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된 연관성(association)이 인과성(causality)을 갖는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힐의 지침(Bradford-Hill’s criteria)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 지침은 오스틴 브래드포드-힐(Austin Bradford-Hill)이라는 영국 역학자가 관련 이론과 사고를 정리한 내용을 1965년 의학 저널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of Medicine에 "Environment and disease: association or causation"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한 것이다. 이 항목들은 1964년 미국 의무총감(Surgeon General) 자문위원회가 발표한 "흡연과 건강(Smoking and Health)" 보고서의 내용을 발전시킨 것이다. 즉 이 지침은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내용이라기보다는 누적된 사회적 사고의 산물로서, 현재까지도 인과성 파악을 위한 기본적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인과성이 성립되려면 결과보다 원인이 먼저 있어야 하듯, 노출이 질병의 원인이 되기 위해선 질병 발생보다 앞서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만성질환의 경우 단지 하루 먼저 노출되었다고 시간적 선후관계가 만족하는 것은 아니며, 각 노출 요인과 질병 간의 합리적인 잠재기간(latency)을 만족해야 한다. 방사선 노출과 악성종양의 경우 잠재기간 전의 방사선 노출이 암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결과들이 일관적으로 관찰되고 있어, 시간적 선후관계의 조건을 만족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언제 노출되었는지 그리고 질병과의 잠재기가 얼마인지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우리가 관찰한 선후관계가 항상 올바른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한계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를 듣지만, 번개가 천둥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며 번개가 구름의 충돌보다 먼저 일어나는 현상도 아니다. 따라서 단지 시간적 선후 정보만이 아니라 노출과 질병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노출과 질병의 연관성을 나타내는 위험도 값(effect size)이 크면 인과성일 가능성이 크다. 위험도 값이 크면 대체로 바이어스나 교란 효과에 의한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노출 요인의 상대위험도(relative risk)가 10인 경우 1.5인 노출 요인보다 실제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방사선 노출의 경우 고선량에서는 매우 높은 암 발생 상대위험도를 보이지만 저선량인 경우에는 대체로 낮은 강도를 보고하고 있다. 따라서 고선량 방사선과 암 발생의 경우에는 이 조건을 만족하나, 저선량의 경우에는 충분히 만족한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질병 발생에 있어서 모든 원인 요소가 항상 높은 연관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흡연은 심장질환에 대해 인과성이 분명하지만, 그 연관성의 크기는 폐암에 비해 작다. 마찬가지로 방사선 노출과 폐암의 연관성 크기는 백혈병의 경우보다 작지만 두 질환 모두 방사선 노출과 인과성을 갖는다. 또한 연관성의 크기는 다른 요인들의 분포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흡연은 폐암의 원인 인자로서 라돈보다 더 큰 강도를 갖고 있는데 만약 모두 금연을 한다면 라돈에 의한 폐암 발생의 상대적 강도는 증가할 수 있다.
관찰된 결과가 다른 인구집단에서 혹은 다른 연구 방법에서도 비슷하게 관찰된다면 인과성일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모든 연구가 다 같이 잘못될 가능성은 대체로 적기 때문이다. 일관성은 개별 결과의 일반화(generalizability)와 관련된 개념이다. 그러나 결과가 일관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인과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서로 다른 노출 농도나 인구집단인 경우 다른 결과가 산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사선 노출과 악성종양의 경우 서로 다른 노출의 인구집단(의료노출, 직업노출, 환경노출 등)과 연구 방법(코호트, 환자-대조군 등)에서 일관되게 증가된 위험도 값이 관찰되고 있어 이 조건을 만족한다.
특정 노출 인자가 특정 질병만을 유발한다면 원인일 가능성이 크며 이를 특이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질병의 발생 원인은 매우 다양해서 중피종 발생과 석면 노출과 같은 특이성을 갖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흡연의 경우도 특정 질병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많은 질병의 위험도를 증가시킨다. 방사선 노출도 다양한 종류의 건강 영향들과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어 인과성이 분명한데도 이 기준을 충족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특이성의 개념을 노출과 특정 질환과의 1대 1 관련성만이 아니라 그 발생 양상이 다른 질병과는 특이적인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방사선 노출만이 백혈병을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방사선 노출에 의한 백혈병 위험도는 다른 암종들보다 특이적으로 높다. 이런 차원에서 방사선 노출과 백혈병 발생은 특이성이 성립된다고 할 수 있다.
노출량이 커지거나 작아질수록 질병 발생률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하루 한 개비를 피우는 사람보다 두 개비를 피우는 사람, 1년을 흡연한 사람보다 2년을 흡연한 사람의 폐암 발생률이 높다는 것은 흡연이 폐암 발생의 원인이라는 것을 강하게 지지하는 결과이다. 방사선 노출의 경우 선량 증가에 따라 암 위험도가 비례적으로 증가하며 이를 설명하는 여러 선량-반응 모델들이 제시되어 있어, 방사선과 암 발생에 있어서 양-반응 관련성은 잘 부합하는 조건이다.
그러나 인과성이 있음에도 양-반응 관련성이 관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노출량이 적은 사람들이 방사선에 대한 감수성이 높지만, 노출량이 많은 사람이 감수성이 적다면 선량-반응 관련성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
역학 결과가 동물 및 세포실험 결과와 일관성이 있다면 인과성이 있을 가능성이 커진다. 예를 들어 방사선 노출에 의한 암 발생은 생물학적 연구들에서 잘 알려져 있으며 역학 연구들은 실험적 결과와 유사한 선형 반응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 이 조건을 만족한다.
그러나 역학 결과가 반드시 생물학적 결과와 일치해야만 인과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생물학적 지식에서 아직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세포나 동물 실험에 근거한 결과가 인구집단에서의 결과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세기에 중엽에 수술 전 손을 씻는 것이 분만 후 감염(postpartum infection)을 감소시킨다는 역학적 결과가 당시에는 미생물이 발견되기 이전이어서 당시에는 생물학적으로는 설명되지 못했다.
관찰된 결과가 기존 지식과 일치할수록, 즉 질병의 자연사나 생물학적 특성과 일치할수록 인과성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연관성의 강도가 높더라도 기존 지식이나 질병의 특성과 맞지 않으면 잘못된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저선량 방사선 노출과 악성종양의 경우 관찰된 결과들은 기존 고선량 방사선 역학연구 및 생물학 연구들과 대체로 일치하고 있어 이 조건을 만족한다. 물론 매우 새로운 결과는 기존 지식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요인을 제거할 경우 질병 발생률이 감소한다면 그 요인은 질병의 원인 인자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금연하거나 방사선 노출을 줄임으로써 암발생이 감소하는 현상은 흡연과 방사선이 암발생의 원인 인자임을 뒷받침해 준다. 그러나 실험적 입증은 관찰연구보다는 실험연구에서 살펴볼 수 있어 항상 파악할 수 있는 조건은 아니다.
인과성을 판단하는 데 현재 관찰된 연관성과 기존에 밝혀진 인과관계를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임신 시 풍진에 걸리거나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 약제를 복용한 경우 태아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있으므로, 만약 임신 시 잘 모르는 다른 약제를 복용하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고 비슷한 건강 영향이 자녀에게 관찰되었다면 복용 약제나 바이러스 감염을 원인으로 추론할 수 있다.
인과성은 힐의 각 기준들을 모두 만족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각 항목을 점수화해서 판정할 수 있는 개념들도 아니다. 힐교수도 인과성을 위해서 모든 조건이 만족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어떤 특정 조건도 인과성 자체를 증명하지는 않는다고 기술한 바 있다. 힐 교수가 제시한 내용은 관찰된 현상의 인과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항목들이지만, 실제 인과성을 결정하는 것은 각 항목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사고를 통해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또한 각 항목이 의미하는 바가 엄격히 구별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힐의 지침 중 생물학적 설명 가능성, 기존 지식과의 일치 및 유사성 항목들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생각 즉, 제시된 인과성은 기존에 알려진 과학적 내용과 충돌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과성 지침을 적용할 때 어떤 항목을 우선적으로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이 없다. 모든 항목을 적용해 볼 수 있으면 이상적이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도 있고 각 항목별로 대립하는 결과를 보일 경우도 있다. 이때 어느 항목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요인일 수는 없다. 특정 항목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인과성 파악을 위해 다른 항목을 무시할 수도 없다. 또한 어느 한 항목이 절대적 기준을 갖는 것도 아니어서 한 항목을 만족시켰다고 인과성이 성립되지는 않는다. 인과성의 근거로서 일반적으로는 일관성과 강도를 가장 많이 사용해 왔으며, 생물학적 근거, 양-반응 관련성도 자주 사용되었다. 또한 각 기준의 충족 여부의 판단도 객관적 기준이라기보다는 경험적 법칙(rule of thumb)에 의하였다(예를 들어 강도의 조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상대위험도 2.0의 기준을 적용). 이처럼 인과성 추론 과정은 질적 차원과 양적 판단이 함께 적용되는 일종의 하이브리드(hybrid) 방식이다. 따라서 인과성 판단에는 주관성과 가치가 개입된다.
따라서 힐의 기준(criteria)이라고 하기보다는 지침(guideline)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왜냐하면 역학적 사고를 위해 참고할 중요한 항목들이지 이러한 항목들을 충족한다고 반드시 인과성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항목들은 믿음의 정도(degree of belief)를 판단하는 관점 혹은 견해로서 인과적 추론의 과정에 도움을 주는 개념일 뿐이다. 만약 이러한 내용 이외에 사고를 논리적으로 확장 시켜 줄 수 있는 항목이나 개념이 있으면 인과성 파악에 적용할 수 있다.
Triangulation (삼각검증)은 다양한 유형의 증거를 (다양한 방법, 자료원, 연구방법 등) 결합하여 인과성을 강화하는 방법론적 전략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서로 다른 출처나 방법이 동일한 결론에 도달할 때 연구 결과의 인과성이 보다 분명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관찰 연구는 흔히 여러 가지 교란 요인이나 바이어스에 취약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보완적인 다양한 증거 및 방법론을 연결하여 인과 관계를 확인하는 데 강력한 증거가 된다.
한편 인과성이 아닌 연관성 결과도 질병 예방 차원에서는 중요하며, 인과성의 파악과 예방적 행위는 구별될 필요가 있다. 즉 모든 인과성을 100% 검증하고 나서 행동에 옮겨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불확실성이 있다는 것이 기존의 지식이 적용되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힐은 ‘모든 과학적 내용은 불분명하며 과학은 이전 지식에 의해 수정 보완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기존에 우리가 가진 지식을 무시하거나 당시 요구된 행동을 지연시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라고 기술한 바 있다. 즉 현재 지식의 불확실성은 인정하면서도 불확실성 때문에 현재 축적된 지식에 의한 최선의 행동을 지연해서는 안 된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저선량 방사선이 백혈병을 유발하는 기전은 잘 알려지지 않았으며, 암을 유발하지 않는 문턱선량의 존재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적은 선량이라도 그만큼의 위험도를 직선적으로 갖는다고 간주하는 것이 방사선의 위험도를 과소평가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즉 문턱선량이 존재한다면 일정 선량 이하에서는 암발생 위험도가 없을 것이지만 문턱선량의 존재가 불분명하므로 작은 선량이라도 그에 비례하여 암발생 위험도가 있는 것으로 가정하여 방사선 방호에 적용하였다. 이러한 내용은 1966년 ICRP 보고서에서 기술된 바 있으며 환경 역학에서 중요한 기준인 사전예방 원칙과도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