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은 환경의 일부분으로 우주가 생겨날 때부터 존재하였다(ubiquitous). 따라서 모든 사람이 방사선의 바닷속에 살고 있다고 할 정도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방사선을 벗어날 수 없다 (설령 우주로 나간다고 하더라도 지구에서보다 더 많은 방사선에 노출된다).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은 지각, 토양, 해양, 건축물, 음식물, 그리고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 중에도 존재한다. 즉 방사선은 느낄 수 없지만 모든 인간은 일상에서 매 순간 방사선에 노출되고 있는 우리 생활에 매우 밀접한 환경 인자이다. 따라서 방사선 역학연구에서 방사선에 전혀 노출되지 않은 집단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며, 저노출군을 비교 대상으로 하거나 비교시 조사하고자 하는 노출 형태 이외의 다른 방사선 노출에 대해서는 추가로 조사하거나 같다고 가정해야 한다.
방사선 역학은 노출에 대해 매우 정량화된 평가 체계를 갖고 있다. 일반 역학에서는 개별 사람들에 대한 측정자료가 있는 것만으로도 정확한 노출지표라고 간주하고 있는데 반해, 방사선 관련 학문 분야에서는 개인 측정자료를 넘어서 신체에 들어온 선량, 그것도 각 장기별 흡수선량(organ absorbed dose)값까지 산출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이러한 장기별 노출지표는 각각의 장기별 건강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근거자료가 되며. 방사선 역학에서는 이러한 자세한 노출값을 통해 다른 역학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선량당 건강위험도에 대한 절대값을 산출한다. 즉 해당 인자의 위험성 여부를 넘어서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직접적인 답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었으며, 이것은 다른 역학 분야와 비교해 방사선 역학이 갖는 큰 장점이다.
한편 지속적인 정량적 선량 평가는 더욱 정교한 학문적 발전을 위해 필요하지만, 역학 연구의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록 정교한 선량 평가라고 하더라도 절대적으로 완벽한 값을 얻기는 어렵고 선량 평가의 각 단계마다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장기선량 등의 정량적 지표를 산출한 연구들뿐 아니라 일반적인 다른 역학 분야에서의 상대적 노출 지표들에 대한 보건학적 의미를 충분히 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경우에 따라 양-반응 관련성을 평가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인과관계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도 있으며, 가장 중요한 연구들이 반드시 정교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방사선 역학에서는 단지 원인적 인과성을 넘어서서 위험도가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양적 평가(level of risk)가 더 비중 있게 연구되고 있다. 사용되는 지표로서 상대위험도뿐 아니라 초과상대위험도 및 초과절대위험도, 그리고 생애추가위험도라는 지표를 산출함으로써 건강 영향을 분석한다. 즉 전체 고형암에 대한 위험도 모델뿐 아니라 장기별 특이적인 위험도 모델이 만들어져 있으며, 이러한 모델들에는 노출 시 연령, 성별, 노출 이후 시간 및 도달 연령 등을 고려한 특이적인 위험계수들이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정교한 위험도 값은 인구집단에서 방사선의 위험도에 대한 자세하고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예를 들어 어린이가 CT에 노출되었을 때 과연 얼마나 위험도가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진단을 위해 촬영되는 CT의 의료적 이익을 초과하는지 등).
정교한 건강 영향 평가가 가능한 것은 방사선 역학분야에서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모델들이 만들어졌고 다듬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원폭을 계기로 만들어진 약 12만 명에 대한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 연구는 다른 역학 연구들보다 선도적 기여를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Framingham Heart Study(약 5,000명을 대상으로 1948년부터 진행)가 대표적인 전향적 코호트 연구의 초기 사례로 알려졌지만, 원폭 생존자 연구는 이보다 더 많은 대상자를 더 일찍 추적한 앞선 연구 형태이다.
건강 영향을 평가할 때 여러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방사선 역학에서는 불확실성에 관한 연구와 논의가 상대적으로 많이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방사선 역학이 매우 정량화된 접근방법으로 진행해온 것과 관련되어 있다. 정량화로 갈수록 더 많은 불확실성이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방사선 역학에서는 불확실성에 관련되는 요인들을 단계별로 구분하고 각 요인에서의 불확실성의 크기와 방향을 평가하고 있다. 불확실성의 원인을 찾고 줄여나가는 노력은 학문적 엄격성에서 바람직하며 이를 통해 많은 과학적 진전을 이루는 데 기여한다.
각 국가는 방사선 관련 분야를 특수한 영역으로 간주하여, 독립되고 전문화된 관련 기관을 가진 경우가 많다. 또한 국제적으로 방사선 연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다양한 전문 기구들과 학술단체들이 있다. 예를 들어 유엔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UNSCEAR)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등의 국제단체들은 주기적으로 방사선 관련 연구 결과들을 검토 평가하고 있으며, 방사선 연구와 방호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주변 환경은 방사선 관련 분야(방사선 생물학, 물리학, 의학 등)를 서로 긴밀하게 연계시켜 방사선 자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통해 역학자들이 더욱 전문적인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역학 분야에서 전문화(specialization) 현상은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으며, 일반 역학이라는 것은 추상적인 개념으로 어떤 형태로든지(질병 종류, 노출 형태, 혹은 연구 방법별 등) 전문화된 영역을 통해 역학연구가 구현된다(감염병 역학, 환경 역학, 암 역학 등). 방사선 역학도 이러한 전문화의 한 형태로서 역학 연구 내용을 깊게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세분화되고 분절되어 다른 역학 분야와의 교류가 적어지는 단점도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대부분의 방사선 역학자들은 국내외적으로 역학보다도 방사선 관련 학회의 분과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존 방사선 관련 학문과의 지속적인 교류뿐 아니라 다른 역학 분야와의 활발한 교류가 방사선 역학과 전체 역학 분야의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 방사선을 올바로 이해하고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듯이 역학에서 전문화 현상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전체 역학과 각 전문 분과의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