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을 등록하는 일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물질을 내놓는 것으로 매우 중요한 절차이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 각국은 엄격한 등록 제도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 또한 한번 등록된 농약이라고 하더라고 일정기간 후에 재등록 과정을 통해서 안전성을 다시 검정하는 과정을 밟는다. 이러한 등록 및 재등록 기준이 각 나라별로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선진사회일수록 농약의 효용성 또는 실험적 평가보다는 인구집단에서의 건강영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촌진흥청에서 제조회사 또는 수입업자가 제출한 각 농약 관련 시험성적에 근거하여 국내 사용에 대한 등록허가가 이루어지며, 재등록은 기존 농약들에 대해 10년마다 이루어진다(그림 6-1). 등록신청을 위해서는 각 농약의 이화학 분석성적서, 약효·약해 시험성적서, 인축독성 시험성적서, 환경생물독성 시험성적서, 잔류성 시험성적서 등의 자료가 구비되어야 한다. 독성 자료에는 급성, 아급성, 만성독성 시험결과를 비롯하여 발암성, 생식독성, 유전독성 등 자세한 실험적 결과들이 포함된다. 이러한 결과들을 종합하여 전문위원회의 심의 및 자문을 거쳐 등록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림 6-1> 우리나라 농약 원제등록 절차
출처:농촌진흥청. 농약 원제등록 절차.
등록 과정에서의 동물 실험 결과는 각 농약의 중요한 독성정보를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직접 사람에게 적용하여 해석하는 데에는 여러 한계점들이 있다. 우선 농업인의 경우 작업 시 유효성분 하나에만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비활성물질이 포함된 제품으로서 사용하고 있으며, 다른 농약을 비롯하여 유해물질에 동시 노출되는 경우가 흔하다. 노출의 형태도 실험실에서와 같은 단기간 노출이 아니라 수년 혹은 수십 년에 걸친 장기간의 누적 노출이다. 또한 동물실험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하여 추론하는데 따른 문제점 및 개인별 감수성의 차이로 인한 건강영향 등도 한계점으로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등록된 농약이라 하더라도 사람에게 안전한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농약 등록 시에는 독성이 적은 농약이라고 판단되었어도 실제 노출되는 농업인에서는 발암위험성을 증가시키는 경우들도 있다. 또한 패러쾃 농약도 동물실험 결과에 근거하면 고독성이 아닌 보통 독성으로 평가되어 있지만 실제로 사람에게는 맹독성 이상의 독성을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동물실험을 근거로 한 독성 평가는 사람에 대한 독성에 근거해서 새롭게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되기도 한다. 이러한 차이는 등록과정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등록검사 때 검토하는 사항들과 판매된 후 농업인들에게 나타나는 건강영향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판매 후(post-marketing) 농업인 건강을 직접적으로 살펴 볼 수 있는 역학적 조사가 매우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서 농약 등록 전(pre-marketing)에 평가한 내용과 함께 보다 정확한 종합적인 농약의 안전성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
한편 미국의 농약 재등록 프로그램(Pesticide Reregistration Program)은 살균제, 살진균제, 살서제에 관한 연방법률의 개정에 의하여 1984년 11월 1일 이전에 등록된 모든 농약에 대하여 인간과 환경에 대한 영향을 검토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시판중인 농약들이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으로 재검토에 필요한 자료에는 최초 등록 시의 독성학적 정보 이외에 시판 이후에 발생한 농약 중독 사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다. 검토를 거친 농약은 재등록 적합판정문(Reregistration Eligibility Decision)을 발부함으로써 지속적인 사용 가능성을 판정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일부 농약의 유효물질들의 재등록이 철회되기도 한다.
농약의 등록 및 재등록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미국은 환경보호국에서 새로운 농약에 대한 평가, 기존 시판 농약의 안전성 검토, 농약 생산 기관을 등록하는 업무를 담당하며, 영국은 보건안전관리국에서 농약을 비롯한 화학물질의 등록, 평가, 승인 및 제한과 유럽연합의 분류에 따른 라벨 및 포장 규정을 관리하고 사용에 대한 교육과 인증 업무를 담당한다. 반면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농림수산성에서 농약 등록 업무를 주관하고 등록과정에서 후생노동성과 환경성이 관여하며 식품안전위원회가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 사례들은 농약 등록 시 농약을 사용하는 부서만이 아니라 보건, 환경, 식품안전을 담당하는 여러 기관에서 많은 역할을 관할하며 평가에서도 보건학적 관점이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재평가 및 재등록 시 그 과정과 결과를 보고서와 인터넷을 통해 상세히 공개함으로서 투명성을 증대시키고 대중의 참여를 중시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농약의 등록과 재등록에 관련된 여러 프로그램들이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농약의 유통과 사용에 관한 국제실행규약(International Code of Conduct on the Distribution and Use of Pesticides)을 통해 각국 정부는 모든 가능한 정보와 자료에 근거하여 위험평가 및 관리를 농약등록 과정에 포함하여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 규약은 식품의 안전성을 높이고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규약으로 1985년 유엔식량농업기구에서 채택되었다. 이후 각 정부, 비정부기구, 농약제조사, 국제기구들이 함께 참여하여 2005년 개정된 규약을 발표하였으며 농약의 올바른 사용을 위한 국제적인 기본틀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 규약은 12조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농약의 관리, 시험 평가, 건강과 환경 위험의 감소방안, 규제 및 기술적 요구사항, 유통과 무역, 정보의 교환, 라벨, 포장, 보관 및 폐기, 광고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규약은 비록 강제성은 없지만 전 세계적으로 농약의 잠재적인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인식과 농약을 법률적으로 관리하는 나라들을 증가시켰으며, 농약 관리에 있어서 비정부 기구와 농약제조사의 참여 그리고 병해충종합관리 대책 수행 등 긍정적인 기여를 해왔다.
국제적으로 농약을 규제한 시기는 각 나라별로 다르다. <그림 6-2>에서 보듯이 미국에서는 1970년대에 대부분의 유기염소계 농약들이 사용금지 혹은 제한되었으나 유럽에서는 1981년에, 브라질에서는 1980년대 중반에 이러한 조치들이 각각 이루어졌다. 즉 미국은 사용을 제한하긴 하였지만 생산을 금지시킨 것은 아니며 유럽에서도 실제로 생산이 금지된 것은 2000년도 이후의 일이다. 이것은 선진국에서 만들어진 많은 유기염소계 농약들이 자국 내에서 사용이 금지된 이후에도 수십 년간 다른 나라에 수출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러한 시기적 차이는 농약의 국제무역에 대한 이중기준(double standard)을 나타내는 것으로 다른 화학물질에서도 존재하고 있는 국제적 논쟁 사항이다.
<그림 6-2> 농약 규제의 국가별차이
출처:Porto MF et al. Double standards and the international trade of pesticides:the Brazilian case. International Journal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Health. 2010.
농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제 협약으로 특정 농약 및 유해 화학물질의 생산과 사용을 규제하는 스톡홀름 협약과 특정 화학물질의 국제 간 교역을 규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로테르담 협약이 있다. 스톡홀름 협약(Stockholm Convention on Persistent Organic Pollutants)은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 persistant organic pollutants)의 생산 및 사용을 금지하거나 감소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제 환경 협약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중심이 되어 2001년 5월에 채택된 협약으로 처음에는 유기염소계 농약, 산업용 화학물질, 부산물 등 12개 물질이 대상이었으며 2009년 회의 때 일부 물질들이 추가되어 현재까지 aldrin, chlordane, dieldrin, endrin, heptachlor, hexachlorobenzene, mirex, toxaphene, PCBs, DDT, polychlorinated dibenzo-p-dioxins, polychlorinated dibenzofurans, α-hexachlorocyclohexane, β-hexachloro- cyclohexane, chlordecone, hexabromobiphenyl, hexabromodiphenyl ether, heptabromodiphenyl ether, lindane, pentachlorobenzene, tetrabromodi- phenyl ether, pentabromodiphenyl ether, perfluorooctane sulfonyl fluoride, perfluorooctane sulfonic acid와 그 염 등이 포함되어 있다.
로테르담 협약은 특정 유해화학물질 및 농약의 국제교역에 있어서 사전통보승인에 관한 국제 규약으로서 정식명칭은 Rotterdam Convention on the Prior Informed Consent Procedure for Certain Hazardous Chemicals and Pesticides in International Trade이다. 이 협약은 유해화학물질의 사용으로 부터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유해물질에 대해 국제교역에 있어서 상호 간의 책임성과 협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 화학물질의 사용과 수입을 적절히 감시하는 체계가 부족하지만 다국적 기업들이 진출되어 있는 경우들이 많다. 또한 선진국 기업들이 자국 내에서는 유통이 금지된 독성물질을 개발도상국에 수출하여 이를 사용한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아 개발도상국들에서 더욱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 협약은 1998년 체결되었고 2004년 2월부터 효력이 발효되기 시작하였으며 해당 물질로 등록되면 국제 교역 시 각 물질의 정보교환 및 등록 과정의 정보를 제공하는 등 수출입에 규제를 받게 되는 효과가 있다. 현재 이 규약의 적용을 받는 물질들은 32개의 농약 및 혼합물을 포함하여 총 39개이며 점차 관리 대상 물질을 넓히고 있다(표 6-3). 이 외에 패러쾃 농약과 석면(chrysotile)도 포함 여부가 논의되고 있다.
<표 6-3> 로테르담 협약에 의해 사전통보승인이 필요한 화학물질들
출처:UNEP, FAO. Rotterdam Convention on the Prior Informed Consent Procedure for Certain Hazardous Chemicals and Pesticides in International Trade. 2011.
농약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농약사용자에 대한 안전교육 및 인증 프로그램은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독성 농약의 경우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하는 농약 안전사용 교육을 받은 자에게만 판매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못하고 있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인들이 쉽게 농약을 구입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약 등록에서의 문제보다도 농약의 사용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농촌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농약이 자살 목적 수단으로 쉽게 사용되고 있으며, 사망원인통계에서도 농약중독으로 인한 사망자가 비농업인으로 분류된 경우가 많아 이를 뒷받침한다. 따라서 농약으로 인한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업인뿐 아니라 도시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및 홍보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농약병 및 포장이 마치 음료수와 같이 만들어져 있어 어린이들이 잘못 마시는 경우들도 보고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농약 관련 위해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농약 용기가 음료수 병이나 의약품등과 구분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사고의 주된 원인 중의 하나로 파악되었다. 따라서 혼동을 일으키는 포장 또는 광고는 금지되어야 하며 잘못된 포장과 광고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농약을 식물보호제라는 용어로 바꾼 것 자체가 독극물로서의 농약에 대한 경계심을 무디게 만들 소지가 많다. 식물보호제는 작물회사들이 용어를 순화하기 위해 만들어 낸 이름이며 사람의 입장에서는 보호제가 아닌 생명체를 죽이거나 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독극물이라는 것을 사회가 올바로 알아야 한다.
농업인이 농약을 올바로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농약 관련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 농약 표시 형태를 농업인 요구에 맞게 개선할 필요도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글자 크기를 확대하고 이해하기 쉬운 표시 문구를 사용하여 연령이 많은 농업인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의무 기준을 설정하는 것, 농약콜센터를 운영하여 농업인의 농약 관련 애로 및 의문 사항에 대한 상담체계를 설치하는 것, 농약 관련 농업인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 농업기술센터, 농협, 농약 제조업체등에 역할을 분담하는 것, 농업인이 농약안전사용기준을 준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는 것 등이 제안된 바 있다.
외국에서는 농약의 판매, 교육 및 인증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을 대상자에 따라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즉 농작업자들에 대해서는 라벨내용 확인과 이해의 중요성, 피부를 통한 노출의 중요성과 기타 노출 경로, 농약 노출 누적효과의 위험성, 장기적인 건강영향에 대한 위험성, 농약 중독증상, 안전한 살포방법 등을 포함시키고, 농약판매자에 대해서는 라벨을 통한 농약위험등급 확인, 안전한 보관방법 및 운송방법, 농약병의 적절한 진열방법 등을 교육 내용으로 포함시킨다. 그 외 정부기관 담당자 및 의료인에 대한 교육을 위해서는 별도의 항목을 포함시킴으로서 대상자 특성에 맞는 효과적인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와 유엔환경계획에서도 농약등록업무 수행자, 의료인,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각각의 교육 자료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농작업자 보호기준(Workers Protection Standard)을 설정하여 농작업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고용주의 교육과 정보제공에 대한 의무를 기술하고 있다. 교육 대상은 농약취급자, 농약 살포 지역에 조기 진입하여 작업하는 사람, 최근 30일간 농약 살포한 지역에서 5일 이상 작업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하며 교육 이수자에 대해서는 이수증을 수여한다. 한편 농작업자 보호기준에 따라 고용주는 농약의 살포 위치, 살포 농약 정보(상품명, 등록번호, 원제명), 살포 날짜와 시각, 살포 지역 출입제한 기간 등의 내용을 의무적으로 고지하여야 한다.
또한 미국 농림부와 미국 환경보호국에서는 농약 안전교육프로그램(Pesticide Safety Education Program)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는 사용이 제한되어 있는 농약에 대한 교육과 인증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농업인 농약 살포자, 농약 살포 근로자, 공공 농약 살포자들에게 각각 자격증을 부여하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에서도 농약 살포자는 제한된 농약을 사용하기 위해서 농약 교육 코스를 이수하고 필기시험에 합격해야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농약 살포자 교육 및 자격증 제도 덕분에 미국농업인건강연구와 같은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유럽연합에서는 회원국 정부들은 모든 직업적인 농약사용자가 적절한 초기교육과 지속적인 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회원국들은 직업적 농약사용과 유통업자들에 대하여 인증 제도를 실시하며, 농약에 대한 안전의식을 고양하기 위해 농약사용이 인간과 환경에 미치는 위험에 대하여 대중적 의식을 높일 수 있는 노력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외국 사례들은 교육 시행 의무자의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고 피교육자의 지위와 특성에 따라 알맞은 교육 내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사례들을 종합하여 사용자에 의한 오남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국제적으로 여러 나라들이 농약에 의한 중독 사례들을 파악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진행시키고 있다(표 6-4). 미국에서는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국제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농약 중독 감시체계(SENSOR-pesticides)를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캘리포니아, 아이오와, 미시간, 뉴욕, 텍사스, 워싱턴, 애리조나,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뉴멕시코, 노스캐롤라이나, 오리건 등 12개 주가 참가하고 있으며, 이들로부터 수집된 사례 자료를 이용하여 농약 중독 사례 통합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여 체계적인 농약 중독 자료를 산출하고 있다. 수집된 농약 중독사례에 대해서 성별, 연령, 지역, 인종, 작업 상황, 업종분류, 직업분류, 농약분류 등 다양한 검색기능을 제공하며 이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농약 관련 중독의 규모와 경향에 대한 활발한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표 6-4> 국제적인 주요 농약 중독 감시체계
aSENSOR, Sentinel Event Notification System for Occupational Risks
bPLAGSALUD, Project on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Aspects of the Exposure to Pesticides in the Central American Isthmus
cCIPM, Community Integrated Pest Management
dIPCS, International Programme on Chemical Safety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독자적인 농약사례감시 프로그램(Pesticide Illness Surveillance Program)을 운영하여 농작업과 관련된 모든 건강 위해 사례를 수집하며 신고된 사례에 대해서는 자세한 조사를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의사들이 농약의 종류와 노출 장소를 막론하고 모든 농약 관련 위해 사례를 지역의 보건부처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감시프로그램의 재정은 농약 판매세에서 조달하고 있다. 수집된 정보를 통해 농약 중독 위험성이 높은 인구집단이 누구인지, 농약 고노출을 야기하는 작업이 무엇인지, 개별 농약물질과 건강문제의 관련 양상이 어떠한지, 농약 표시상의 문제 즉 라벨의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부정확하지 않은지, 농약사용이 정해진 대로 이루어졌는지, 보호구를 바꾸어야 하는지 등 예방대책을 위한 사항을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감시체계 자료를 통해서 미국 내 농약 중독에 대한 규모, 발생률, 중독의 양상 등에 대한 역학적 연구 보고들이 활발히 보고되고 있다. 또한 특정 연령(특히 어린이 및 청소년)과 특정 직업(농작업자, 농약 판매자, 응급 구조사, 항공기 승무원 등) 그리고 개별 농약에 대한 농약 중독 관련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농약 노출자의 자녀들에서의 선천성 이상 등과 같은 흔하지 않은 건강영향의 사례보고들도 감시체계를 통해서 효율적으로 파악되었고 이것은 선천성 이상에 대한 농약의 역할에 대한 향후 연구를 추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감시체계는 농약 중독에 대한 보건학적 특히 기술역학에 중요한 기여를 하며 제도 및 교육적 차원에서의 예방활동에 대한 중요한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농약 중독 감시체계는 중앙아메리카에서도 실시된 바 있다. 1994년부터 범미주기구(Pan American Health Organization)에서 주관이 되어 농약 중독이 많이 발생하는 중앙아메리카 7개 나라(벨리즈,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파나마)를 대상으로 PLAGSALUD(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Aspects of Exposure to Pesticides in the Central America Isthmus)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이 프로그램 결과에 의하면 이들 7개 나라에서 매년 약 400,000명의 농약 중독자가 발생하고 그중 76%가 작업 관련성 중독임이 보고되었다. 또한 기존 자료에 근거한 농약 중독률이 매우 과소 보고되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고 주민들에게 주로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12개의 개별 농약들도 파악할 수 있었다. 중남미 지역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각 나라의 농약 중독률이 감소되었고 정확한 농약 중독의 규모 및 위험인자를 밝히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할 수 있었으며, 농약에 대한 교육, 연구, 관리에 대한 법제화에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서는 캄보디아, 베트남,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태국을 대상으로 지역사회 병해충종합관리 프로그램(Community Integrated Pest Management Program)을 실시한 바 있다. 이 사업의 목적은 농업인을 교육하고, 병해충종합관리를 통해 농업을 증진시키며, 교육을 이수한 농업인들로 하여금 농약의 사용을 줄이는 데에 있다.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서 농업인들의 자가 보고에 의한 농약 중독보고체계가 수행되었다. 농업인들이 농약을 살포할 때마다 살포 후에 나타난 증상을 자가 기록하도록 하였고 매주 자료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효과적인 자가 보고를 위하여 사전에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신체의 부위별 그림을 이용하여 증상을 표시하게 하였으며 주관적 증상과 의학적 징후의 차이 등에 대한 교육도 이루어졌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직업성 농약 중독 발생양상과 주로 사용하는 농약의 건강영향을 파악하였고 수집된 자료를 근거로 노출이 감소되도록 농약 살포 방식을 개선할 수 있었다.
그 외에 세계보건기구, 유엔환경계획, 국제노동기구가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화학물질안전계획(International Programme on Chemical Safety)에서도 아시아 7개국―인도, 스리랑카, 태국, 미얀마,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을 대상으로 농약 중독감시 프로그램을 수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농약 중독의 정보 수집 시 표준화된 프로토콜과 용어를 사용하여 농약 중독 보고에 있어서 일정한 형식이 없기 때문에 발생되는 문제점을 보완하였다. 또한 농약 중독 기록지, 표준화된 환례정의, 그리고 중독 중증도 점수를 개발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수행하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국가에서의 농약 중독의 양상과 각 원인별 중증도의 분포를 확인할 수 있었고, 국가간 표준화된 농약 중독보고체계를 도입할 수 있었다.
한편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도 여러 국가행정기관이 협력하여 농약 중독 감시체계를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평상시보다 약 10배 이상 많은 농약 중독자들을 보고 하였고, 농약 중독의 중요한 원인이 농약 중독에 대한 이해부족과 농약사용의 부주의라는 것으로 파악하였으며 따라서 지역사회 내에서의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였다.
이러한 국제 사례들은 감시체계가 각 나라의 농약으로 인한 중독 예방을 위해서 매우 필요하며 실제로 많은 성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농약 등록 시 평가과정에서 파악되지 못했던 농약의 사람에 대한 건강영향을 발전하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감시체계를 통해서 중독사례에 대한 상세정보(중독의 원인 농약, 중독 발생 상황 및 노출 환경 등)의 파악, 농약 중독의 군집 발견, 위험노출 인구집단 파악, 농약 중독의 임상적 특성과 경과 파악, 등록자⋅사용자 및 유통자에 대한 교육 및 홍보, 의료기관에 대중의 인식 증가 등 중요한 기능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농약 중독 감시체계를 설립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며 종합적인 분석을 통해 우리 상황에 맞는 감시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외국과 같은 능동적인 감시체계 외에 건강보험 자료, 사망원인통계 자료, 퇴원손상심층조사 자료, 국가응급환자진료정보망 자료 등 다양한 2차 자료원의 장점을 활용하여 종합하는 수동적 감시체계 설정도 중요하다. 더 나아가 농약을 비롯한 전체 중독물질을 포괄하는 중독 감시체계의 설립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