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 확률(probability of causation)은 집단적 차원의 정보를 통해 개인 차원에서 질병의 원인을 추정하는 것이다. 즉 인구집단 차원에서 얻어진 역학적 결과를, 개인적 인과성 판단에 활용하는 것이 인과 확률의 개념이다. 예를 들어 개인에게 이미 발생한 암이 방사선 노출에 기인하였을 정도가 얼마나 되겠는가를 산출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특정 요인이 질병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나타내는 기여분율이라는 역학 지표를 개인에게 적용한다. 즉 위해도 프로그램이 개인이 방사선 노출 후에 암에 걸릴 확률을 산출하는 것처럼, 인과 확률은 반대로 이미 걸려 있는 암이 특정 노출에 기인했을 확률을 산출한다.
인과 확률은 방사선 작업자들의 업무상 질병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며, 방사선 이외에도 직업성 요인에 의한 질병 보상을 판단할 때 유용하게 사용된다. 인과 확률 산출 과정에 개인적 감수성 정보를 활용하면 좀 더 정확하게 인과성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개인적 차원에서 완벽한 판단을 하기는 어렵다.
역학은 인구집단에서의 결과이기 때문에 개인의 인과성을 직접 증명할 수는 없고 단지 확률로서만 설명될 수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흡연에 의한 폐암 발생 시 개인에게는 질병에 걸리느냐 아니냐이지만, 인구집단에서는 흡연자의 10%가 폐암에 걸린다고 표현한다. 사실 이미 발생한 질병이 방사선 노출 때문인지를 개인적인 차원에서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방사선 이외에도 암 발생에는 다른 많은 원인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상한 음식 속의 병원균이 설사의 분명한 원인 인자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에 따라 설사를 하는 사람이 있고 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듯이, 방사선이 질병 발생의 중요한 원인 인자임에는 분명하지만, 방사선에 노출된 모든 사람이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며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암에 걸리는 경우도 많다.
인과 확률 산출은 방사선에 노출된 사람이 가지는 총 위험도에 비해 방사선 노출로 인해 증가한 위험도의 비로 정의된다. 즉 방사선에 의한 위험도/(기저위험도 + 방사선에 의한 위험도), RR/(1 + RR), 혹은 ERR/(1 + ERR)으로 표현된다. 이렇게 산출된 인과 확률은 전체 위험도에서 방사선에 의한 위험도를 나눈 것으로 계산되며 0에서 100% 사이의 값을 갖는다. 만약 상대위험도가 2.0이면 인과 확률 값은 50%가 된다.
인과 확률을 이용한 업무상 질병의 보상 판단의 근거는 기저위험도에 비해 방사선에 의해 추가로 증가한 위험도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산출하여 그 크기에 따라 판정한다. 인정 기준은 나라별로 다르며 선량의 저평가가 의심될 경우는 산출된 수치를 기계적으로 적용하지는 않는다.
악성종양의 인과 확률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암 위험도 모델이 사용되며, 성별, 노출 시 연령, 노출 선량, 노출 후 경과시간 등의 정보가 필요하다. 인과 확률값은 방사선 노출량과 발생한 암의 종류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미국국립암연구소에서는 방사선에 노출된 후 발생한 암의 인과성을 평가하기 위해 미국인에 적합한 인과 확률 프로그램인 NCI IREP(https://radiationcalculators.cancer.gov/irep/)를 개발하였고, 미국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는 이를 업데이트한 NIOSH-IREP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독일연방방호청(BfS)에서는 ProZES 프로그램(https://www.bfs.de/EN/topics/ion/service/prozes/prozes.html)을 개발하였다. 국내에서도 한국수력원자력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인과확률 프로그램을 개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