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노출로 인한 건강영향 연구가 체계적이고 활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농약 노출에 대한 평가가 필수적이다. 노출 평가란 신체가 특정 환경 요인에 얼마나 접촉되어 있는지 또는 몸 안에 얼마나 흡수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환경 오염물질의 진짜(true) 노출량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특히 생물학적 지표가 활발히 연구되지 못한 농약 연구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대략적(approximate) 노출을 평가할 수밖에 없고 진짜를 반영하는 대리지표(surrogate)를 합리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노출의 절대값을 파악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대리지표가 진짜 노출과 상관성이 높고 인구집단의 노출 정도를 올바르게 분류(categorization)할 수 있으면 효율적으로 역학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보건학에서의 노출 평가의 목적은 노출의 절대량 자체를 파악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노출의 변이(variation)를 구분하고 그와 관련된 요인들을 파악해서 각 노출 수준별로 관련 질환의 위험도 산출에 적용하는데 있다. 즉 보건학에서 노출 평가란 합리적 기준에 따라 연구대상자들에게 농약 노출에 대한 점수를 주거나 분류하는 과정이다. 매우 자세한 수치를 부여할 수도 있고 대략적인 수준만을 부여할 수도 있다. 물론 자세한 수치를 부여하는 것이 노출 평가를 더 정교하게 할 수 있지만 보건학 연구에서는 합리적인 집단분류(예를 들어 고노출, 중간노출, 저노출 등)을 통해서 노출과 질병과의 연관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경우들이 많다. 즉 실험적 측정 등이 인구집단에 대한 노출 분류에 도움이 되지만 집단 간 분류를 위해 반드시 절대값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보건학적 입장에서는 농약 노출 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정교함보다는 합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정교한 장비를 통한 실측값 측정보다도 합리적 근거에 의한 집단 간 분류가 투자되는 시간과 노력 및 비용을 고려하면 더 큰 의미가 있다.
노출 평가를 위해서 파악하는 정보의 종류들에는 노출 기간(duration; 시간, 일수, 연수 등), 노출 시점(timing; 민감한 연령 등), 노출 농도(density; mg/m3, mg/L 등), 노출 횟수(frequency; 주당 또는 연간 횟수 등) 등이 포함된다. 노출을 올바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영역별로 종합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단순히 노출 혹은 비노출에 대한 정보보다 얼마나 노출되었는지에 대한 양적 평가는 보다 근거 있는 노출과 질병과의 연관성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목적으로 농약 살포 여부 외에 살포 연수, 연평균 살포 일수 등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출량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개념은 누적 노출이며 노출 연수, 횟수, 그리고 농도를 곱해서 산출한다.
노출-반응 관련성(exposure-response relationship)을 효율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노출수준의 분포를 다양하게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노출 수준이 비슷한 집단에 대한 연구는 노출에 따른 건강영향을 파악하는데 불리하기 때문에 저노출에서부터 고노출 집단까지 다양한 노출 수준을 보이는 집단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출 수준의 범위가 좁으면 오차의 조그마한 변화에도 분류 오류가 크게 발생될 수 있다. 따라서 농약에 고노출된 집단을 우선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노출의 수준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는 집단을 확보하는 것이 연구에서 원인적 연관성을 파악하는 데 유리하다.
또한 노출 집단을 어떻게 선정하느냐에 따라 노출과 질병과의 연관성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즉 올바르게 추출된 대상자인 경우 양-반응관계를 보일 수 있지만 만약 노출 정도가 치우친 대상자가 선정된다면 양-반응관계를 보이지 않거나 또는 거꾸로 된 연관성을 보일 수 있어 노출과 질병과의 연관성 평가를 위해서는 대상자 선정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농약 노출 평가에서 노출 시점(timing of exposure)을 정확히 평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노출과 관련된 시기는 원인적 시기(aetiological time window), 유도기(induction period), 잠재기(latent period)로 나누어 표현될 수 있다. 이 중에서 노출이 질병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시기는 원인적 시기이며 나머지는 관련이 없거나 적다고 할 수 있다. 즉 유도 및 잠재기에 노출된 농약량은 엄밀한 의미에서 질병 발생에 있어서는 불필요한 정보가 되며 이들을 포함시키는 것은 노출의 분류 오류를 발생시킬 수 있다.
DDT 노출과 유방암과의 연관성은 1993년 환자-대조군 연구를 통해 크게 부각되었으나 이후 일련의 과정을 통해 연관성이 입증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미국에서 DDT가 금지되기 이전 시료를 통해 DDT의 노출 시기에 따른 유방암의 발생에서 큰 차이가 있었음이 보고되었다. 즉 14세 이상에서 노출되었을 때는 유의하지 않은 위험도를 보인 반면 4세 이하 노출에서는 11.5배, 7세 미만에서는 9.6배의 매우 큰 위험도를 보였다. DDT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동일한 농약이라도 그것이 언제 노출되었는지에 따라 위험도가 달리 나타날 수 있으므로 질병 발생에 민감한 노출 시기의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작업에 있어서 동일한 농약을 장기간 사용하였을 때 병해충에 내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시기별로 다양한 성분의 농약들이 사용될 수 있다. 또한 악성종양과의 연관성이 의심된다면 첫 노출 시점, 즉 언제부터 농업에 종사하였는지 또는 농약을 살포하였는지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노출 시기에 따라 위험성이 달라질 수 있으며 총 노출보다는 민감한 시기의 노출이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