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업 시 농약 노출을 감소시키기 위해 여러 방법들이 적용될 수 있으며 이러한 내용들을 우선순위별로 정리하면 <표 6-5>와 같다. 우선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독성이 높은 농약의 사용을 원천적으로 금지시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독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농약으로 대치하거나 향상된 장비를 사용함으로서 살포량 자체를 줄이는 방법이 적용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농약 제조 및 관련 회사들은 독성이 약한 농약을 개발하거나 농약을 적게 살포하면서도 효율성을 높이는 장비 및 기술을 개발하는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그리고 농약 보관함 운영과 같이 위험물질을 격리시키는 것도 적용될 수 있으나 실제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농약에 올바른 표시를 하고 안전 사용을 교육시키는 것도 농약 노출 감소를 위해서 중요한 방법이지만 상대적으로 효율성이 높진 않다. 작업자를 교대시키는 행정적 조치는 개인에서 노출의 기회를 줄여줄 수는 있지만 전체 집단에서의 노출을 줄이지는 못한다. 따라서 바람직한 농약 노출 감소를 위해서는 <표 6-5>에서 첫 번째,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권장된다.
<표 6-5> 우선순위별 농약 노출 감소를 위한 방법
출처:Konradsen F et al. Reducing acute poisoning in developing countries- options for restricting the availability of pesticides. Toxicology. 2003.
보호구 착용이 농약 노출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중요하지만 보호구만 착용하면 마치 안전한 것처럼 잘못된 인식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 보호구 착용으로 많은 부분의 농약 노출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일부 농약은 보호구 착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체내에 노출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보호구 착용은 먼저 독성이 강한 농약을 금지시키고 독성이 덜한 농약이나 대체가 가능할 때 교육과 함께 적용될 수 있는 마지막 단계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농업인에서의 농약 노출은 보호구 착용 등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 농약 사용량이 감소하지 않으면 결국 가족이나 주변 환경을 통한 일반인에서의 노출 등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게 된다. 따라서 전체적인 농약 사용량을 감소시키는 것이 농업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농업인이 농약을 되도록 적게 사용하는 방식으로 농작업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약 노출 감소를 위해서는 다학제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며 단지 보호 장비를 무작위로 나누어 주는 보건사업은 바람직하지 않다.
농약의 안전 사용을 교육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교육이 농약 노출 감소를 위한 행동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농업인들은 농약이 유해하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교육보다도 농약 노출이 많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상황들 즉 작업 조건, 사용 농약의 독성 및 가격, 보호구 및 장비 구입에 따른 경제적 부담, 세척시설 부족 등 더욱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은 농약 노출을 감소시키기 위한 여러 방법들 중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며 교육만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단순히 교육 및 보호구 착용을 강조하는 방식은 자칫 농약 관리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잘못 설정하게 만들 수 있다.
병해충종합관리(Integrated Pest Management)란 환경 친화적인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병해충을 관리하는 전략을 말하는 것으로 농약으로 인한 사회 및 보건학적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작물 및 병해충의 생리와 행동들을 파악하고 환경 친화적이면서 효율적인 병해충 방제 방법을 고안하며 이러한 효과들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건물 내 병해충의 입구 및 교배 장소와 병해충의 먹이가 되는 음식물 찌꺼기를 없애고, 농약을 반드시 사용해야만 하는 경우에는 비살포성의 저독성 농약을 사용하는 등의 방법들이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개념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이미 오래 전부터 단편적으로 사용되어 왔으나 1960-70년대 과도한 화학물질에 대한 우려가 구체화되었으며 국제기구를 비롯하여 많은 나라에서 권장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관리는 단지 농약에 의한 건강영향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병해충을 감소시킴으로 인해 알레르기 및 환경성 질환의 감소에도 기여하고 있다.
병해충종합관리는 역사적으로 1950년대 후반 미국에서 종합관리(Integrated Control)라는 내용으로 소개되었다. 당시 병해충 관리에 있어서는 화학적 방법과 생물학적 방법의 조화를 강조하였다. 작물 생산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가장 낮은 농도의 병해충 농도(economic threshold)를 파악하여 이 정도까지만 화학농약을 사용하는 개념을 적용하였다. 이러한 개념은 1970년대까지 지속되었으며 1980년대로 넘어오면서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전략들로 전환되기 시작하여 문화적 및 생물학적 방식들이 강조되었다. 현재 이야기되는 병해충종합관리의 내용은 1990년대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활발히 전개되기 시작하였으며, 최근에는 생태학적 병해충 관리(Ecological Pest Manage- ment)라는 개념―해충을 줄이고 작물은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해충발생유행을 막고 저항성 있는 작물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확대 발전하고 있다.
그동안 알려진 병해충종합관리의 방제 방법으로는 재배(栽培)적 방제, 숙주 식물의 저항성 강화, 생물 공학적 방법, 화학적 방제, 식물검역 및 규제적 방제 등이 포함된다. 재배적 방제는 해충 서식을 억제할 수 있는 생태적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식물을 교대로 재배하는 방식 등이 포함된다. 이를 통해서 해충 발생 억제효과뿐만 아니라 지력 향상 및 종의 다양화, 시간·공간의 활용도 향상 등의 장점이 있다. 또한 파종 및 수확 시기를 조절함으로서 해충으로부터의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토양 내 독성생물을 죽이는 태양열 소독(solarization) 및 병해충의 피해 작물 및 잡초 제거(phytosanitation)를 통해 해충이 퍼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숙주 식물의 저항성 강화는 병해충종합관리의 환경 친화적 개념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서 병해충에 대한 식물 고유의 보호기능을 갖게 해 준다. 또한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병해충 저항성을 가진 다양한 품종개량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천적생물이나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해충을 조절하는 방법들이 적용되고 있다. 화학적 방제는 농약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적절하고 절제된 농약사용을 강조한다. 그 밖에 식물의 수출입시 검역 및 규제를 강화함으로서 새로운 해충이나 질병이 유입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병해충종합관리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들은 각 상황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하나의 일관된 정답이 있다기보다는 특성에 맞는 적합한 방법을 만들어 지속 가능한 작물 생산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병해충종합관리는 병해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생태학적 접근을 강조한다. 즉 병해충종합관리의 목적은 병해충의 박멸(eradication)이 아니고 병해충의 농도를 농작물 생산의 손실을 입히지 않는 수준으로 유지(keeping)하는 것이다. 병해충의 생물학적 특성을 알면 농약을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량을 줄이면서 병해충 발생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연 상태는 천적 등에 의해 병해충들의 균형이 조화롭게 이루어져 있어 병해충의 유행은 일반적이지 않은 현상이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를 과학적으로 잘 파악하면 매우 효율적이고 자연친화적으로 병해충을 관리해 나갈 수 있다.
병해충종합관리가 반드시 농약 사용을 감소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만약 농약 사용이 병해충으로 인한 손실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 농약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도 있다. 병해충종합관리가 지향하는 정확한 표현은 농약의 무분별한(indiscriminate) 사용을 줄이고 다른 방법들과 함께 농약을 현명하게(judicious) 사용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병해충종합관리 프로그램이 농작업에 적용되었을 때 <그림 6-3>에서와 같이 4가지 가능한 상황들이 존재할 수 있다. 즉 농약사용과 작물생산이 모두 증가되는 경우, 모두 감소되는 경우, 농약사용은 증가되나 작물생산은 감소되는 경우, 반대로 농약사용은 감소되나 작물생산이 증가될 수 있다. 전 세계 26개국에서 진행된 62개의 병해충종합관리 프로그램의 결과를 분석한 바에 의하면 60% 이상의 프로그램에서 평균 35%의 작물 생산량 증가와 72%의 농약사용 감소가 보고되었다(<그림 6-3>의 D영역). 10개 프로그램에서는 평균 45% 작물 생산량 증가와 24% 농약사용 증가(A영역), 일부에서는 농약사용은 많이(59%) 감소되었으나 작물손실이 조금(7%) 발생되었고(C영역) B에 해당되는 결과는 관찰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농작업에서 병해충종합관리 교육과 실행에 의해서 농약을 효율적으로 줄이면서도 작물 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림 6-3> 병해충종합관리 프로그램 전후의 농약 사용과 작물 생산량의 변화
출처:Pretty J and Waibel H. Paying the Price:The Full Cost of Pesticides. In:Pretty J, ed. The Pesticide Detox:Towards a More Sustainable Agriculture. Earthscan.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