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農藥)은 농작업에 사용되는 모든 약제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농약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pesticide)를 풀어서 해석하면 해충(pest)을 죽이는(cide) 물질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해충의 개념은 인간이 수확하고자 하는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곤충, 벌레, 균 및 곰팡이를 비롯하여 농작물과 같은 공간에서 자라면서 영양분을 경쟁하는 잡초, 농작물을 먹어 없애는 설치류 등을 포괄하고 있다. 또한 농약은 해충을 죽이는 것 뿐 아니라 쫒거나 감소시키는 물질도 포함하는 매우 폭넓은 개념이다. 이러한 목적에 부합되는 모든 물질들이 농약이라고 정의될 수 있으며 여기에는 무기 및 유기물질, 자연 및 유기합성물질, 그리고 미생물도 포함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유기합성 물질만을 농약으로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간혹 농약을 살충제(insecticide)와 동일시하여 잘못 부르는 경우들이 있으나 이것은 농약의 범위를 해충에 대한 영역으로만 축소시킬 수 있다. 농약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농약 중독(pesticide poisoning)’ 또는 ‘농약 관련성 질병(pesticide-related illness)’을 정의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에 올바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농약관리법에서 농약은 ‘농작물을 해치는 균, 곤충, 응애, 선충, 바이러스, 잡초, 기타 농림수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동식물을 방제하는 데 사용하는 살균제, 살충제, 제초제, 기타 농림수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약제와 농작물의 생리기능을 증진하거나 억제하는 데 사용하는 약제를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농약의 정의는 국제적으로 비슷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각 나라별로 일부 물질들에 대해서는 포함 여부가 다르게 적용되기도 한다. 한편 농약이라는 용어 대신 보다 광범위한 개념의 농업화학물질(agrochemicals)1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하며 농약제조회사들은 식물보호제(crop protection products)라는 용어를 선호하기도 한다.
농약은 인류가 농업을 시작하면서부터 농작물을 병해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중요한 도구의 하나로서 발달되어 왔으며 오래전부터 여러 물질들이 농약의 목적으로 사용되어 왔다(표 1-1). 18세기 이전까지는 주로 재, 유황증기, 청산가스, 담뱃잎 추출물, 비누 및 제충국(insect flower)2등을 경험적으로 사용하였다. 19세기 후반에 들어와서는 석회유황합제, 보르도액3, 비산납, 석유 등의 무기합성농약을 이용하여 벌레를 쫒거나 죽이는 데 사용하였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농약으로서 인식되고 있는 유기합성농약들은 193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으며 이 시기 과학의 발달로 인해 농약 생산에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하였다. 이후 많은 유기합성농약들이 개발 및 사용되었으나 생태계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일부 농약들은 사용 및 제조가 금지되었다. 그러나 유기염소계 농약 대신 개발된 유기인계 농약들이 잔류성은 적지만 신경 독성은 더 강해서 농약의 발달이 반드시 농약의 안전성과 비례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현재는 유기합성 농약들과 함께 생물농약(biopesticides) 등 새로운 형태의 농약들이 개발되고 있고 향후 기술발전과 더불어 다양한 농약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약의 생산 및 사용의 변화는 결국 인구집단에서 건강영향의 종류와 정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 농약에 대한 보건학적 관심은 시기별로 지속적으로 추적 비교되는 것이 필요하다.
<표 1-1> 농약의 역사적 발달과정
출처 : Aspelin AL. Pesticide Usage in the United States:Trends During the 20th Century. Center for Integrated Pest Management, 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 2003.
우리나라에서도 역사적으로 해충방제를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활용되어 왔다. 1429년 발간된 농사직설에 의하면 마른 쑥이나 재 등이 병해충 방제 방법으로 이용되어 왔다. 해방 전에는 석회보르도액, 포름알데하이드, 유기수은제 등이 사용되었으며 1930년에 조선삼공 농약사가 설립된 후 외국의 유기합성 농약이 우리나라에 소개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1940년대 중반부터 많은 농약제조회사들이 설립되어 유기합성농약들이 완제품으로 수입되어 사용되었다. 1940-50년대에는 주로 유기염소계 살충제인 DDT, benzene hexachloride를 비롯하여, 유기인계 살충제로서 EPN, parathion, malathion, 그리고 유기수은제 등이 사용되었으며 연도별 허가된 농약 현황은 <표 1-2>와 같다.
<표 1-2> 국내 연도별 농약 품목 허가 현황
출처 : 농약공업협회. 《농약공협 20년사》, 1993.
농약의 발달과정을 살펴보면 인류가 유기합성농약에 본격적으로 노출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수십 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환경보건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중금속이나 유기용제들이 수백 년 또는 수천 년 전부터 인간에게 노출되고 그로 인한 건강영향들이 연구된 물질들인 것에 비하면 농약은 상당히 새로운 물질인 것이다. 환경물질이 건강영향을 유발하는 데는 일반적으로 수년에서 수십 년의 긴 잠복기가 필요한 것을 고려할 때 인류에 대한 농약의 건강영향을 올바로 파악하는 것은 최근에서야 본격적으로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유기합성농약은 다른 물질과 달리 의도적으로 식물 또는 해충을 죽이려고 만들어진 화학물질이다. 따라서 사람에게도 잠재적인 독성이 문제될 수 있어 농약에 대한 보건학적 관심이 필요하다.
1 농업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말하며 농약, 화학비료, 호르몬 약제 및 기타 식물생장조절제 등을 포괄함.
2 국화과에 속하는 식물로서 살충효과가 있는 피레트린이라는 물질이 함유됨.
3 황산구리와 석회의 혼합물.
4 기계의 윤활용으로 사용되는 제품(machine oil)이지만 농약으로 사용될 경우 곤충의 몸 표면을 기름으로 싸서 질식시키는 작용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