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설문을 통한 노출 평가
국내외적으로 농약 노출 평가에 있어서 설문을 통해 정보를 얻는 방법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설문조사는 생물학적 지표를 통해 노출을 평가하는 방법에 비해 응답자의 주관성과 조사자의 차이 등 여러 제한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노출 기간이나 노출 횟수 등의 노출력은 설문조사를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생체지표를 통한 농약 측정 기술이 아무리 발달되어도 설문조사는 농약 노출 평가에 있어서 필수적인 도구로 활용되는 방법이다.
보건학 영역에서 농약의 노출 평가는 설문조사와 기존 자료를 활용하여 농촌지역의 거주여부, 농업 종사여부, 재배하는 농작물의 종류와 기간 등의 대략적인 정보로부터 개별 농약의 살포 여부 및 기간, 그리고 농약 살포 시 개인 노출 형태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는 것으로 발전되어 왔다(그림 3-1). 현재로서는 Dosemeci 등이 2002년에 농약 사용 기간과 노출 관련 행태변수들을 통합하여 개발한 노출 지수(integrated exposure metrics)가 설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우수한 농약 노출 지표로 알려져 있다. 이 지수 산출에 들어가는 항목들은 농약 살포 방식, 보호구 착용 여부 및 종류, 농약 혼합 방식, 농약 살포 기계 수리 여부 등이며 이들에 대한 상대적 가중치를 점수화하여 값을 산출한다. 이렇게 개발된 농약 노출 강도는 농약 살포 연수 및 살포 일수와 함께 곱해져서 총 농약 누적 노출 지수(cumulative exposure index)로서 사용되고 있다.
<그림 3-1> 직업성 농약 노출 평가 방식의 발전 과정
출처:Alavanja MC et al. Health effects of chronic pesticide exposure: cancer and neurotoxicity. Annual Review of Public Health. 2004.
환경 중 농약 노출 평가를 위해서는 부모의 직업을 임신 전후로 조사하거나 직접 농약 취급 작업을 하였는지를 묻기도 하고, 가정 내 노출을 조사하기 위해서 농약이 포함되었을 것으로 알려진 물질들의 사용 여부 및 기간을 조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정 내 모기향 사용과 가정 내 원예용 농약 등에 대한 내용들에 대해서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환경적 노출에서는 개인별 노출 자료뿐 아니라 외부 자료원을 활용하여 지역별 자료값을 할당하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농업총조사 자료의 각 지역별 작목별 면적 또는 농협의 농약공급량 자료를 활용하여 각 지역별 노출에 대한 대리 지표를 만들 수 있다.
한편 임신기간을 좀 더 세분하여 주별로 또는 임신 전후별로 노출력을 물어보기도 한다. 어떤 건강영향을 살펴보느냐에 따라 조사해야 할 노출 시기가 다를 수 있으며 농약 노출의 민감 시기에 대해서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연구들 간의 조사 시점이 일정하지는 않다. 부모의 농약노출에 따른 자녀의 건강영향을 살펴본 기존 연구들에서 조사한 농약 노출 시점은 임신 3개월 전, 임신 중(첫 3개월, 두 번째 3개월, 마지막 3개월), 어린이의 연령별(수유 기간 중, 태어나서 1세까지, 1-2세까지, 2-3세까지), 또는 지난 6개월 동안이나 지난 1년 동안으로 나눈다. 특히 생식기계 질환 및 발달장애의 경우 같은 농약 노출이라 하더라도 노출의 시점에 따라 건강영향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단순히 총 노출량을 파악하는 것보다 노출의 시간적 평가가 더욱 중요하다.
농약은 많은 개별 물질들을 총칭하는 것이므로 건강영향 및 독성 평가를 하는데 있어서 하나의 물질로 볼 수 없다. 따라서 단지 농약을 살포했는지의 여부에 대한 정보를 연구에 활용하는 것에는 많은 제한점이 있다. 각 개별 농약의 독성 차이가 많이 있기 때문에 개별 농약 노출 여부에 대한 정보가 더욱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농약 살포 여부라는 정보가 무의미한 것은 결코 아니다. 비록 담배 안에 있는 수천가지의 개별 발암물질을 모르더라도 흡연 여부는 담배로 인한 건강영향을 평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마찬가지로 농약 살포 여부도 개별 농약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지만 농약을 살포한 경우에는 농약을 살포하지 않는 경우보다 연구하고자 하는 개별 농약의 사용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농약을 살포하십니까라는 단순한 문항은 농촌 거주, 농작업 종사 여부 등과 더불어 농약 노출을 반영하는 중요한 대리지표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나) 농약 우선순위 설정
농약 설문조사 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본격적인 설문조사 이전에 사전조사를 통해서 농약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것이다. 농약은 종류가 매우 많아 모든 개별 농약 이름을 설문에 포함시켜 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따라서 어떤 농약을 설문에 포함시킬 것인지 사전 조사를 통해서 결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를 우선 순위설정(prioritization)이라 하며 농약 연구에 흔히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농약 노출과 뇌종양에 대한 환자-대조군 연구를 시행하기에 앞서 각 지역 내 사용되고 있는 농약들의 종류와 양을 미리 조사하고, 그 결과를 본 조사의 설문조사 시 활용한 바 있다. 비록 전체 농약들의 숫자는 매우 많지만 실제로 흔히 사용하는 농약 그리고 발암성 등 독성이 강한 농약을 선정하면, 조사해야 할 농약은 수십 개로 압축될 수 있다. 코스타리카에서는 어린이 백혈병과 농약 노출과의 연관성을 평가하기 위해서 농약들을 중요도별로 선별하는 연구를 실시하였다. 이를 위해 코스타리카에서 사용되는 총 323개 농약들을 조사하고 각 농약별 사용량을 파악하였으며, 각 농약별 독성학적 자료를 통해 발암성 여부를 조사하였다. 그리고 사용량과 독성 평가를 통해 지수를 산출하여 전체 농약에서의 중요도별 순위를 부여하였다. 이렇게 파악된 정보에 의하면 가장 높은 점수의 25개 농약이 전체 농약 사용량 중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백혈병 연구에 있어서 주요 우선순위 농약을 최종 선정하여 조사를 진행하였다(그림 3-2).
<그림 3-2> 전체 농약 중 중요도별 누적 사용량
출처:Valcke M et al. Pesticide prioritization for a case-control study on childhood leukemia in Costa Rica:a simple stepwise approach. Environmental Research. 2005.
농약 노출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대상자들의 기억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사전에 조사된 개별 농약명에 대한 목록 사용이 권장되고 있다. 농약 종류뿐 아니라 농사 형태, 보호구 및 살포 방식들에 대해서도 사전 조사하여 표로 만들어 놓는 것도 중요하다. 이것은 설문조사 시 농업인들의 기억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즉 자가보고 시 관련될 수 있는 기억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 그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는 농약 종류, 농작업 형태 등을 미리 조사해 놓고 설문지상에서 보여 주고 선택하게 하도록 하는 것은 효율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각 지역 농업기술센터 및 지역 내 농업지도사들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 사용 농약을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다) 농약 설문 문항 개발
농약 노출 평가에 있어서 설문조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조사 문항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는 중요한 연구 주제이다. 일반적으로 농약 노출 항목의 기본 틀은 개별 농약의 살포 여부, 살포연수, 연간 평균 살포횟수, 그리고 최초 농약 살포시기 등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농약 노출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이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농약 자체 정보만이 아니라 개인적 요인 및 작업 형태에 관련된 정보들도 함께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들 항목들에 대한 우선순위를 세우고 조사에서의 현실성을 고려하여 문항으로 포함시킬지를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많은 농약 노출 관련 설문 문항들을 모두 조사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설문조사 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을 고려한다면 연구목적에 맞게 효율적으로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기존의 외국 농업인 건강 연구들에서 사용되고 있는 설문 항목들을 선별한 후 국내 농약 노출 평가의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연구에 의해 우리나라에서 중요하다고 판단된 설문 항목들로는 농약 살포 여부, 주살포(직접 살포 혹은 보조 작업) 여부, 농약 살포 연수, 농약 살포 일수, 1일 평균 살포 시간, 최초 농약 살포 연도 또는 연령, 개별 농약 종류, 농약 형태, 살포 방법, 보호구 착용 여부 및 방식, 작업 시 위생 행위 등이 있다(표 3-1). 효과적인 설문조사를 위해서는 설문 문항뿐 아니라 응답형태를 잘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존 연구에서는 농약 설문 응답의 형태는 농약 살포 여부와 주살포 여부는 ‘예/아니오’로, 농약 살포 연수, 농약 살포 일수, 1일 평균 살포 시간, 최초 농약 살포 연령 등은 연속형 척도로 구성하며, 개별 농약 상품명 항목은 조사 시 배부한 농약 목록을 참고하게 하여 개방형으로 지난 1년간 사용한 농약을 모두 기입하게 한 후 상품별로 살포 일수, 살포 시간, 살포 방법 등을 기입하게 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개인 보호구 착용 항목은 보호 장갑, 보안경등의 주요 보호구들에 대해, 작업 위생행위 항목은 농약 안전사용 준수 여부 및 살포 후 세척 여부 등 농약 살포 시 기본적인 준수 사항들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들 항목들은 ‘안함/가끔/자주/항상’의 순위형 척도로 구성할 수 있다.
<표 3-1> 국내 농약 노출 평가 시 활용된 주요 설문 항목들
출처:이요한 등. 〈일부 농업인에서 자기 기입식 농약 노출 설문에 대한 신뢰도 연구〉, 《예방의학회지》, 2010.
기존에 실시된 농업인 연구에서는 주로 농작업 여부, 농작업 기간, 그리고 작목 종류와 규모 등의 정보만을 파악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개략적인 정보는 비록 농약 노출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를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작목별로 농약 살포일수와 시간을 추정할 수는 있다. 즉 어떤 작목을 얼마 동안 재배하고 있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은 농약 노출의 유용한 대리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설문조사에서 개별 농약에 대해 최대한 자세한 노출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라도 최소한 작목에 대한 정보는 설문에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농약의 노출평가에 있어서 각 개인에 대한 거주지의 좌표 정보와 작목별 분포 지도를 활용하여 농경지와의 거리를 측정하여 지리정보시스템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농약 노출 평가 방식은 실제 많은 외국 연구에서 생태학적 연구에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만약 개인별 노출 지표와 지역별 노출 지표를 모두 확보할 수 있다면 다수준 분석방법(multilevel analysis)1을 적용하여 더욱 정확한 종합적 노출 평가가 가능하다.
농약 노출을 평가하는 데 활용된 지표들이 예상과 달리 서로 비슷한 결과를 보여 주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 예를 들어 패러쾃 농약과 폐기능 연구에서 패러쾃 살포 연수라는 지표는 폐기능 감소와 유의하게 비례하였으나 패러쾃 연평균 살포 일수는 그렇지 않았다. 이것은 살포 연수는 상대적으로 기억하기 쉬우나 연간 평균 살포 일수의 경우 2년 전의 경우와 40년 전의 경우를 구별하기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평균 살포 일수는 살포 연수보다 농약 노출을 나타내는 데 덜 민감한 지표일 수 있다. 실제로 살포 연수는 2-40년까지 넓은 분포를 보이는 반면 연간 평균 살포 일수는 평균 5-6일로 각 연수 구간별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 따라서 살포 연수는 노출의 분포를 넓혀주었으나 연간 평균 살포 일수는 분포가 좁아 노출 지표로서의 가치가 적었으며, 연수와 일수를 곱해 얻은 총 누적 일수는 결과를 희석시켜 연관성을 잘 나타나지 않게 만들었다. 즉 패러쾃 농약의 노출을 구분 짓는데 의미 있는 기여를 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처럼 비슷한 속성의 지표들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값을 보이는 현상은 보건학에서 흔히 부딪치는 문제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어느 한 지표가 잘못된 것이라기보다는 각 지표가 갖고 있는 특성의 차이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각 지표들간의 상관성을 살펴보고 각 지표가 의미하는 바를 깊이 있게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약 노출의 경우 직업 및 환경적 노출이 흔히 혼합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경로를 통한 종합적 노출 평가를 위해서 생물학적 시료를 이용한 노출 평가 방법이 특히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다. 농약에 대한 생물학적 노출 평가로는 농약자체 또는 대사물질(metabolites)을 혈액이나 소변에서 검사하는 방법과 농약 노출에 의한 생물학적 초기 영향지표(biological early biomarker)를 조사하는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농약 대사산물 지표 분석은 고가의 장비와 많은 노력이 소요되며, 대부분의 생물학적 지표들에 있어서 건강영향과의 양-반응관계가 알려져 있지 않아 노출 평가 방법으로 사용하기에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현재는 주로 잔류성이 강한 유기염소계 농약들 및 잘 알려진 유기인계 농약들에 국한되어 생물학적 노출 평가가 활용되고 있다.
생물학적 초기 영향지표로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혈장 및 적혈구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 활성도 측정이다. 이 효소는 신경계 및 혈액 내에 존재하며 대부분의 유기인계 및 카바메이트계 농약과 결합하여 복합체를 형성함으로서 기능이 억제된다. 적혈구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의 회복은 적혈구 생성에 의존하므로 혈장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보다 상대적으로 장시간이 소요된다.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를 억제시키는 민감도는 농약의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르며, 신체 상태를 포함한 개인 내 여러 요인에 의하여 차이를 보일 수 있어 반복 측정을 통한 값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환경적 농약 노출을 평가하기 위해 분석하고 있는 생체지표는 <표 3-2>와 같다.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 이외에도 유럽 국가들의 대규모 출생코호트 내에서 수행되고 있는 환경적 유해물질과 건강영향연구(Environmental Health Risks in European Birth Cohorts)에서도 산모와 태아의 생체시료를 활용하여 DDT, dieldren과 같은 유기염소계 농약을 비롯하여 유기인계, 피레스로이드계 농약의 대사산물을 측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체지표를 활용하여 환경적 농약 노출 분석을 수행하고자 한다면 국내에서 흔히 사용되는 피레스로이드계, 유기인계 살충제, chlorpyrifos 등의 대사산물 분석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
<표 3-2>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측정하고 있는 농약의 생체지표들
출처:CDC. Fourth National Report on Human Exposure to Environmental Chemicals. 2009.
한편 농약은 피부를 통한 노출이 중요하므로 피부 노출 평가를 위한 여러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여기에는 패치(patch)나 전신의복을 이용한 피부대용법(surrogate skin techniques), 피부에 붙어 있는 농약을 씻거나 닦아내어 측정하는 제거기법(chemical removal techniques), 그리고 형광물질과 비디오영상 분석을 이용한 형광유도기법(fluorescent tracer techniques)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호흡기 노출 평가를 위해서는 개인 포집기를 통한 공기 중 농약측정 및 첨단 측정 장비들을 통해 노출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렇게 얻어진 자료를 통해 설문에서 얻은 정보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생물학적 지표가 노출 평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농약 제조 회사들이 농촌가족 노출연구(Farm Family Exposure Study)를 통해 기존 역학 연구들의 결과를 희석시키고 농약의 생산을 극대화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사례도 있었다. 이 연구는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Bayer CropSciences, Dow AgroSciences, DuPont, FMC, Monsanto, Syngenta 등 대표적인 농약 제조회사들로부터 후원을 받은 농약 노출 평가 연구이다. 이 연구에서는 소변 중 생물학적 모니터링을 통해서 농가에서의 농약 노출 정도를 정량화하고 설문으로 보고된 농약 사용 수준과 소변의 농약 수준 사이의 상관관계를 평가하였다. 이를 위해 미네소타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95개 농가의 372명의 농업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2,4-D, glyphosate, chlorpyrifos 등 3가지 농약이 환경 및 소변 중에서 측정되었다. 이러한 생물학적 지표를 활용한 연구들은 농약 노출 평가에 기여하는 바가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연구의 주된 목적은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미국농업인건강연구2에서의 농약 노출 평가가 부정확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를 통해서 보고된 결과를 희석시키려는 의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또한 이러한 연구를 통해서 농업인들이 농약을 다룰 때 보호구를 잘 사용한다면 신체로 흡수되는 양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서 결과적으로 농약 노출의 책임을 농업인에게 전가시키고자 하였다. 이처럼 학문적으로 필요한 영역의 연구이지만 간혹 잘못된 의도로 추진되는 사례들도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모델링 방식이 농약 노출 평가에 활용되기도 한다. 즉 농약 노출과 관련될 수 있는 여러 변수들(노즐 타입, 장갑 사용 여부 등)과 실제 소변 중 노출량을 일부 농약 살포자들에서 자세히 조사하여 농약 노출에 대한 최적화된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대규모 농약 살포자 연구에서 직접 소변량을 통해 농약 노출 평가를 하지 못하더라도 기존에 만들어진 모델을 통해 노출량을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모델링 방식은 적은수의 자료로 인구집단의 노출을 추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제한된 자료를 사용하는 데서 비롯되는 불확실성의 단점이 존재한다.
서구에서는 이러한 목적으로 농작업자들에서 농약 노출에 관련된 여러 요인들을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실측하고 노출 자료를 축적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즉 유럽의 European Predictive Operator Exposure Model (EUROPOEM), 북미의 Pesticides Handlers Exposure Database(PHED), 그리고 이 둘을 합친 Agricultural Handlers Exposure Database(AHED)들이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농작업자에서 직업적 농약 노출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자료원이 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보건학 연구와 연계되어 활발히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또한 각 나라별로 농작업 및 농약 살포 형태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맞는 모델 구축이 중요하며, 이러한 연구가 실시되면 우리나라 농약 노출 평가 연구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에서 농약에 대한 노출 평가는 주로 환경측정 및 실험적 지표 개발에 국한되어 실시되어 왔다. 그러나 기존의 일부 농작업자를 대상으로 한 산발적인 절대량 평가는 단면적 성격상 전국 대표성이 부족하고 노출값에 대한 보건학적 활용도가 제한되었다. 오히려 전국 규모의 대략적인 상대적 농약 노출 평가 지표가 농약에 의한 건강영향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즉 설문 및 자료 분석과 연계된 역학적 지표로서의 활용을 목적으로 한 노출 평가 방법의 개발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가) 설문 항목에 근거한 노출 평가
미국농업인건강연구에서와 같은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는 농업인들로부터 얻어진 설문을 통해 개별 농약 노출 지표를 산출하였다. 우선 개별 농약 살포 여부, 살포 연수, 살포 일수, 1일 평균 살포 시간, 그리고 농약 노출 강도(inten- sity)를 통해 종합적인 농약 노출 지표를 산출하였다. 이때 농약 노출 강도는 농약 살포 방식, 보호구 착용 여부 및 종류, 농약 혼합방식, 농약 살포 장비 수리 여부 등의 항목들을 사용하고 이들 항목에 대한 상대적 가중치를 점수화하고 수식을 통해 산출하였다. 각 항목별 점수들은 기존 자료와 농약 노출 평가 전문가들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러한 방법이 비록 주관적인 요소를 갖고 있지만 상대적인 집단 분류에서는 전문가적 경험이 오히려 더 정확할 수 있다. 미국농업인건강연구 구축 당시 현장에서 조사된 설문지를 통해서는 기본 산출식(enrollment algorithm)을, 우편으로 조사된 자세한 설문지를 사용해서는 정밀 산출식(detailed algorithm)을 구하여 비교하였다(표 3-3).
<표 3-3> 미국농업인건강연구에서의 농약 노출 강도(intensity) 산출 방식
출처:Dosemeci M et al. A quantitative approach for estimating exposure to pesticides in the Agricultural Health Study. The Annals of Occupational Hygiene. 2002.
이 노출 지수는 여러 인구집단(캐나다 농업인, 미네소타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농업인, 미국농업인건강연구 내 노출 평가 연구 및 과수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현장조사를 통해 집단별로 노출 순위가 정확한지에 대한 신뢰도가 평가된 바 있다. 또한 2,4-D와 chlorpyrifos 농약 살포자들을 대상으로 환경측정 농도와 소변 중 대사물질 농도를 통한 타당도가 검증된 바 있으며, 이 자료를 근거로 노출 지수에 대한 산출식을 수정 보완하였다. 최근에는 코호트 연구에서 추적 조사된 노출 자료를 통합시켜 보다 정확한 노출 평가 점수를 산출한 바 있으며, 기존 노출 강도와 새로 산출된 노출 강도 간의 상관성이 매우 높았음을 보고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노출 지수는 현재 우수한 노출 지표로서 역학 연구에 활용될 수 있으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하여 보다 정교한 노출 평가 값이 산출될 수 있다.
나) 직업력에 근거한 노출 평가
농약에 대한 노출 평가는 각 직업에 대한 잠재적 평생 농약 노출 수준을 직업-노출 매트릭스(job-exposure matrix)를 통해 평가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실시된 농약 노출과 비호지킨림프종(non-Hodgkin’s lymphoma) 연구에서는 우선 농약 노출의 가능성(probability)에 대한 상대적 점수, 상대적 노출 수준(level), 그리고 노출에 대한 확신(confidence)에 대한 점수를 0점에서부터 4점까지 살충제, 제초제, 살균제별로 각각 부여하였다. 이러한 점수들을 근거로 전체 대상자를 비노출 추정군(probably unexposed), 노출이 불확실한 군(exposure uncertain), 노출 추정군(probably exposed) 등 3개 군으로 나누어 비호지킨림프종과의 연관성 연구에 사용하였다. 이처럼 비록 개인정보는 없지만 직업 노출 정보를 통해 각 개인별 노출 점수를 부여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각 사람의 종사 산업과 구체적인 직종을 파악하여야 하며 이들을 조합하여 각 매트릭스별 점수를 주는 방식을 적용하게 된다.
러시아 레닌그라드 지역에서 병원의 사망 자료를 통해 실시된 폐암 환자 연구에서는 농약의 노출 정도를 각 사람의 직업명과 작업 활동을 근거로 추산하였다. 러시아에서는 개인별로 그린북(Green book)이라는 직업력 기록을 발급하며 이를 이용하여 각 개인의 직업 정보를 마치 의무기록과 같이 누적된 자료로서 살펴볼 수 있었다. 여기에는 개인 근로자의 직종, 산업, 세부 작업명의 시작과 끝, 사업장 이름과 부서 등의 정보들이 기록되어 있었으며, 만약 직업을 바꾸게 되면 그린북은 새로운 사업장으로 이동 보완되어 평생 직업력을 살필 수 있다. 이러한 정보들을 통해 각 개인의 직업력을 추적할 수 있으며 각 직업의 작업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다면 농약 노출 평가가 가능하다.
개인이 종사했던 각 산업과 직업명에 대해 각각 농약 노출 수준을 비노출, 저노출, 고노출로 나누고 <표 3-4>와 같이 각 산업과 그 산업 내에서의 직업 형태를 조합하여 종합적 노출 정도를 산출함으로서 전체 대상자를 대상으로 비노출, 저노출, 중간노출, 고노출, 최고노출로 분류할 수 있다. 평가된 지표는 직업의 근무 기간과 곱해 누적 농약 노출 지표를 산출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개략적이며 절대적 값이 아니라 단지 상대적 정도에 대한 범주화가 목적이다. 그렇지만 보건학 연구에서는 실용적으로 양-반응관계를 살펴보는 데 사용되고 있다. 각 직업 및 노출 정보의 신뢰도를 별도로 점수화함으로써 필요에 따라 신뢰도가 낮은 작업은 제외하고 살펴볼 수도 있다.
<표 3-4> 산업과 직종 정보를 근거로 한 농약 노출 수준 평가 사례
다) 지역 자료를 활용한 노출 평가
농약 사용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가 없다고 하더라도 기존 자료를 활용하여 지역별 농약 사용 대리지표를 개발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각 지역별 농경지 면적의 분율이나 특정 농약을 살포하는 특정 작목 면적의 분율을 농약 노출의 대리지표로서 활용하기도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농약 사용보고 자료를 활용하여 살포 지점별로 사용된 농약의 종류와 사용량, 살포 면적 등을 통해 단위 면적당 살포량을 산출하여 지역적인 농약 노출과 소아암과의 연관성을 평가한 바 있다. 또한 농업인 분율과 노동시간, 작목별 면적 및 작목별 농약 살포 양상 등의 개별 지표들을 통합하여 새로운 농약 노출 지표를 산출하기도 하였으며, 최근에는 지리정보시스템 기술의 발달로 농약 살포 지점과 대상자의 거리정보를 활용하여 더욱 정교한 농약 노출 지표를 산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농업총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생태학적 연구에 활용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한 바 있다. 우리나라 농업총조사는 1960년도부터 실시되었으며 농업 관련 특성들(농가수, 농업인구, 농업종사 기간, 농업규모 및 주요 작목 등)에 대해서 전국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다. 그 외 가구당 컴퓨터 및 자동차 보유, 부엌 형태 등 사회경제적 요인들도 포함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 각 지역별 농업인구 분율(전업 농업인구 분율, 겸업 농업인구 분율), 농업종사기간에 따른 농업인구 분율, 농업규모별 농가 분율을 활용하여 전국 시군구별 농업특성지표(farming index)가 개발되어 각 지역별 악성종양 사망률과 비교된 바 있다. 이렇게 산출된 농업특성지표는 지역별로 총 농업 노출 정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서, 농업에 오랫동안 종사하거나 큰 규모의 농업에 종사한 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적은 규모로 농사를 짓거나 농업 경력이 짧은 지역보다 높은 값을 갖는다.
보건학연구에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노출값을 얻기 위해서는 개인 수준에서 측정된 값을 얻는 방법과 인구집단별로 노출 정보를 얻는 방법이 있다. 일반적으로 두 가지 지표 중 개인 수준에서의 측정값이 더 좋은 측정지표일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노출량 측정에 있어서 변화가 크거나 각 대상자에게 얻어지는 표본의 수가 적을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개인의 측정값은 경우에 따라 집단적 노출 지표를 사용할 때보다 질병에 대한 위험도 값을 더 왜곡(바이어스, bias)3시킬 수 있다. 반면 집단적 노출 지표는 개인 지표 사용 시보다 위험도 값을 덜 왜곡시키지만 통계적 검증력(statistical power)4이 떨어질 수 있다.
1 건강에 영향을 주는 개인적 요인과 개인을 둘러싼 집단적 요인을 통합하여 평가하는 분석 방법.
2 미국 내 농업인과 가족 약 9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코호트 연구.
3 사실과 다른 차이를 말하는 것으로 체계적 오류(systematic error)라고도 함.
4 노출과 건강영향 간에 연관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없다고 판정하는 오류를 배제하는 확률로서 일반적으로 80% 이상의 검증력(power)을 사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