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위해한지를 평가해 주는 절대값은 보건학 차원에서 중요한 정보이다. 그러나 상대 위험도 지표들(odds ratio, relative risk)은 이러한 정보를 직접 제공하지 못한다. 따라서 보건학에서는 위해성 평가(risk assessment)라는 과정을 통해 독성 물질 등 위해 요인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인구집단에서의 건강 위해 확률을 산출한다. 농약에 의한 악성종양의 위해도를 예로 들면 우선 특정 농약이 과연 악성종양을 발생시키는지 위험성 확인(hazard identification)에 대해 기존 연구결과들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다음은 해당 농약과 악성종양 간에 용량-반응 평가(dose-response assessment)를 실시한다. 이 과정 역시 여러 중요한 정보를 종합하고 추론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해당 농약의 인구집단에서의 노출량(exposure assessment)을 객관적 자료들에 근거하여 산출한다. 마지막으로 위 과정들을 종합하여 인구집단에서 해당 농약의 악성종양에 대한 위해도 크기를 결정(risk characterization)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위해성 평가의 불확실성과 한계, 그리고 산출된 값에 대한 집단적 차원의 해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약은 식품에 오염되어 인체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식품을 통해 농약을 평생 섭취했을 때의 암 발생 위험도를 살펴보는 연구들이 실시된 바 있다. 미국에서 식품 중 농약오염의 암 위험도를 미국 환경보호국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의 노출 모델을 근거로 산출한 바에 의하면 발암 위험도가 100만 명당 한 명 이상과 한 명 미만으로 각각 나타났다. 다른 연구들에서도 조사 식품과 시기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대체로 비슷한 결과들을 보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100만 명당 한 명 이하의 위해성을 가질 때는 무시 가능한 것으로 보며, 따라서 농약의 식품오염에 의한 발암 위험도는 사회적으로 무시될 만한 수준과 그렇지 않은 수준 사이에서 보고되고 있다.
한편 Bruce Ames는 일련의 논문들을 통해서 대부분의 인구집단이 노출되어 있는 낮은 농도의 합성 농약 잔류물의 위험도는 매우 낮다고 보고하면서 농약의 환경적 노출에 의한 독성이 불필요하게 과장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미국 국립환경보건연구원에서는 그러한 주장이 잘못된 것이며 공중보건학적 정책에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식품 중 농약오염과 발암위험도에 대한 연구가 일부 실시된 바 있다. 1996-1997년에 150건의 채소를 수집하여 발암성 농약의 위해성 평가 결과는 대체로 낮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2001년도에는 농수산물센터에서 107개 농산물 6,164개 시료에서 측정된 농약 잔류량을 근거로 일반 주민들에 대한 암 위험도를 산출한 바 있다. 일일 섭취량을 최대로 설정할 경우와 평균 추정 섭취량으로 설정할 경우 각각 만 명당 7.3명에서 천만 명당 1.8명의 넓은 범위의 발암 위험도를 보고한 바 있다. 또한 26종 78개의 해산물 시료에서 유기염소계 농약 잔류량을 측정하고 위험도를 평가한 결과 비발암성 위험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PCB와 DDT에 의한 평생 발암 위험도는 증가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러나 아직 식품 외에 수질 및 생활환경을 통한 농약 노출에 대해서는 조사가 거의 없어 종합적인 환경 노출 평가에 의한 위험도 산정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농약의 환경적 노출로 인한 위험도는 비록 적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필요하게 추가로 노출된다는 점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민감한 보건학적 주제이다.
유기농산물(organic agricultural product)에는 농약 오염이 적을 것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일부 소비자들은 값이 비싸지만 유기농산물을 선호한다. 실제로 외국 연구들에 의하면 유기농산물 섭취가 일반 농산물보다 농약 노출을 줄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 시애틀 지역에서 진행된 어린이 농약 노출연구(Children’s Pesticide Exposure Study)에서는 23명의 어린이들을 1년간 추적 조사하여 유기농 식품을 섭취했을 때 소변 중 유기인계 농약들의 농도가 현저히 감소되고, 일반 식품을 섭취했을 때는 다시 농도가 증가되었음을 보고한 바 있다(그림 5-2). 일련의 다른 연구들에서도 유기농산물을 먹였을 때 어린이에서 체내 농약 농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
<그림 5-2> 음식물 섭취에 따른 소변 중 chlorpyrifos 대사물질(TCPy) 농도 변화
출처:Lu C et al. Organic diets significantly lower children’s dietary exposure to organophosphorus pesticides.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 2006.
그러나 건강을 위해서 유기농산물을 섭취해야 하는지는 또 달리 평가되어야 할 분야이다. 현재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유기농산물이 농약 오염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 농산물을 섭취하는 것에 비해서 건강에 더욱 좋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유기농산물이 반드시 일반 식품보다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되기도 한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 병해충에 많이 걸릴 수 있고 이로 인한 직접적인 건강상의 피해가 농약 오염으로 인한 피해보다 클 수도 있다. 그리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농산물의 자기 방어를 위해 여러 자연 독성물질이 만들어지고 이에 따라 유기농산물에는 천연 농약 성분들이 많게 될 수도 있다.
또한 농산물의 경우 섭취 시 신체에 좋은 건강영향도 고려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농약 오염으로 인한 건강 위험도과 그 농산물을 섭취했을 때의 좋은 영향을 비교하면, 설령 오염이 조금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건강에 좋을 수 있다. 즉 농약을 사용하여 재배한 일반 사과를 저렴한 가격에 많이 구입하여 깨끗이 씻어 먹는 것이 비싼 유기농 사과를 적게 먹는 것보다 좋은 선택일 수 있다. 비슷한 사례로 채소 섭취로 인한 건강보호 효과와 채소에서의 잔류 농약으로 인한 건강 위험성을 비교하면 전체적으로는 채소 섭취가 질병 예방효과에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식품에서의 경우 단지 화학 농약의 농도가 감소되었다고 무조건 유기 농산물이 건강에 좋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사실 알레르기를 비롯하여 많은 건강문제가 자연에서 비롯되는 것을 고려하면 자연 상태가 인간에게 항상 좋은 것인가는 반문할 필요가 있다. 즉 자연물질은 항상 좋고 인공 화학물질은 항상 인간에 나쁘다는 것은 잘못된 편견일 수 있다. 인류는 자연과 인공을 조화시켜 사람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역사를 변화시켜 왔듯이 극단의 형태가 아닌 조화로운 생활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기 및 무농약 농산물은 2011년도 현재 약 10.6%로서 점차 증가하고 있는 양상이다. 2011년도 농협의 잔류농약 안전관리 현황을 살펴보면 잔류농약 검출률은 일반농산물에서 2.6%, 친환경농산물에서 1.3%였다. 검출률이 높은 농약으로는 procymidon, cypermethrin, chlorfenapyr, endosulfan 순이었으며 작물 중에는 깻잎, 부추 등 소면적 재배작물의 농약 검출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국내 유통 식품 중 잔류농약 실태조사를 수행하고 있으며 2011년 국내 유통 농산물의 일부(17품목 345건)를 검사하여 잔류농약 236종을 분석한 결과, 99.7%가 기준에 적합하여 안전한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잔류 농약을 둘러싼 논란은 발암성 유무 또는 자연과 인공의 비교보다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불필요하게 부가되는 위험성에 대한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위험도가 크지만 어쩔 수 없이 사용되어야 하는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오히려 쉽게 용인하는 경향이 있으나 적은 노출이라도 불필요하게 부가되는 위험도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작은 위험도에 대한 대책으로 인해 훨씬 크게 부가되는 위험도를 등한시한다거나 노력이 분산된다면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식품에서의 잔류 농약에 대한 위험도에 있어서는 직업적 노출과 달리 균형 잡힌 판단이 특히 중요하다. 위험도에 대한 종합적이고 균형 잡힌 이해를 통해 불필요한 농약 노출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농약의 식품 중 오염은 환경 유해인자들 중에서 가장 불안해하는 요인의 하나로 보고되고 있다. 2008년도 사회조사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국내산 농산물 농약 오염에 대해서는 40.9%가 불안하다고 느끼고 수입산 농산물 농약 오염에 대해서 87.3%가 불안하다고 느껴 다른 환경오염보다 수입산 농산물 농약오염을 가장 불안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5-13). 주로 여성, 40-50대 연령층, 기혼자, 대학졸업자, 비생산직 근로자, 학부모, 자가 집 소유 군, 환경오염 방지노력 행위(쓰레기 분리수거 등)를 하는 군일수록 식품 중 농약 오염에 대해 더 높은 불안도를 나타났다.
<표 5-13> 국내 농약오염 및 환경문제에 대한 불안도
단위:인원수(%)
출처:남은경 등. 〈한국인의 농산물 농약 오염 불안도 연구-2008년도 사회조사를 바탕으로〉. 《한국환경보건학회지》. 2011.
수입 농산물을 가장 불안하게 느끼는 이유는 국내산에 비해 유해물질이 많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고, 수입식품이 수출국에서 우리나라까지 들어오는 동안에 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과다한 농약처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또한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한 수입산 농산물의 개방으로 생존과 직결된 농업종사자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응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농업인의 경우 국내산 농약 오염에 대한 불안도는 다른 집단보다 낮지만 수입산 농약 오염에 대해서는 가장 높은 불안도를 보이는 것이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