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치료는 수술이나 약물치료와 같이 의료 영역에서 중요한 치료법으로 특히 암환자의 치료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런데 고선량의 방사선을 사용하면서 치료 부위 혹은 주변 장기에 방사선이 노출되어 이차암이 발생할 수 있다. 이차암의 규모는 나라별 기저암발생률, 방사선 치료를 받는 분율, 방사선 치료시 선량 등에 영향 받는다. 암환자 및 암생존자(cancer survivors)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암 생존자 중에 이차암이 발생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방사선 치료 관련 연구는 암 생존자 연구 분야와 밀접히 관련된다.
특히 어린이 암 환자들은 생존률이 높고 오래 추적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교란 변수(음주 흡연 등)가 성인보다 적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CCSS(Childhood Cancer Survivor Study, https://ccss.stjude.org/)'는 미국 내 여러 기관이 연합하여 진행하는 대규모 소아암 생존자 연구로 이차암 연구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 연구에는 약 2만 5천 명의 소아암 환자들이 참여하였으며 이중 약 43%의 환자들이 방사선 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방사선 치료로 인한 건강 영향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연구 중 하나이다.
이차암의 원인으로는 일차암과 같이 유전 및 환경적 요인들이 있으며 여기에 일차암에 대한 치료 내용이 추가로 기여한다. 일반적으로 암 발생에 대한 유전적 원인은 연령 증가에 따라 감소하고 환경요인은 증가하는데, 암치료 요인은 유전과 환경요인의 중간 특성을 갖는다. 여러 요인들이 이차암 발생에 관여하기 때문에 비록 암치료 방법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이차암 발생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차암이 1975-1977년에 전체 암의 8%를 차지하였으나 2011-2013년에는 20%로 증가하였으며, 환자 수로는 일차암이 2배 증가하는 동안 이차암은 5배 증가하였다.
방사선 치료로 인한 이차암의 기여분율이 미국 SEER 자료를(1973-2002) 근거로 추정된 바 있다(표 13.4.1). 연구 결과 1년 이상 생존한 암환자 485,481명 중 42,294명의 이차암이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게서 발생하였으며 이중 3,255명(8%)이 방사선 치료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방사선 치료를 받은 1,000명의 환자당 10년 후에 3명, 15년 후에는 5명의 초과 암 발생이 이루어지는 규모이다. 기여분율은 장기별로 차이가 있어 고환암이 24%로 가장 높고 자궁경부암, 전립선암, 침샘암, 뇌종양 등의 순이다. 이러한 차이에는 각 암종별 치료 시기 및 방법, 치료 시 각 장기의 위치, 암종에 따른 방사선 감수성 차이 등의 요인이 종합적으로 관여한다. 한편 이 연구에서의 대상자는 20세 이상으로서 상대적으로 어린이 및 청소년보다 감수성이 낮은 집단이며, 추적 기간이 아직 12년뿐인 것을 고려하면 결과가 과소평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표 13.4.1 미국의 방사선 치료에 의한 이차 고형암 환자수와 기여위험도(미국)
방사선 치료 관련 이차암 연구는 생존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소아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호지킨암 등의 일차암 환자들에서 많이 진행되었다. 이들 암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생존률이 높아 이차암 발생이 관찰될 수 있는 오랜 기간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일차 암의 방사선 치료로 인해 발생한 이차암의 종류로는 갑상선암, 유방암, 폐암, 뇌종양, 백혈병, 뼈암, 피부암, 소화기암, 방광암 등 다양하다. 방사선 치료를 받은 소아암 환자들의 경우 갑상선암, 뼈암, 백혈병, 뇌종양, 피부암이, 유방암 생존 환자들의 경우에는 백혈병, 폐암, 연조직육종, 반대편 유방암이, 자궁경부암 환자들은 방광암, 직장암, 뼈암, 자궁암, 비호지킨림프종, 백혈병이, 방사선 치료를 받은 호지킨병 환자들에게서는 백혈병, 폐암, 유방암 등의 이차암 증가가 주로 관찰되었다. 연구 형태는 주로 코호트 내 환자-대조군 연구가 많이 활용되었으며 이는 전체 코호트 대상자들에서의 개인별 선량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방사선 치료 연구들은 분절적 고선량(fractionated high-dose)에 노출되는 특성이 있으며 평균 5-60Gy의 높은 선량에 노출되었다. 직접 관찰된 방사선 치료 역학 결과들을 종합하면 방사선의 초과상대위험도는 기존에 알려진 저선량 노출 결과보다 5-16배 적었으며 그 차이는 암종별로 차이가 있었다(표 13.4.2). 이것은 주로 세포사멸과 분절적 노출에 의한 것으로 판단되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다른 요인들도 관여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선량-반응 관련성은 여러 암종에서 대체로 선량 증가에 따라 선형적으로 위험도가 증가하였으나, 갑상선암의 경우는 벨 모양의 곡선을 그리면서 10-15Gy 이상에서는 감소하였다. 따라서 방사선 치료에 의한 암위해도 추정시 고선량 노출이라고 하더라도 대체로 현재 알려진 이론적 모델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표 13.4.2 방사선 치료 일부 역학 연구들의 초과상대위험도 비교
방사선 치료 후 고형암 위험도는 높은 선량에 노출될수록 증가하였으며 암위험도 증가는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지속되었다. 이차암 위험도는 암종별로 차이가 있어 대체로 유방암과 고환암 환자보다 호즈킨 림프종과 소아암 환자들에서 높았으며, 이는 노출 선량과 암환자 연령이 관여된 것으로 판단되었다. 일차암 치료 후 이차암의 발생까지의 평균 잠재 기간은 대략 수년에서 수십 년으로 다양하였으며 일차암의 종류와 치료 용량에 따라 차이가 나타난다.
현재까지의 주요 결과에 의하면 방사선 치료의 영향에는 여러 효과변경인자(modifying factor)들이 작용한다. 즉 1) 방사선 치료시 연령이 낮을수록 이차암 발생 위험이 높았다. 특히 20세 미만일 경우 위험도가 높고 50세 이후에서는 증가가 뚜렷하지 않았다. 2) 화학적 치료를 함께 한 경우 상호작용을 통해 이차암 위험성을 증가시키며 고선량 노출 시 특히 높게 나타났다. 3) 호르몬 요인도 관여하여 예를 들어 난소의 기능이 없거나 폐경시에는 방사선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4) 흡연자에게서 비흡연자보다 방사선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으며, 5) 감수성이 높은 유전자를 가진 경우 방사선의 위험도가 증가하였다.
방사선 치료시 선량(dose)과 부피(volume)가 클수록 암발생 위험도가 높아, 선량이 많고 치료 부위가 넓을수록 위험도가 증가하였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요인 중 어느 것이 암발생에 더 큰 영향을 주는가(즉 처방된 선량[prescribed dose]이 같다고 하더라도 적은 선량을 넓은 부위에 조사하는 경우와 많은 선량을 좁은 부위에 조사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아직 결과가 분명하진 않다. 왜냐하면 많은 선량을 적은 부위에 조사할 경우 면적당 방사선량은 많아져 암 위험도가 증가할 수 있지만, 방사선에 노출되는 부위 자체는 줄어들어 전체적인 암 위험도는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량-부피 효과 (dose-volume effect)는 방사선량의 수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국제적으로 방사선 치료 관련하여 여러 역학연구가 국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PPCR(Pediatric Proton Consortium Registry)은 양성자 치료를 받은 소아들에 대한 등록자료를 통해서 향후 건강 영향을 살펴보는 프로그램으로 미국 내 20개 이상의 센터를 통해 2018년 현재 2,377명의 환자를 모집하였다. RADCOMP(Randomized Trial of Proton vs. Photon Therapy for Patients With Non-Metastatic Breast Cancer)은 미국에서 1,700명의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양성자와 광자 치료를 비교하는 무작위 임상시험 연구로서 미국 내 22개 센터에서 3년간 약 640명의 여성을 모집하였다. 또한 WECARE(Women’s Environmental Cancer and Radiation Epidemiology)는 미국과 덴마크 유방암 환자들에서 방사선 치료로 인해 다른쪽 유방암 발생을 규명하기 위한 코호트 내 환자-대조군 연구이다.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심장혈관시술을 받은 17,104명의 소아들을 모집하여 암위험도를 추적하는 COCCINELLE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UNSCEAR에서 이차암에 대한 역학 연구를 9개 (조혈 및 림프 악성종양, 육종, 유방암, 폐, 위장관, 갑상선, 뇌, 다른 부위, 전체 고형암) 암종별로 구분하여 정리하였다. 7개 암종 (조혈 및 림프 악성종양, 육종, 유방암, 폐, 위장관, 갑상선, 뇌)에 대해서 메타분석을 실시한 결과 전체 고형암 위험도는 Gy당 0.08(95% CI: 0.06, 0.11)의 초과상대위험도를 보여 저선량에서의 결과보다 낮았다. 장기선량 1Gy당 초과상대위험도(ERR)이 가장 높은 위험도는 갑상선 0.68(95% CI: 0.09, 1.6)과 육종 0.33(95% CI: 0.09, 0.63)이었으며 다른 암종들은 Gy당 0.12 이하의 ERR 위험도를 보였다. 이차암에 대한 선량-반응 모양에 대한 연구는 비록 제한적이었지만 대체로 선형적 관련성을 보였으나 일부암종 (육종, 갑상선암, 조혈암)의 경우 비선형 모양이 관찰되었다.
이차암 연구 시 방사선 치료를 받거나 암에 걸렸던 사람들은 일반인과 비교하여 유전적 혹은 환경적으로 다른 특성을 가질 수 있어 외부 집단보다는 내부 비교군의 확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방사선 치료에 의한 이차암 연구에서는 방사선 치료를 받지 않은 이차암 환자군이 방사선 치료를 받은 이차암 환자와 비교되어야 한다. 또한 방사선 치료 관련 연구에서 효과변경인자의 영향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방사선 노출이 이차암 발생의 약 8% 기여한다는 것은 달리 표현하면 이차암 발생의 90% 이상은 방사선이 아닌 다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차암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방사선뿐 아니라 다른 발암 요인들 및 방사선 노출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방사선 치료에 의한 비악성종양으로서 심혈관 질환에 관한 연구들은 주로 호즈킨 림프종, 유방암, 폐암, 식도암 환자들에서 많이 보고되었으며, 현재까지의 결과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다. 1) 심혈관 질환(주로 허혈성 심장질환)의 위험도는 선량에 비례하여 증가하고, 2) 질병 위험도는 선형적으로 증가하였으며, 3) 문턱선량은 관찰되지 않았고, 4) 위험도는 방사선 치료후 5년 내에 시작해서 수십 년간 지속되었다. 그러나 판막성심장병(valvular heart disease)의 경우에는 다른 양상을 보여, 위험도는 10년 뒤에야 증가하였으며 30Gy 이상 노출 시 증가하였으며 낮은 선량에서는 위험도 증가가 관찰되지 않았다.
심혈관 질환에 관한 대표적인 연구 중 하나로 스웨덴과 덴마크에서 1958-2001년 사이에 유방암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은 2,168명의 여성에 대한 지역사회 환자-대조군 연구가 진행되었다. 환자들의 평균 심장 선량은 4.9Gy이었고, 허혈성 심장질환의 위험도가 Gy당 7.4%의 선형적 증가를 보였다. 위험도는 방사선 노출 후 5년 내 시작해서 방사선 치료 후 30년간 지속되었고 역치는 관찰되지 않았다.
방사선 치료에 의한 혈관질환에 관한 연구는 1950년대에 치료를 받은 소아 두부백선(tinea capitis) 환자들에게서도 보고되었다. 이 연구에 이스라엘에서 17,734명 (방사선 치료받은 7,408명과 치료받지 않은 10,326명)이 포함되었으며, 두부에 노출된 방사선 평균 선량은 1.5Gy로 산출되었다. 이들을 2011년까지 추적한 결과에 의하면 총 2,221명의 혈관질환 발생이 관찰되었으며 상대위험도는 총 혈관질환 1.19(95% CI: 1.09, 1.29), 뇌졸중 1.35(1.20, 1.53), 경동맥협착증 1.32(1.06, 1.64), 협심증 1.12(1.01, 1.26)으로 유의하게 증가하였다. 이러한 위험도는 노출 시 연령이 낮을수록 증가하였다.
갑상선의 악성종양은 방사선 노출과 선량-반응 관련성이 분명하게 보고되고 있으나, 비악성 질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비악성 갑상선 질환들은 악성종양보다 유병률이 높으며, 질병 자체를 정의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고, 진단 방법에 따라 유병률 및 발생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갑상선 질환의 결과들은 각 인구집단별로 직접 비교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어, 방사선에 의한 초과절대위험도보다는 초과상대위험도 지표로 비교하고 있다. 방사선 노출과 갑상선 질환에 대한 고찰에 의하면 의료방사선을 포함하여 다양한 방사선 노출이 갑상선 선종(adenoma)과 결절(nodule)의 위험도를 유의하게 증가시켰으며 대체로 5Gy 이하에서는 선형 관련성이 관찰되었다(표 13.4.3). 한편 갑상선 기능저하증 및 항진증은 방사선 치료 등 고선량 노출에서는 연관성이 잘 알려졌으나 저선량의 경우 분명하지 않았다.
표 13.4.3 의료방사선 노출과 갑상선 선종과 결절의 위험도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비악성종양 영향을 살펴보는 역학 연구들에는 유방암 환자에서 방사선 치료 후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살펴보는 연구(BACCARAT, EARLY-HEART 등), 소아에서 심장 중재 시술을 받거나 방사선 치료를 받은 후에 전반적인 건강 영향을 살펴보는 연구(HARMONIC 등), 뇌종양 환자에서 방사선 치료 후 신경독성에 관한 연구(EpiBrainRad) 등이 알려져 있다.
방사선 치료 역학 연구들은 점차 암생존자들이 많아지고, 생존율도 높아지며, 치료 방법도 새롭게 많이 개발되면서 중요하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다른 노출 형태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고선량으로 인한 방사선량당 위험도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아직 왜 고선량 방사선 노출이 저선량보다 단위선량당 위험도가 낮은지, 왜 장기별로 위험도가 다른지, 왜 고선량에서도 위험도가 선형적으로 증가 하는지(갑상선암 제외) 등이 아직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방사선 치료 역학 연구는 악성종양의 기전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할 수 있다. 또한 방사선 치료 역학 결과들은 임상적 의사결정의 근거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와 적합하지 않은 환자를 구별하여(이차암 고위험군을 발굴) 적합한 치료 방법을 선정하는 임상적 근거자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방사선 치료 연구에서 효과조절인자의 영향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방사선 노출이 이차암 발생의 약 8% 기여한다는 것은 달리 표현하면 이차암 발생의 90% 이상은 방사선이 아닌 다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차암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방사선뿐 아니라 다른 발암 요인들 및 방사선 노출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