초한다는 것이 구별된다. 단면조사 연구는 환자-대조군 또는 코호트 연구의 전단계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보건문제의 유병상태를 파악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한 번에 대상 집단의 질병양상과 이와 관련된 여러 속성들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단면조사를 통해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연구를 실시할 수 있으므로 농약연구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농촌 지역 주민 2,882명을 대상으로 패러쾃 농약과 호흡기 질환과의 연관성을 단면조사로 조사한 바 있다(표 4-1). 이 연구에서는 설문조사를 통해 각 대상자들의 일반적인 특성과 농사경력, 작목명, 농약 살포 여부, 살포 기간 등의 농업 및 농약 노출의 정보, 호흡기질환 및 증상과 우울증 등의 만성질병력에 대한 정보를 조사하였으며 폐기능 검사로 측정된 노력성 폐활량(FVC)1과 1초간 노력성 호기량(FEV1)2의 정보를 수집하였다. 설문 자료에서 조사된 호흡기 질환 중에 천식과 만성폐쇄성 폐질환의 유병자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해당 질병을 앓았거나 앓고 있습니까?’의 질문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천명 증상자는 ‘지난 12개월 동안 숨쉴 때 가슴에서 쌕쌕거리는 소리나 휘파람 소리가 난 적이 있습니까?’의 문항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각각 정의하였다. 노력성 폐활량이 정상 예측치의 80% 미만이면서 FEV1/FVC가 0.7을 초과한 경우는 제한성 폐기능장애로 정의하고, 1초간 노력성 호기량이 정상 예측치의 80% 미만이면서 FEV1/FVC가 0.7 미만인 경우는 폐쇄성 폐기능장애로 정의하였다.
<표 4-1> 국내 농업인에서 패러쾃 살포에 따른 제한성 폐기능 장애의 위험도
출처:Cha ES et al. Paraquat application and respiratory health effects among South Korean farmers.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2012.
연구 결과 패러쾃 살포 농업인이 비살포 농업인보다 천식, 폐쇄성폐질환, 알레르기성 비염 등의 질병력이 높았으며 노력성 폐활량과 1초간 노력성 호기량은 유의하게 감소되었다. 그리고 패러쾃을 직업적으로 살포하는 기간이 길수록 제한성 폐기능 장애(restrictive pulmonary defect)의 위험도가 유의하게 높아지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것은 패러쾃 농약이 단지 자살목적 복용의 문제를 넘어서 직업적 노출에서도 중요한 건강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단면조사에서의 1회적인 비교는 농약 노출과 건강영향과의 연관성을 평가하는 데 한계점을 갖는다. 특히 원인과 결과의 시간적 선후관계가 불분명할 수도 있으며 연구 대상자들에 대한 선택적 생존(selective survival)으로 인한 바이어스가 발생할 수도 있어 원인적 연관성 평가 해석에 제한점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면조사를 반복하여 시행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실시된 신경전도검사와 농약 살포 연구에서 이러한 방법이 적용된 바 있다. 즉 농약의 만성적인 직업적 노출이 말초신경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하여 농약 살포 작업을 하는 남성 농업인과 농약을 살포하지 않는 남성 비농업인을 대상으로, 농약 살포 초기와 그 해 농약 살포를 마친 후, 각각 신경전도 검사를 시행하였다. 동일한 사람을 대상으로 살포 전후를 살펴본 것이므로 개인의 농약에 대한 대사능력 차이를 배제한 조건에서 만성적인 직업적 농약 노출이 말초신경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볼 수 있었다. 조사 결과 신경전도 기능이 대부분 정상범위였지만 농약 살포가 일부 신경전도 속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환자-대조군 연구(case-control study)는 연구하고자 하는 질환을 우선 선정한 후 이 질환과 관련될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따라서 농약 노출이라는 요인 하나만을 중심으로 조사하기보다는 많은 위험요인 중 하나로서 농약 노출을 함께 조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환자-대조군 연구에서는 이미 발생된 환자를 확보하여 진행하므로 다른 연구 형태보다 상대적으로 발생이 드문 질환에 적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발생률이 드문(일관된 기준은 없으나 약 20% 미만) 질병인 경우 환자-대조군 연구에서 산출된 위험도가 비록 발생률은 아니지만 비교위험도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농약 노출과 질병 간의 환자-대조군 연구는 주로 악성종양과 파킨슨병과 같은 상대적으로 드문 질환들에 대해서 많이 실시되었다. 이들 질환들이 발생되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릴 필요 없이 새로이 발생되는 환자들을 모집하여 매우 효율적으로 연관성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약과 관련되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연구된 악성종양 중 하나는 비호지킨림프종이다. 이 종양이 많이 연구된 배경은 미국에서 농업인들의 전체적인 사망률이 일반 인구집단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비호지킨림프종(non- Hodgkin’s lymphoma)을 비롯한 혈액종양이 높은 것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 미국 국립암연구소에서는 1980-1986년 사이에 미국 중부지역(아이오와, 미네소타, 네브래스카, 캔자스)에서 비호지킨림프종에 대한 대규모 환자-대조군 연구를 실시하였다. 총 897명의 비호지킨림프종 환자와 2,357명의 대조군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통해 농약 노출을 비롯한 많은 위험 인자들을 조사하였다. 대조군은 같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인종, 성, 연령, 생존 상태를 빈도 짝짓기(matching)3하여 선정하였다. 이 연구를 통해 개별 농약과 비호지킨림프종과의 위험도가 여러 논문들을 통해 보고된 바 있다. 또한 1998-2000년에 미국 4개 지역(아이오와,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디트로이트)에서 1,321명의 비호지킨림프종 환자와 1,057명의 대조군을 모집한 대규모 환자-대조군 연구가 실시된 바 있다.
이들 연구 자료를 통해 농약 노출과 천식이 비호지킨림프종의 위험도에 상호작용4 하는지를 조사한 바 있다. 농약은 인체에 면역기능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천식 또한 면역질환으로서 두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할 때 비호지킨림프종의 위험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중부지역에서 실시된 비호지킨림프종에 대한 환자-대조군 연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동일한 농약에 노출되었다고 하더라도 천식을 앓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비호지킨림프종의 위험도가 더 높았다는 것을 보고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천식환자들의 경우 농약 노출 감소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공중보건학적 의미를 전달해 준다(표 4-2).
<표 4-2> 천식 여부에 따른 개별 농약 노출과 비호지킨림프종의 위험도
출처:Lee WJ et al. Non-Hodgkin’s lymphoma among asthmatics exposed to pesticides. International Journal of Cancer. 2004.
캐나다에서도 농약 노출과 혈액종양과의 연관성 파악을 위한 대규모 환자-대조군 연구(Cross-Canada Study of Pesticides and Health)가 1990년대 초에 실시되었다. 환자군은 19세 이상 남성으로 1991-1994년 사이에 비호지킨림프종, 호지킨병(Hodgkin’s diseases), 다발골수종(multiple myeloma), 연조직육종(soft tissue sarcoma)으로 진단된 환자로 정의하였고 대조군은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남성으로 건강보험 자료, 전화번호부, 투표자 명부들을 통해 무작위로 선정하였다. 연령은 2살 차이 이내로 짝짓기 하였으며 환자군 1,528명, 대조군 1,506명을 포함시켰다. 설문지는 전술한 미국 환자-대조군 연구에서 실시된 것을 사용하여 미국 결과와도 비교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최근까지도 이 연구를 통해 혈액종양에 있어서 농약 노출의 영향이 보고되고 있다.
한편 미국 농촌지역에서 높게 보고되고 있는 뇌종양의 위험환경요인을 파악하고자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는 798명의 뇌종양 환자와 1,175명의 지역주민 대조군을 대상으로 환자-대조군 연구를 실시하였다(Upper Midwest Health Study). 연구기간은 1995년부터 1998년이었으며 아이오와, 미시간, 미네소타, 위스콘신 등 4개 지역을 대상으로 약 130개 농약 및 농작업 관련문항을 조사하였다. 환자군은 농약과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원발성 두개내신경아교종(뇌종양)으로 진단된 사람으로 선정하였으며 대조군은 성과 연령을 빈도 짝짓기하여 선정하였다. 조사방식은 우선 우편으로 연구진행의 참여협조를 구했으며 전화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또한 산업위생사가 수차례 전화로 농약 노출 관련 정보를 수집하였으며 필요시 우물물을 채취하기도 하였다. 연구의 단계는 우선 뇌종양과 농업 노출과의 연관성을 살펴보고 그 이후 비농업성 요인으로 어떠한 것이 있는지 그리고 각 노출요인들과 유전적 상호작용 여부를 확인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뇌종양과 농약 노출은 남녀 모두에서 유의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환자-대조군 연구를 수행할 때 환자군을 정의하는 것은 연구진행의 첫 단계로서 중요하다. 만약 환자가 아닌 대상자가 포함되면 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악성종양과 같이 상대적으로 분명히 정의 내릴 수 있는 질환들도 있지만 파킨슨병을 비롯하여 신경계 질환 및 정신질환들은 진단의 정의가 나라 및 병원별로 서로 차이가 날 수 있다. 만약 질병의 정의를 분명하게 정의하기 곤란한 경우는 확실한 경우(confirmed), 가능한 경우(possible), 추정된 경우(probable) 등으로 나누어 분류하고 향후 민감도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환자군을 선정할 때는 이미 이환된 환자보다는 새로 발생된 환자들만을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현재 환자(유병자)들은 전체 환자 발생자들 중에서 살아남은 일부만을 대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생자를 확보하기가 불가능한 경우(선천성이상 등)와 매우 드문 질환의 경우(근위축성측삭경화증 등) 유병자를 대상으로 한 환자-대조군 연구를 실시하기도 한다. 환자군 선정시 대표성이 중요하긴 하지만 경우에 따라 여성, 고령층, 특정 지역 등 국한된 환자군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이 연구수행에 유리할 수도 있다.
대조군은 조사하고자 하는 해당 질병이 없다는 것을 제외하고 환자군과 비슷한 특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따라서 지역사회 대조군의 경우 환자군과 같은 지역 내 거주하는 사람들로 선정하고 병원 환자군의 경우 같은 병원 내에서 대조군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에서 진행된 농약 노출과 악성종양에 대한 환자-대조군 연구는 주로 지역사회 환자-대조군 연구 형태로서 결과를 일반화(generalizability)5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 지역 내 환자들이 다른 지역병원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아 지역사회 기반연구가 쉽지 않으므로 병원기반 환자-대조군 연구를 많이 적용한다. 그러나 환자군과 대조군을 지역사회에서 선정하는 경우와 병원에서 선정하는 경우 위험도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병원기반 환자-대조군 연구가 지역사회 기반 연구보다 바이어스의 가능성이 많고 위험도가 높게 나오는 경우들이 많다. 그러나 만약 특정 병원이 지역사회를 모두 담당하는 경우는 병원 환자군이라고 하더라도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
대조군의 숫자는 일반적으로 환자군과 동일하게 선정하는 경우가 많으나 환자군의 숫자가 부족한 경우 대조군을 4배까지 늘려서 선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조군의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환자군의 숫자를 증가시킴으로 통계적 검증력을 증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우에 따라서 여러 집단의 대조군을 선정하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 즉 농약 노출과 뇌종양과의 연관성을 조사할 때 단지 건강한 사람들로 구성된 대조군은 농약 노출이 뇌종양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지 만을 설명해 줄 수 있다. 만약 뇌종양 외의 다른 악성종양 환자들을 또 다른 대조군으로 하여 비교할 수 있다면 두 개의 대조군을 통해 농약 노출이 뇌종양 위험도를 증가시키는지 그리고 그러한 연관성이 뇌종양에 특이적인 것인지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해 줄 수 있다. 그런데 환자-대조군 연구에서 환자군보다 오히려 대조군 확보가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정보의 정확성도 환자군보다 떨어지는 경우들이 많다. 따라서 비교성이 우수하고 정보를 정확히 제공해 줄 수 있는 대조군을 확보하는 것이 환자-대조군 연구의 핵심적인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환자-대조군 연구에서 정보를 얻는 방식은 일반적으로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개인별 면접조사를 실시한다. 그러나 과거 노출 자료를 얻는 것이므로 과거의 농약 노출을 어떻게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따라서 노출에 대한 정보를 설문조사와 함께 각 사람들이 갖고 있는 기록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러시아에서 진행된 농약 노출과 폐암 환자-대조군 연구에서는 각 사람들의 평생 작업 기록을 분석하여 농약 노출 정도를 평가한 바 있다. 그 외에도 의무기록이나 농사력 및 사업장 근무기록도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에서는 일부 농가에 대해서 농약 사용 일지를 주기적으로 기록하게 하고 있어 노출에 대한 정보를 보완하는데 유용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정보 바이어스(information bias)6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통해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대조군 연구에서는 환자군과 대조군 간에 정보가 편향되어 수집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회상 바이어스(recall bias)란 과거 노출의 정도를 정확하게 보고하지 못하는 것으로서 기억을 통해 농약 사용을 평가하는 연구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농약 노출과 선천성이상과의 연관성을 조사할 때 선천성이상아를 출산한 부모는 농약 노출에 대한 정보를 매우 자세히 회상하는 반면 정상아를 출산한 부모는 상대적으로 농약 노출에 대한 기억을 자세히 못하거나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단지 회상된 결과만으로 판단하면 연관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결과가 산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바이어스를 줄이기 위해서 기록된 자료(일지 및 사업장 자료 등)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환자군과 대조군과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비교함으로서 회상 바이어스가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사례로서 농약 노출과 선천성 이상아 출산과의 환자-대조군 연구에서 산모의 출산 전후에 각각 얻은 정보가 환자군과 대조군 간 비슷하다는 것을 근거로 회상 바이어스가 적다고 보고하기도 하였다. 그동안의 연구들에서 농약과 선천성 이상과의 연관성이 없게 나온 경우들도 많은 것을 고려하면 회상 바이어스가 항상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농약 노출에 대한 정보를 본인이 아닌 대리인을 통해서 얻게 되는 경우 자료의 질에 대한 연구도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이다. 만약 정보를 본인에게 직접 얻지 않고 대리인을 통해 얻었다면 대체로 자세한 기억을 못하는 경우들이 많고 이것은 비차별적 분류오차를 발생시키게 된다. 따라서 대리인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경우 연관성이 있다고 나올 경우보다는 대부분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된다. 미국에서 85쌍의 농업인-대리인을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에 의하면 대리인을 통한 응답은 잘못된 정보 또는 누락된 정보로 인해 농약과 질병과의 연관성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음주 및 흡연 등 역학적으로 사용되는 다른 항목들과 비슷한 정도의 분류오차를 유발시키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환자-대조군 연구에서는 서로 간의 연관성 평가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짝짓기를 실시하고 분석은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한다. 개별 짝짓기의 경우 조건부 로지스틱(conditional logistic)7이라는 방법을 적용한다. 짝짓기는 일반적으로 연령, 성, 지역 또는 인종 등에 대해서 실시하고 너무 많은 변수를 하지는 않는다. 만약 연구 설계 시 짝짓기하기가 애매하지만 가능한 교란변수라고 생각되는 변수들은 분석단계에서 보정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적인 환자-대조군 연구가 질병 발생 이후 정보를 수집하는 반면 코호트 내 환자-대조군 연구(nested case-control study)는 코호트에서 새롭게 발생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므로 질병 발생 이전에 확보한 정보를 사용한다. 따라서 정보 수집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바이어스를 줄일 수 있으며 같은 코호트 내에서 적절한 대조군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생물학적 시료를 선별한 대조군에 대해서만 분석하게 되어 매우 효율적인 진행을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환자-대조군 연구는 누가 환자군이 되고 누가 대조군으로 선정되느냐가 매우 중요하며 이러한 과정에 여러 오류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잘 디자인된 코호트 내 환자-대조군 연구는 다른 연구 형태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농약과의 연관성을 평가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코호트 연구(cohort study)는 동일한 특성을 가진 인구집단을 추적관찰한 후에 노출과 질병발생과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방법이다. 코호트라는 용어는 로마시대 같은 명령을 수행하는 군단을 말하는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구성원 간 동일한 특성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코호트 연구에서는 농약 노출이라는 특성을 가진 집단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왕이면 특정 개별 농약 노출을 확보하는 것이 질병과의 인과성 구명에 유리하다. 외국에서는 주로 농업인, 농약 살포자, 농약 제조 사업장 근로자 등으로 노출 집단을 설정하여 코호트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 과수재배 농업인 또는 특정 농약(2,4-D, alachlor 등) 노출 근로자를 선정하기도 하였다. 노출의 특이성 면에서 농업인보다는 특정 농약 제조 사업장 근로자가 더 적합한 코호트 대상자라고 할 수 있지만 외국의 경우 농업인보다 노출 수준이 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사업장에 접근하는 것에 많은 제한이 있어 농업인을 코호트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더욱 흔하다.
농약과 건강 관련하여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전향적 코호트는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국농업인건강연구이다(2절 참고). 이 연구를 통해 개별 농약에 의한 만성 건강영향들에 대한 역학적 결과들이 활발히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기존에 발암성이 보고되지 않는 농약들이라고 하더라도 인구집단에서 발암 위험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 관찰되고 있다. 예를 들어 chlorpyrifos 농약은 동물실험에서 발암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수년간 살포한 농업인의 경우 폐암을 비롯한 뇌종양과 직장암의 위험도를 증가시켰다(표 4-3). 비록 chlorpyrifos 농약이 직접적인 발암 위험성은 적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잘 알려진 발암물질들과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기전으로 추정되었다. 이처럼 미국농업인건강연구는 코호트 연구 형태로서 개별 농약에 의한 건강영양 결과에 대한 새로운 근거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표 4-3> Chlorpyrifos 농약의 직업성 노출과 악성종양 발생에 대한 위험도
출처:Lee WJ et al. Cancer incidence among pesticide applicators exposed to chlorpyrifos in the Agricultural Health Study. Journal of the National Cancer Institute. 2004.
한편 프랑스에서도 2005년부터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AGRICAN이라고 하는 전향적 코호트 연구가 진행 중이다(http://www.grecan.org/agrican.html). 현재 약 18만 명의 농업인에 대한 기반조사가 이루어져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농업인건강연구와 같이 농약 노출 평가가 개인별로 직접 조사되는 것이 아니라 재배 작목을 조사하여 각 작목에 사용되는 농약들을 분석하여 추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농업인들의 인구학적 특성 및 설문 신뢰도의 차이가 이러한 노출 평가 방식의 차이점을 가져왔다. 한편 국제암연구소와 미국 국립암연구소에서는 2010년부터 미국농업인건강연구를 비롯하여 세계 여러 나라의 농업인 연구들을 모아 콘소시움을 구성하고 있다(AGRICOH; http://agricoh.iarc.fr). 이 콘소시움에는 2012년 11월 현재 11개 나라의 27개 코호트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대규모 자료원을 통해 농약을 비롯한 농업에서의 환경과 건강영향을 다양한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호트 연구가 다른 연구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성 중의 하나는 연구 대상자들에 대한 추적(follow up)이다. 그런데 추적률이 너무 낮으면 선택 바이어스(selection bias)8로 인해 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으므로 최대한 높은 추적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추적률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추적되는 대상자가 노출과 질병 차원에서 치우치지 않게 추적되는 것이다. 즉 노출과 질병 요인이 전체 집단과 같은 비율로 추적된 집단은 비록 적은 추적률을 보였어도 발생률 및 위험도 산출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비노출 집단이 노출 집단보다 적게 추적되는 경우에는 발생률 산출이 잘못 평가될 수 있지만 노출과 질병 간의 위험도 산출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질병에 걸리지 않을 사람들이 선택적으로 적게 추적되었다면 발생률 산출뿐 아니라 위험도 평가에서도 잘못된 값을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코호트 연구에서 추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적이 용이한 대상자 위주로 선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민자 농업인과 같이 고노출 농약 살포자가 연구에서 제외되고 상대적으로 농약에 저노출되는 안정적인 농업인들로 대상자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추적방법에는 능동적 추적 방법으로서 설문조사, 전화조사, 컴퓨터를 이용한 조사, 신체검사 등이 사용되고 수동적 추적방법은 질병 및 사망 자료 등 2차 자료에 대한 연계가 사용된다. 코호트 연구에서 능동적 추적률에 대한 정해진 답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60-70% 이상 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추적 주기는 각 코호트 마다 2-5년으로 다양하다.
코호트는 질병이 없는 대상자를 포함하는 것이 원칙이나 실제로 코호트 등록 시 질병에 걸리지 않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병력이나 간단한 검사만으로는 주요 건강영향들의 초기단계 환자를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등록조건을 강화하거나 초반기 질병 발생자에 대해 잠복기를 고려하여 분석에서 제외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질병 유병자라 하더라도 평생 직업군(예, 농업인) 또는 오랜 기간 같은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인 경우, 코호트 등록 때부터 특정 요인에 노출이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미 수십년간 노출되어 왔기 때문에 단순히 질병유병자로 간주하여 제외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코호트 연구에서 유병자를 제외시킬지의 판단은 관심 있는 노출이 농업인과 같이 어릴 때부터 이루어진 것인지 혹은 일반 사업장 근로자와 같이 성인이 되어 직업을 얻은 후 새롭게 시작되는지의 차이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발생률을 보기 위해서는 유병자를 반드시 제외해야 하지만 코호트 대상자들에 대한 연구 초기 유병률을 별도로 조사하거나 유병자와 발생자를 비교하는데 활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코호트 연구에서 유병자를 제외하기 보다는 더욱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집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코호트 연구에서 발생률 산출 시 다양한 정보가 분모로 활용될 수 있다. 첫째는 위험요인에 노출된 사람 수(number of population at risk), 즉 농약 살포자를 분모로 할 수 있으며 추적기간이 길지 않은 코호트의 경우 이러한 계산을 실시한다. 둘째는 각 사람이 관찰된 기간이 다르므로 단순한 사람 수가 아니라 각 개인의 관찰 기간이 고려된 인년(person-years)을 사용한다. 이러한 분석방법은 일반적인 코호트 연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셋째는 노출과 기간을 동시에 고려한 단위연수(unit-years)를 분모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추적 기간에 따른 노출 농도의 변화를 고려할 수 있어 인년을 활용할 때보다도 더욱 정확한 발생률 값을 제시할 수 있다. 초기에 많은 농약을 살포하더라도 농업환경의 변화 또는 농경지 면적의 변화로 살포 방식 및 그에 따른 노출 농도의 변화가 있을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초기 노출 정도만을 기준으로 하면 노출에 대해 과대 또는 과소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노출양상이 시간에 따라 변화되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코호트 연구에서는 다른 연구 형태보다 상대적으로 자료의 규모가 크고 분석방법도 복잡해서 자료의 관리와 분석에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따라서 코호트 연구에서는 모아진 자료를 수집 ․ 보관 ․ 분석하는 일련의 체계적인 과정을 잘 구축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자료 이용에 대한 원칙을 정하고 누구나 합리적인 아이디어가 있으면 활용을 장려하는 것이 코호트 결과물 산출을 위해서 중요하다. 코호트 연구의 참여와 자료 공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자료 관리 및 활용에 대한 위원회 설립과 지원시스템 구축 등이 연구 설계 단계에서 준비되어야 한다.
한편 자료 분석 시 일부 코호트 대상자를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연구 대상자의 동질성 확보를 위해서 농약 제조 사업장 전체 근로자 중에서 6개월 혹은 1년 이상 근무한 사람으로만 코호트를 제한할 수 있다. 이때 이질적인 대상자들을 제외함으로 인해 얻어지는 비교성 증가라는 장점과 일부 근로자를 제외함으로 인해 표본수가 감소된다는 단점 사이에 균형 잡힌 판단이 중요하다. 전향적 코호트에서는 이러한 내용이 비용과 노력을 고려하여 잘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후향적 코호트에서는 분석과정에서 조절할 수 있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전체 코호트 대상자에 대한 분석과 일부를 제한하고 분석한 결과를 비교하는 것은 결과의 일관성(consistency)을 확인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코호트 연구는 조사 시점을 기준으로 전향적 코호트 연구(prospective cohort study)와 후향적 코호트 연구(retrospective cohort study)로 나눈다. 전향적 코호트 연구는 코호트를 구축한 시점에서부터 새롭게 추적 관찰하는 것으로 여러 정보들을 주기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된다. 후향적 코호트 연구는 기존에 수집된 자료를 통해 과거 노출 시점부터 현재까지의 추적을 수행하는 것으로 자료가 잘 갖추어진 나라들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후향적 코호트에서는 비치명적인 질병에 대해서는 자료가 수집되어 있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로 사망 및 암 발생 등 일부 건강영향에 국한된다. 또한 과거 기록이 정확성과 상세함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어 연구목적과 부합되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최근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 연구들이 유행처럼 진행되어 상대적으로 후향적 코호트 연구가 부족하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사회 분야에서와 같이 중간단계를 뛰어넘고 바로 현재 유행하는 추세로 진입하는 모습과 유사하다. 세계적 추세를 빨리 따라가는 것은 장점이지만 압축 성장에 따른 부작용과 기초가 단단하지 못한 데서 오는 문제점들이 도출될 수밖에 없다. 후향적 코호트는 단지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접근만이 아니라 연구의 의미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과거 노출이 대체로 현재보다 높았기 때문에 고노출에 의한 건강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어떤 노출이 유해하다고 생각되면 전향적인 연구를 실시해서 수십 년을 기다린다는 것이 비윤리적이기 때문이다. 후향적 코호트 연구는 특히 과거 자료가 잘 갖추어진 유럽에서 많이 진행되었으며 지금도 이런 연구들에 기초하여 많은 결과물들이 활발히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활용될 수 있는 과거 기록과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수집 분석하는 작업과 함께 지금부터라도 농약 및 건강 관련 기록들을 잘 축적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메타분석(meta-analysis)은 각 개별 연구들의 결과를 통합(integration)하여 종합적인 결과치를 산출하고, 개별 연구들에서 파악할 수 없었던 각 연구 간의 차이를 평가하여 그 원인을 구명하기 위해서 보건학 영역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농약 노출과 관련되어서는 파킨슨병, 전립샘암, 소아백혈병 등 다양한 주제들이 보고되고 있다. 주로 개별 연구결과들이 충분한 검증력을 갖기 어려운 드문 질환 혹은 연관성에 대한 논란이 많은 질환들을 위주로 진행되어 왔다. 특히 Genevieve Van Maele-Fabry라는 벨기에 연구자가 메타연구를 통해 농약과 건강연구를 가장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2003년 농약 노출과 관련된 직업과 전립샘암에 대한 메타연구를 시작으로, 2004년에는 농약 살포자에서의 전립샘암에 대한 연구, 2006년도에는 농약 제조 사업장 근로자에서의 전립샘암 연구로 노출 집단에 따라 연구를 확대하였다. 2007년과 2008년도에 와서는 농약의 직업적 노출 및 농약 제조 사업장 근로자들에서의 백혈병에 대한 메타연구를 각각 실시한 바 있다. 2010년에는 부모의 직업적 농약 노출과 소아 백혈병, 2011년에는 환경적 노출과 소아 백혈병(그림 4-2), 그리고 2012년에는 직업적 농약 노출과 파킨슨병에 대한 메타연구를 각각 발표함으로써 최근 수년간 메타분석이라는 방법을 통해 농약 노출과 건강영향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활발히 전개해 나가고 있는 사례이다.
<그림 4-2> 환경 중 농약 노출과 소아 백혈병의 연관성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
출처:Van Maele-Fabry G et al. Residential exposure to pesticides and childhood leukaemia: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Environment International. 2011.
농약 노출과 소아암에 대해서 비슷한 시기에 거의 같은 제목의 메타분석 연구가 Van Maele-Fabry와 Turner 등에 의해서 각각 보고된 바 있다. 이들 연구들은 메타연구에서 사용된 방법론적 차이들에도(검색엔진, 언어적 제한유무, 출판된 논문의 질평가 유무 등) 불구하고 환경적 농약 노출과 소아 백혈병과의 연관성을 공통적으로 보고하였다. 특히 임신 중 농약 노출이 소아백혈병에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개별 연구들을 통합하는 방식에는 메타분석 외에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우선 전통적으로 각 연구들을 기술하는 것으로 주로 논문의 서론에서와 같이 질적 평가의 접근을 실시한다. 메타분석은 이러한 질적 평가의 다음 단계로서 출판된 연구들을 통합하는 양적 평가를 말한다. 그러나 출판된 논문에서의 값도 여러 한계점을 갖고 있어 각 개별 연구들의 원자료(raw data)를 모아서 다시 하나의 자료원처럼 분석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합분석(pooled analysis)이라고 한다. 통합분석은 단순히 출판된 값을 모아 분석하는 것보다는 더욱 정확하게 자료를 분석할 수 있다. 다음 단계로는 개별 연구들을 시작 전에 서로 계획을 같이 하여 진행하고 결과를 통합하는 방식이 있다. 이러한 방식은 각 연구들에서 발생될 수 있는 변수들의 정의 및 구간 등을 사전에 통일시킬 수 있으므로 보다 발전적인 자료의 통합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메타분석에서 특히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이질성과 출판 바이어스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이질성(heterogeneity)이란 메타분석에 포함된 개별연구의 결과가 함께 분석되는 다른 연구의 결과들과 통계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을 의미한다. 메타분석에서 이질성이 발생하는 원인은 연구가 수행된 인구집단의 다양성, 방법론적 다양성 및 각 연구들을 수행함에 있어서 발생된 바이어스 등이 있으나 때로는 이러한 원인들로 설명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질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고유의 특성을 가진 개별 연구들을 묶어서 하나의 값으로 산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따라서 메타분석 수행시 이질성이 유의하게 존재한다면 통합된 요약 추정치를 제시하는 것보다 이질성의 원인에 대해 추가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이질성을 구명하기 위해서 세부그룹 분석과 메타회귀분석을 수행할 수 있다. 동일한 주제에 대한 연구들임에도 불구하고 결과값의 분포에 상당한 변이가 존재할 때에는 해당 효과의 차이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구명함으로써 메타연구를 통해 새로운 가설을 제공할 수도 있다.
출판 바이어스(publication bias)는 문헌 탐색 시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보인 연구들이 더 많이 수집되어 결과적으로 메타분석의 결과가 왜곡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메타분석 수행 시 출판 바이어스의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출판되지 않은 연구들, 영어 이외의 문헌들, 관련 연구자들의 자료 등을 가능한 포괄적으로 검색하는 것이 제안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의 질이 낮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여 문헌 선정의 기준을 객관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판 바이어스를 평가하기 위해서 깔때기 그림(funnel plot) 및 통계적 검정 등을 수행하고 출판 바이어스가 발생하였을 경우 절삭과 채움(trim and fill) 방법 등을 활용하여 보정해 주기도 한다.
메타분석에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어떤 기준으로 개별 연구들을 포함시키는지에 있다. 이때 연구자의 합리적 기준이 가장 중요하며 간혹 질평가를 통해서 연구들을 제한시키는 경우도 있다. 연구 선정 기준에 따라 수집되는 연구들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서로 다른 결과를 산출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개별 연구들의 선정 및 제외기준 과정이 투명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타분석에서 개별연구들의 결과값을 통합하는 방법으로는 고정효과모델(fixed-effect model)과 변량효과모델(random-effect model)이 있다. 고정효과모델은 개별 연구는 같은 모집단에서 얻어졌다는 동질성을 가정하며, 각 연구 결과가 서로 조금씩 상이한 것은 표본추출에서 생기는 표본 간의 변동 때문이라고 간주한다. 고정효과모델은 수집된 연구들의 인구집단, 노출양상 등이 동질하다고 판단될 때 사용하며 각 연구들의 가중치를 주는 방법은 연구 내 변이(within-study variation)만 고려하는 추정량(Mantel-Haenszel)을 사용한다. 변량효과모델은 개별 연구에서 가정하는 실제효과크기는 각 연구별로 상이할 수 있으며, 수집된 연구의 인구집단, 노출양상 등이 동질하지 않다고 판단될 때 사용한다. 변량효과모델에서 각 연구들의 가중치를 주는 방법은 연구 내 변이(within-study variation)와 각 연구 간 변이(between-study variation)를 함께 고려하는 추정량(DerSimonian & Laird)을 사용한다.
변량효과모델을 사용할 경우 추가적인 변동을 더한다는 것은 그만큼 추정치에 대한 확신을 낮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신뢰구간이 넓게 산출되는 경향이 있으나 항상 그렇지는 않다. 변량효과모델 적용 시 고정효과모델에 비해 연구 간 가중치의 차이가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엄격한 의미에서 상황에 따라 두 모델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환경역학 연구에서 대부분의 경우 변량효과모델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역학연구에서의 위험요인과 건강영향 간의 원인적 연관성을 구명하기 위해서 노출 정도에 따라 범주를 나누어 위험도를 산출함으로서 양-반응 관련성을 파악하기도 한다. 메타분석에서 양-반응 관련성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각 연구들에서 비슷한 노출 범주끼리 묶어 준 후 각 범주별 위험도를 산출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개별 연구에서 노출량을 측정한 단위가 서로 다를 경우 동일한 단위로 환산하거나 이질적 노출 수준을 임의로 묶는 작업이 필요하다. 따라서 개별 연구들에서 노출 수준별 위험도 대신 연속형 노출 변수를 사용하여 회귀계수를 산출하고 각 연구들의 회귀계수들에 대한 메타분석을 실시함으로서 양-반응 관련성을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은 개별 연구들의 이질적 노출 수준을 인위적으로 맞출 필요 없이 각 연구들 고유의 노출 범주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메타분석은 기존 자료를 통합하는 것이므로 연구주제의 독창성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메타분석을 통해서 기존에 보지 못했던 점을 파악할 수 있으며 새로운 가설을 제안할 수도 있다. 개별 연구들을 통해서는 그 집단 내의 결과만을 볼 뿐이지만 여러 집단의 자료를 모아 통합하여 살펴보면 집단 내 뿐 아니라 집단 간 차이를 발견할 수 있으며 세부 집단별 다른 결과 또는 상호작용에 대한 내용을 새롭게 조사할 수 있다. 즉 메타분석의 목적은 단지 여러 연구들로부터 하나의 값을 산출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질성의 차이를 조사하고 밝히는 데 있다. 메타분석은 참신한 주제만 있으면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실시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다. 따라서 연관성이 아직 논란이 되고 있는 농약과 만성질환과의 연구들에 대해서 메타분석을 실시해 보는 것은 중요한 연구주제가 될 수 있다.
농약 연구와 관련된 개입 연구(intervention study)로는 주로 농약 노출 감소와 급성 농약 중독 예방과 관련된 내용들이 실시된 바 있으며 주요 연구들을 정리하면 <표 4-4>와 같다. 개입 연구는 인구집단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연구방법보다도 인과관계를 강력하게 보여 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관찰연구들에서 보여 준 결과를 근거로 실제 지역사회에 개입을 통해 질병예방 및 건강증진을 진행한다. 그러나 비타민(베타카로틴 또는 알파토코페롤) 복용에 대한 개입 연구 결과가 관찰 연구에서 보여 준 폐암 예방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경우처럼 관찰연구 결과가 개입 연구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표 4-4> 농약 노출 및 중독 감소를 위한 개입 연구 사례
개입 연구에서는 관찰연구와 달리 연구 대상자에게 의도적으로 무작위 할당(randomization)9하는 특성이 있으며 따라서 윤리적으로 도움이 되는 주제에 국한된다. 무작위 할당은 개입 연구에서 가장 특징적인 절차로 이를 통해 선택바이어스 및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변수의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시행된다. 그러나 무작위 할당이 반드시 집단 간 특성을 비슷하게 만든다고 보장하는 것이 아니며, 각 집단 내 교란변수들의 분포는 할당의 횟수를 증가시킴으로써 비슷해질 수 있다. 따라서 개입 연구에서의 교란변수는 체계적 오류(systemic error)라고 하기보다는 우연(chance)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농약 연구에 적용된 개입의 종류로는 농약 살포자 또는 지역사회 주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 보호구 및 보관함 제공, 병해충종합관리 프로그램의 적용, 농약 사용금지 및 등록취소 등이다. 개입에 대한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농약에 대한 지식, 태도, 행동변화, 보호구 착용률 및 위생행위 수칙 준수율 등을 주로 비교해 보았으며, 그 외에 환경 중 농약 농도 및 개인별 생물학적 대사물질 검사를 통해서 실제로 각 개인 또는 그 지역사회에 농약 노출이 감소되었는지를 평가하기도 한다. 또한 일부 나라에서는 농약으로 인한 급성 중독률의 변화도 개입 연구의 효과 평가를 위해 살펴보았다. 그러나 급성 중독을 제외한 대부분의 건강영향들은 노출 후 영향이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주로 신경행동 및 호흡기 증상과 같은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나타나는 영향들을 개입의 효과를 평가하는 데 사용한다. 개입 연구에서의 효과 평가는 대조군을 선정하여 비교할 수도 있고 개입 전후로 같은 집단을 대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비슷한 특성을 가진 대조군을 확보하기 어려워 후자의 방식으로 평가하는 것이 흔한 방법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농약 관련 개입 연구로는 스리랑카에서 농약 보관함(storage box)에 대한 지역사회 연구를 들 수 있다. 스리랑카에서는 농약을 자살목적으로 복용하여 사망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농약 보관함 설치를 추진하였다. 이러한 개입이 과연 농약 중독으로 인한 발생 및 사망을 감소시킬 것인가를 추적하고 있으며 현재까지의 결과에 의하면 일부 예방효과를 관찰한 바 있다. 농약 복용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이 농약의 접근성을 예방하는 개입 연구가 매우 필요한 상황이지만, 잠금장치 사용에 대해서는 사회문화적 차이가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 뉴욕시에서 2002년과 2004년에 걸쳐 280가구를 대상으로 무작위 할당 후 개입군에 대해 병해충종합관리(6장 참조) 교육을 실시한 후 3, 6개월 뒤에 각각 농약 사용 및 바퀴벌레 숫자를 비교하였다. 연구 결과 비록 한 번의 병해충종합관리 교육으로도 바퀴벌레의 숫자 및 농약 사용을 상당히 감소시켰다고 보고하였다. 한편 400명의 위스콘신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개입 연구에서도 3시간의 교육이 6개월 뒤 농약 살포 시 보호구 착용률을 증가시켰다고 보고한 바 있다.
워싱턴주에서는 24개 농촌마을을 대상으로 농약 노출 감소를 위한 지역사회 차원의 개입 연구가 진행되었다. 첫 해와 4년차 때의 지역 내 공기 중 농약 노출값과 지역주민의 소변 중 농약 대사산물 검사를 실시하여 효과를 평가하였다. 2, 3년차 동안에는 다양한 농약 노출 감소를 위한 교육이 지역 차원의 행사, 모임, 언론 홍보, 초등학교와 교회에서의 적극적 홍보, 소규모 집단에서의 교육, 자원봉사자들의 개인별 가정방문 및 홍보 등의 형태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개입지역에서 거주지 및 차량에서의 환경 중 농약 농도 및 개인별 소변 중 농약 대사물질 농도가 유의하게 감소하지 않았다. 가능한 원인으로 연구 기간 내 농약 사용 형태의 변화도 있었지만 개입이 지역 전체 차원으로 분산되어 변화를 잘 파악하지 못한 것이 중요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따라서 개입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집중적인 개입의 형태와 방법이 중요하다.
농약 사용 금지(ban)와 같은 법률적 개입도 농약 중독을 예방하는 중요한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농약 사용을 금지시키는 방법을 적용할 때에는 어떤 농약이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스리랑카에서 1995년도에 세계보건기구 독성 분류 I급에 해당하는 농약들을 금지시켰을 때와 1998년도에 endosulfan 농약을 금지시켰을 때에는 자살 예방 효과가 뚜렷하였지만 1984년도 parathion 농약을 금지시켰을 때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그림 4-3). 한편 대만에서도 많은 농약들이 금지되었지만 실질적으로 자살률 감소에 기여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 이유는 금지된 농약들이 실제 자살에서 가장 많은 사망원인을 차지하는 패러쾃 및 주요 유기인계 농약 등은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즉 무조건적인 금지가 아니라 보건학적 위험성이 높은 농약들을 선별하여 금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농약 중독 사례 분석을 통해 원인물질로 크게 기여하는 농약들을 중심으로 법률적 제한 조치가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림 4-3> 스리랑카에서 농약 사용금지에 따른 자살률 변화
출처:Gunnell D et al. The impact of pesticide regulations on suicide in Sri Lanka. 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 2007.
한편 이러한 농약금지가 전체적인 작물의 생산을 감소시키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스리랑카에서의 농약 사용금지 시점을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작물 생산 및 비용에서 유의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농약을 금지시키는 것에 있어서 작물 생산 감소에 지나치게 비중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해 준다.
우리나라는 농약으로 인한 자살률이 매우 높아 농약에 대한 개입 연구가 무엇보다도 요구되고 있다. 특히 농약안전 교육 이수 및 보호구 지급 여부 등에 따라 과연 농약 중독이 얼마나 감소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중요한 과제들이다. 또한 최근 패러쾃 농약 사용금지 제도 이후의 자살률 및 농약 사망 양상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농약규제에 대한 개입효과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연구형태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결과는 향후 우리나라 농약 규제 정책의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농약 중독 및 복용을 단지 개인적 행위의 차원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농약 자체에 대한 관리적 차원으로 함께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1 숨을 최대로 들이쉰 다음 최대의 노력으로 숨을 끝까지 내쉰 양(Forced Vital Capacity).
2 숨을 최대로 들이쉰 다음 노력을 다해 첫 1초간 내쉰 양(Forced Expiratory Volume in one second).
3 자료 수집 및 분석단계에서 교란변수의 영향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것으로 환자 개인마다 특성(성별, 연령 등)이 동일하도록 대조군을 골라 짝짓기 하는 개별 짝짓기(individual matching)와 환자군과 대조군 전체에서 교란변수의 분포가 동일하도록 하는 빈도 짝짓기(frequency matching) 방법이 있음.
4 둘 또는 그 이상의 위험요인들이 각 개별 요인의 효과를 수정하는 것으로 덧셈(addictive) 및 곱셈 작용(multiplicative)이 있음.
5 특정 연구에 의해서 도출된 결과가 인구집단 전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을 의미하며 외적 타당도(external validity)라고 표현되기도 함.
6 연구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비교집단 간 정보의 정확성에 차이가 발생하는 바이어스.
7 개별 짝짓기를 수행한 환자-대조군 연구의 자료를 분석하는 방법. 일반적인 로지스틱회귀분석에 비해 환자군과 대조군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고려함으로써 통계적 검증력을 높임.
8 연구대상이 모집단을 대표하지 못하거나 연구목적에 적합하지 않는 대상자를 선정하여 발생하는 바이어스.
9 시험군과 대조군으로 배정받을 확률을 동일하게 해 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