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정의 및 특성
환자-유일 연구(case-only study)는 환자군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형태로서 단독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다른 연구 방법과 함께 사용되기도 한다. 환자-유일 연구는 주로 유전-환경 상호작용을 볼 때 활용하는데 환자군 내에서만 특정 유전인자 여부와 노출 여부에 대한 오즈비를 통해 파악한다. 환자-대조군 연구와 함께 수행할 경우에는 환자-대조군 연구를 전후로 환자군에서만 노출 요인을 분석함으로써 상호작용을 살펴본다. 물론 환자군과 대조군 모두에서 분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이 경우 환자-대조군 연구 형태가 된다), 환자군에서만 심층적인 검사(생체 시료를 활용한 조사 등)가 가능할때 이 방법이 유용하게 적용된다.
환자-유일 연구는 환자군 내부에서의 특정 요인을 비교하는 것이므로 대조군을 두었을 때와는 결과값의 해석이 다르다. 즉 관찰된 결과는 질병 발생에 기여하는 위험도로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한 질병에서 각 요인들 간의 상호작용을 설명한다. 주로 유전인자 등 생체지표를 활용한 연구에 적용되지만, 환자군 내에서의 일반적인 정보(성별, 가족력, 조직학적 차이 등)에 대한 상호작용 분석에도 활용된다.
(나) 연구 사례
진단용 엑스선 노출과 어린이 백혈병과의 연관성 연구에서 환자-유일 연구가 환자-대조군 연구와 함께 적용된 바 있다. 캐나다 퀘벡지역에서 1980-1993년 사이에 진단된 급성 백혈병 환자들과 성별, 연령, 지역이 짝짓기한 지역사회 대조군을 선정하였다. 혈액시료는 일부 환자군에서만 확보할 수 있어 유전자 분석은 환자군 내에서만 실시되었다. 설문이나 자료를 통한 정보에 대한 분석은 환자-대조군 연구 형태로 조건부 로지스틱 분석을 하였으며, 혈액시료 검사 결과에 대해서는 환자-유일 연구 형태로서 비조건부 로지스틱 분석을 시행하였다. 환자-대조군 분석을 통해서는 진단용 엑스선 노출의 빈도가 증가할수록 어린이 백혈병의 위험도가 증가하는 결과를 보고하였으며, 환자-유일 연구를 통해서는 특정 유전자형이 방사선 노출로 인한 어린이 백혈병 위험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이처럼 방사선 노출과 백혈병과의 연관성을 두 가지 다른 연구방법을 통해 다양하게 파악할 수 있다.
림프종에 대한 방사선치료 후 방사선에 의한 유방암 발생 연구에서도 환자-유일 연구가 적용된 바 있다. 우선 유방암 환자만을 대상(환자-유일 연구)으로 유전자 검사를 통해 많은 유전자 중에서 어떤 유전자가 방사선과 상호작용이 있는지를 파악하였다. 다음 단계로 유의하게 관찰된 유전자들을 유방암 환자와 비유방암 환자(환자-대조군 연구)에게 적용시켜 분석하였다. 즉 환자-유일 연구를 통해 관찰된 통계적 상호작용을 환자-대조군에서 기전적 상호작용으로 확대 적용한 것이다. 처음부터 모든 유전자를 환자군과 대조군 모두에서 분석하면 이상적이겠지만 환자-유일 연구를 적용함으로써 제한된 자료원에서 연구의 효율성을 증가시킨 사례이다.
(가) 정의 및 특성
환자-교차설계(case-crossover)는 질병 발생 전후를 비교하는 것으로 같은 대상자가 시기에 따라서 환자군 및 대조군이 될 수 있는(self-control) 형태이다. 즉 같은 대상자를 질병이 발생하기 전과 후에 노출 요인의 차이를 비교하는 방법으로 해당 노출 요인을 제외한 모든 요인이 같다는 장점이 있다. 이 연구 방법은 비치명적인 건강 영향(예를 들어 심근경색, 사고 등)에 적용되고 있으며, 적용된 노출 요인은 주로 대기오염, 격심한 운동, 분노, 휴대폰 사용 등이다. 예를 들어 심근경색이 발생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발작 24시간 전의 운동력을 조사하고, 같은 환자군에서 발작이 없을 때의 운동력을 조사하여 비교한다.
이 연구는 ‘왜 내가 질병에 걸렸는지(why me)?’에 대한 질문보다는(이 질문은 환자-대조군 연구에 적합하다), ‘왜 지금 질병에 걸렸는지(why now)?’에 대한 질문의 답에 적합하다. 즉 환자-교차설계는 같은 사람의 다른 시간대에 대한 비교이며 만약 같은 시간대의 다른 사람과의 비교는 환자-대조군 연구가 된다. 이 두 경우를 모두 포함하는 경우는 환자-시간 대조군 연구라고도 한다(case-time-control design). 이 연구는 짝지은 환자-대조군 형태가 되므로 자료 분석으로 조건부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적용한다.
환자-교차설계 방법은 유해 요인의 일시적 노출에 의한 비치명적인 질병에 대한 급성 영향(단기간의 효과)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특히 민감한 인구집단에서의 급성 영향이 악화하는 영향을 살피는데, 발병 시점이 명확하고 시간에 따른 위험 요인의 노출 수준이 잘 측정되었을 때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발생 전 오랜 기간의 노출을 파악하는 연구나 치명적인 질환이나 사망한 경우는 적합하지 않다.
노출 요인의 파악은 자가 응답으로(기억) 파악할 수 있으며 노출과 질병 발생이 단기간이므로 다른 연구 방법보다 회상 바이어스가 상대적으로 적다. 객관적 기록에 의해서 노출 요인을 파악(예를 들어 휴대폰 통신 기록)하면 회상 바이어스를 더욱 최소화할 수 있다. 위험도 산출을 위해서는 위험 기간(at-risk period)과 비교 기간 (referent period)에 발생한 건강 영향을 비교한다. 위험 기간은 노출로 인해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기간(예를 들어 질병 발생 직전의 2주)이며, 비교 기간은 질병 발생과 관련 없을 기간(예를 들어 질병 발생 한 달 전의 2주)이다. 이 기간은 노출과 질병 발생 사이의 합리적인 기간을 고려하여 설정해야 하지만, 대체로 유도기와 잠재기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진 않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효과 크기가 가장 큰 기간으로 설정하지만 이 경우 위험도가 과대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이 연구 형태는 환자-대조군 연구와 사례군 연구의 혼합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환자군 스스로 대조군이 된다는 점에서 개입연구에서의 교차설계(crossover randomized trial)와도 유사하다. 그러나 교차설계의 경우 환자군 및 대조군이 무작위 할당으로 치료를 받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washout period) 치료 방법을 서로 교환하는 것으로 두 개의 집단이 활용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교차설계는 전향적인 시험연구인 반면 환자-교차 연구는 후향적으로 원인을 파악하는 관찰 연구라는 점도 다르다.
(나) 연구 사례
휴대폰을 길거리에서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여러 편의 연구가 환자-교차 연구 형태로 보고되었다. 최근 연구로는 중국 상하이 3개 병원에서 2019년 2월과 8월 사이 교통사고로 응급실을 방문한 643명에 대해 사고 전후로 휴대폰 사용 여부를 조사하였다. 사고가 나기 전 7일간의 기간으로 설정하여 조건부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연구 결과 휴대폰 사용이 도로에서의 사고 위험도를 약 3배 유의하게 증가시켰으며 이러한 증가는 인구학적 특성별로 일관적이었다.
(가) 정의 및 특성
패널 연구(panel study)는 같은 대상자를 반복해서 단면 조사하는 일종의 코호트 연구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코호트 연구와 달리 소규모대상자를 상대로 단기간의 건강 영향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며, 연구대상자로는 주로 특정 질환에 민감한 군을 선정한다. 이를 통해 연구 참여율을 최대한 높이고, 결과를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이러한 대상자의 선정은 결과 적용의 일반화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패널 연구는 노출로 인해 상대적으로 빨리 나타나는 건강 변화(short-term effects)를 조사하는 데 주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대기오염에 의한 건강 영향을(천식 증상 등) 평가하는 연구에 효율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패널 연구에서는 같은 대상자에서 노출과 질병에 대해 반복 측정된 자료(repeated measures data)를 사용한다. 이를 통해 각 개인당 시간의 변화에 따른 건강 상태의 변화를 연구할 수 있고 시간적 관련성을 분명히 하여 노출과 질병의 인과성을 더욱 분명히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즉, 각 개인 스스로 환자군 및 대조군이 되므로 개인 특성에 의해 발생하는 교란 요인들이 제거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사람으로부터 여러 관측 시간에 반복적으로 측정하여 얻어진 자료이므로 측정된 결과값들이 서로 상관성을 가져 이들 간의 상관관계가 고려된 분석 방법을 적용한다.
시계열 연구(time series study)는 패널 연구와는 달리 대규모 집단을 보다 장기간 추적한다는 특성을 갖는다. 건강 영향의 종류도 급성보다는 만성적인 영향을 조사하며 주로 수집된 자료(연구자에 의해 측정된 것이 아닌)를 활용한다. 따라서 사용되는 자료들이 연구 목적이 아니어서 오류의 가능성도 존재하며, 집단적 노출과 건강 영향과의 관련성을 시간 단위로 분석하는 모델 적용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인원에 대한 장기간 수집된 자료를 활용하므로 개인적 행위 및 특성 변수에 의한 교란 작용의 가능성은 작다. 개별 행위 요인들이나 인적 특성은 일반적으로 지속되는 특성이 있어 특정 노출의 시간적 변화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근거가 약하기 때문이다. 반면 시기적 혹은 계절적 요인의 변화가 교란 작용으로서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나) 연구 사례
방사선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 대한 패널 연구 방법이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유방암 환자로서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120명을 전향적으로 2년간 추적 관찰하면서 반복해서 건강 영향을 조사하는 BACCARAT(BreAst Cancer and CArdiotoxicity Induced by RAdioTherapy) 연구가 대표적이다(이들 연구는 전향적 코호트 연구로써 표현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소규모 환자들을 반복해서 단면 조사한다는 의미에서 패널 연구라고도 표현될 수 있다).
일본 원폭 생존자 연구에서는 원폭에 노출된 14,349명을 32.8년 추적하여 혈액 지표들의 경시적 변화를 보고한 바 있다. 이 경우 노출에 해당하는 원폭은 일회적이었지만 건강 영향에 해당하는 혈액학적 변화는 평균적으로 10번의 변화를 살펴보는 패널 연구 형태이다. 연구 결과 원폭 방사선 노출에 의해 단핵구(monocyte)가 경시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하였으며 특히 60세 이후에 많이 증가하였다.
지상 핵실험으로 인한 환경 중 방사선 노출량과 백혈병 발생에 관한 국가 단위의 자료를 활용하여 시계열 연구가 시행된 바 있다. 건강 영향과 노출을 시간 단위로 분석하는 모델링 방법이 적용되지는 않았으나 기본적으로 장기간의 노출과 질병 발생의 양상을 수집된 자료를 통해 서로 비교한다는 점에서 시계열 연구의 형태이다. 만약 이 연구에서 방사선 노출량 혹은 백혈병 중 한 가지만 선정하여 시간적 변화를 보았다면 기술역학 연구의 속성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